여명부터 시작한다.
갑목이 해월에 태어나며 연지에 묘목(卯)이 있어 해묘미 목국을 짜니 뿌리를 단단히 얻었다. 엄청나게 기세등등한 목이다. 아마도 이 사람의 성정은 갑목 그 자체일 것이다. 성질이 급하고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며 나서길 좋아하면서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면모가 있는 사람이다.
일지에 깔고 있는 것은 술토(戌)이다. 지지에 술토를 깔고 앉을 수 있는 천간은 갑, 병, 무, 경, 임이 있는데 어떤 일간을 막론하고 중후하고 사색적이며 철학적인 면모가 있다. 갑목의 경우에는 술토 지장간 안에 정관, 상관, 편재를 갖고 있으니 창의성이 뛰어나고 고리타분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계산적인 면모가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술토는 양의 묘지라는 것이다. 월지에서부터 음기운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 타고날 때부터 병화(丙)에 문제가 있는 사주이다. 병화는 갑목에게 식신이니 그 식신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변 환경이 의욕을 꺾고 무엇 하나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갑목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원래 갑목은 희망차게 떨치고 일어나는 기운인데, 목생화를 하려고 하는 순간 병화가 없다면 허무한 마음으로 한탄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본래 모습인 가열차고 열정적인 힘으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음의 세계로 침잠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주, 운세에서라도 화(火)를 무조건 보아야 하는 사주가 되겠다.
억부용신론으로 풀더라도 신강한 목기운을 설기하는 식신상관 화가 용신이 되며,(관성 금은 있어봤자 수 인성을 생하기만 하는 결론이니 좋지 않다) 조후용신론으로 풀더라도 음이 강한 사주에서 양이 필요하니 화가 용신이다.
연지의 겁재 묘목은 긍정적인 역할과 부정적인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긍정적인 역할로서는 수기운이 과다하여 병이 되는데, 해수를 삼합하여 목기운으로 바꾸어 수생목을 시키니 실제로 이 사람은 우울에 빠지긴 하지만 끝내 그 우울을 떨치고 일어나는 힘을 묘목에서 찾게 되는 것이며, 그것이 겁재이니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극복하고 일어나는 자가 된다.
부정적인 역할로서는 신강한 사주를 더욱 더 신강하게 만드니 겁재로서 우울을 극복한 것까지는 좋으나 본인의 고집이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영웅이 된 것이니 사회성은 여전히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태어난 시는 그토록 바라는 태양을 놓을 수 있는 기사시(오전 9시30분~11시30분)가 가장 좋겠다. 경오시는 시주 천간에 경금이 투출하여 금생수를 해버리니 당연 좋지 않다.
인성이 너무 강하여 정인이 투출했어도 편인격으로 잡고 이것을 극하는 재성이 필요하다. 다행히 기사시가 되면 기토가 투출하여 왕한 인성을 잡으니 금상첨화다.
그러나 기사를 놓아서 사주에 있는 병을 어느정도 치료한다고는 하여도 이래도 사실 순탄한 사주는 아니다. 용신 사화를 월지의 해수가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충을 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며 일지에 있는 술토는 병화의 묘지로서 운세에서 진토가 들어와서 진술충이 되는 등 사건사고가 있으면 병화를 묘지로 끌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어떤 식으로 나타날 것이냐면, 월지는 부모궁으로서 부모가 도움을 주기는 커녕 그것이 편인이면서 기신 역할을 하니 그것은 마음의 상처와 한을 남긴다는 뜻이며, 일지는 남편궁으로서 화를 잡아가두니 남편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하고 편재이니 현실적인 문제로 속앓이 하면서 산다는 뜻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운세이다.
대운이 목에서 화로 흘러가면서 48~67세 대운에는 재성이 대운 천간으로 들어오면서 왕한 인성을 잡아주어 화를 살아나게 하니 천운이 따르는 것이다. 타고난 사주팔자가 고약해서 이런저런 고생을 하겠지만 결국 운세에서 돌봐주어 잘 살게 되는 흐름이다. 차는 고장난 중고차인데 고속도로를 달리니 참으로 좋지 않은가?
가끔 사람은 못났는데 의외로 잘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 팔자가 딱 그런 모양새다.
남명이 되면 초년에 들어오는 관성 대운은 무진장 힘들겠다. 금생수로 더이상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은 인성을 생해 버리니 사람이 쓸데없이 현학적이 되던가 혼자서 방구석에 틀어박힐 운세다.
그러나 31세부터 재성이 들어오면서 어두운 성격은 180도 바뀔 것이며 점차 밝은 기운을 되찾고 씩씩하게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30세 전에 인생을 너무 심하게 말아먹지 않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