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약이 좋은 약은 아니다
서울의 강남 지역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들이 하는 말이 있다. "비싼 약이 아니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여 아예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 많은 부자 동네 사람들은 약의 효과는 약의 가격과 비례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원래 약값은 연구 개발에 드는 비용이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된다. 그 다음으로 원료나 생산 시설에 드는 비용도 중요한 요건이다.
한편 약의 효력은 약값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기존의 약에 존재하는 한계(부작용, 효과미약-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현재의 약으로 얻지 못할 경우-등)를 극복한 더 효력이 좋은 약에 대한 요구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 개발되는 약이 비싸지만 여러 모로 좋은 약일 것이라는 통념이 있을 뿐이다.
실제로 항생제의 예를 들어 보면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성인기준 1회분의 약값은 60원인데 비해 페니실린 이후에 개발된 약 값은 훨씬 비싸, 세펨계 항생제인 세파드록실(상품명:듀리세프)의 성인기준 1회분의 약값은 그의 약 20배엔 달하는 1,200원으로 시판되고 있다.
물론 페니실린은 1일 4~6회 복용해야 하는데 비하여 세파드록실은 1일 2회 복용하므로 1일 총액으로 따지면 10배 가량의 차이로 줄어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페니실린보다 세파드록실의 효과가 10배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폐렴구균 등의 감수성균에 대해서는 페니실린의 효과가 더욱 좋은 경우도 있다.
이렇게 약의 효력과 약값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문제 외에도 제약회사에서 상품을 조금 바꾼 후 약값을 대폭 인상하는 문제도 있다.
실례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아주 오랫동안 소화제로 사용해 온 '노루모 산'이라는 가루약이 있는데 이제까지는 12회분들이 한 포장의 가격이 400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노루모A(산)'이라는 새로운 상품명으로 내용상에 약간의 변화와 함께 그 포장을 바꾸었는데 그 가격을 6회분들이 한 포장에 1,000원으로 대폭 인상하였다. 5배나 인상된 것이다. 약 뒤에 F니, A니, 5니, 포르테니, 골드니 하며 붙은 꼬리들은 약값의 인상을 증명하고는 있는데, 그 약값이 2~3배 오른 만큼 효력도 인상되었는지 곰곰히 따져 볼 일이다.
도서명: 약이 되는 약 이야기
저자명: 이미영
출판사명: 새길
출판년도: 1993
출판사 전화: 02-706-7132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