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에서 우리는 농업을 고수해 망국의 길을 갔습니다. 원자력이 대형에서 소형으로 가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제대로 선택해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희 전 과기부 장관)"
"소형이 대형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폐기물이 적다고 하지만 국민적 수용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규제를 제대로 시행하고, 철저히 준비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가 믿을 수 있도록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장문희 한국원자력학회장)"
올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스마트원전 건설을 통한 수출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소형모듈원전의 현주소와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대덕에서 처음으로 마련됐다.
글로벌융합포럼, 대덕클럽, 세종과학기술연구원이 주최하고, UST, DGIST가 주관하는 '소형모듈원전 토론회'가 13일 오후 4시 UST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김명수 대덕클럽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세계 6위 원전 수출국으로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출에 이어 사우디에 스마트원자로 수출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대한민국 원전정책 돌아보고,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이 되기를 열망한다"고 말했다.
이은우 UST 총장은 "사우디에서의 소형원자로 수출 소식은 국가적 쾌거다"라면서 "UST도 연수생 유치 등 인재양성에서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사를 전했다.
신성철 DGIST 총장은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할 정도로, 원자력 발전은 국가적 존망이 걸린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97년부터 소규모 전력생산이 가능한 소형원자로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한국형 스마트원전 개발에 성공하는 등 원전 수출국으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향후, 안전성이 보장된 소형모듈원전 개발을 통해 기술혁신, 국가경제 동력화 사업에 일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조발표에는 이상희 전 과기부 장관이 나서 '원전기술과 경영의 다변화로 국가경제 활성화를'이라는 주제에 대해 발표했다.
이상희 전 장관은 "에너지 자립에 이어 수출로 가야한다. 대형원전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형원전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IAEA는 소형원전의 선택을 결의했고, 오바마도 중소형원전 선택을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등 중소형원전개발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이 증가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자원에너지는 결국 고갈될 수 밖에 없는데, 원자력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원자력기술 다변화가 필요한 시대에서 과학기술계의 각 전문가가 뭉쳐서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형 원자로는 높은 안전성과 설치장소의 상대적 자유 때문에 현재 원자력과는 다른 시장이 열릴 수 있다"면서 "소형원자로만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유장렬 DGIST 미래전략사업유치기획단장 ▲장문희 한국원자력학회장 ▲김무환 KINS 원장 ▲김동찬 세종과학기술연구원 이사장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이석봉 대덕넷 대표가 참여했다.
장문희 원자력학회장은 단·중기적으로 기술이 축적되고 입증된 경수 냉각기술 원자로 수출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 미래에너지 안보를 위해 미래원자로 개발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시킬 것을 제안했다.
장문희 원자력학회장은 "스마트원자로 관련 사우디와 수출협력 MOU는 정책과 부처 간 공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산업계의 5년이 넘는 연구개발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개발과 시장개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 총력지원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개발자 입장, 수요자 입장, 인허가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환 KINS 원장은 규제기관 입장에서의 규제 확립, 국제 공조, 기술적 고려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무환 원장은 "정부지원과 요소기술 개발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소형모듈원전은 설계 특성이 가동원자로와 달리 완전 피동형으로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등의 규제와 협력, 조율이 선행돼야 하고, 국제 기준에 맞춰서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AEA, 미국 등 국제사회가 중소형로 규제자포럼을 구성해서 인허가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비상계획구역, 차등규제 등 중소형로의 규제현안에 대한 국제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향후, 실제 규제수요 발생시 국제 기준에 맞춰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 원장은 "시민단체, 사회과학 분야 등 전문가들이 리스크커뮤니케이션 중간자로서 함께 나서 원자력 현안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야 한다"면서 "미래에도 안전하고, 안심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과학계 모두가 철저히 준비하고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찬 세종연 이사장은 "소형원전은 사고 시 냉각수나 비상전원이 작동하지 않아도 self cooling 방식에 의해 안전성을 높였으며, 설치장소에 대한 제한이 대형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다만, 건설비용이 대형 원전에 비해 높고, 발전 효율도 떨어진다는 단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이사장은 "섬지방 등 분산전원을 필요하는 나라, 대형 원전 수준의 전력공급이 요구되는 국가에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은 연구원 자체적 개발단계로 상용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대형 파일롯 플랜트 운영 통한 데이터 분석 등 실증적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실증플랜트 실험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주민반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상용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 등에서 실증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라고 밝혔다.
박기영 순천대 교수는 국민과의 신뢰 확보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박기영 교수는 "지역화, 분권화되고 있는 에너지 소량 생산 체계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볼때 소형모듈원전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면서 "원자력 에너지 정책과 연구자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기술 비밀주의에서 벗어나 투명하게 관리·운영하겠다는 운영철학을 제시하고, 안정성과 친환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콘텐츠 제공으로 국민들로부터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획득하는 과정이 진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석봉 대덕넷 대표는 "대덕의 과학자들이 먼저 나서 시민들에게 에너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과학적 설득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인순 대덕원자력포럼 이사장은 플로어 토론을 통해 "원자력 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에는 안전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야 한다"면서 "인간이 만든 기계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유지 보수, 시스템 구축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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