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스님의 인불사상
<1>
석가세존이 깨달음을 성취하여 불교가 발생한 이후 2천 7백여 년의 긴 세월이 흘러오면서 석가세존 못지않은
수많은 성인들이 출현하였다. 그들도 하나같이 “사람이 부처님” “당신은 부처님”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육조혜능(六祖慧能, 638~713)스님은 오조 홍인스님 밑에서 수행하다가 어느 날 홍인스님 방에 들어가서 『금강경』강설을 들었다. 『금강경』의“응당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應無所住 而生其心].”라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일체 모든 존재가 자신의
마음자리를 떠나있지 않은 사실을 크게 깨닫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성품이 본래 저절로 청정하다는 사실을 내 어찌 알았으랴. 나의 성품이 본래 불생불멸하다는 사실을 내 어찌 알았으랴.
내 성품에는 본래로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다는 사실을 내 어찌 알았으랴. 내 성품은 본래 아무런 동요도 없다는 사실을
내 어찌 알았으랴. 내 성품이 능히 모든 존재와 이치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내 어찌 알았으랴.”라고 탄복하였다.
진정으로 사람이 부처님일 수밖에 없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내용이다. 그러자 홍인스님은 그가 자신의 본성품의 진실을 깨달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곧 “진정한 대장부며, 인천人天의 스승이며 부처님”이라고 명명하였다.
<2>
육조 혜능스님은 우리나라 불교에서 매우 높이 숭상하는 성인이다. 얼마나 숭상하였으면 그가 돌아가신 후에 그분의 머리를 모셔다가 탑을 세워서 예배하고 찬탄하고 공양을 올리겠는가? 하동의 쌍계사 육조탑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육조스님은 사람의 실체를 성품이라고 표현하기를 즐겨한다. 어떤 이는 그냥 마음이라고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는 진여니 불성이니 하고 부르기도 한다. 그것은 모두가 개인의 취향일 뿐 뜻은 다르지 않고 똑같다. 나는 그중에서 사람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아무튼, 혜능스님은 참선을 그렇게 많이 한 사람도 아니다. 고행을 많이 하거나 여섯 가지 바라밀을 많이 닦은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러한 수행 덕목이 부처가 되는 데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와 같은 조건을 갖춰야 비로소 부처가 된다고 알고 있다. 그런 가르침은 불교를 잘 몰라서이거나 아니면 근기에 맞춘 방편의 말이었을 것이다.
혜능스님은 자기 자신이 그와 같은 내용을 본래로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몇 가지를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람의 본성이 갖추고 있는 것이 어찌 그것뿐이겠는가? 한량없는 능력과 지혜와 복덕과 신통묘용을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다 갖추고 있어서 완전무결한 존재다. 혜능스님은 자신이, 즉 사람이 부처님이 아닐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스승인 오조 홍인스님은 “그대는 진정한 대장부며, 인천의 스승이며 부처님”이라고 명명하지 않았던가.
사실은 어디 혜능스님 혼자만의 특권이겠는가? 사람사람들이 본래로 다 갖추고 있는 사실이며, 개개인이 본래로 원만하게 성취되어 있어서 완전무결하다고 옛 성인들이 입이 쓰도록 말씀하지 않았던가? 모든 사람들이 본래로 완전무결한 부처님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부처님”이라는 염불을 읊조리고, 깊은 사유와 명상을 통하여 그 이치가 자신에게 인격화가 되고, 살림살이가 되고,
삶 그 자체가 되도록 하여 그 아름다운 부처의 향기를 온 세상에 널리널리 퍼지게 하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