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청산선사님이 직접 지도를 하시던 시절에는
도장에서 진동을 체험하거나 여러가지 氣와 관련된 체험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진동체험이나 기운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다.
왜 그럴까?
요가명상에 이니시에이션(initation)이라는 게 있다.
쉽게 설명하면, 스승이 제자에게 시작버튼을 누르는 행위다.
빛이나 소리 등을 다루는 명상에서는 이러한 시작버튼이 매우 중요하다.
아헹가, 아쉬탕가, 하타요가 등 기초의 요가단계에서는 이러한 이니시에이션이 필요없다.
그냥 지도자가 시키는 대로 동작을 따라하면 된다.
그러나 한 단계 더 높은 요가레벨에서는 단순하게 동작만 따라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빛을 봐야 되고 소리를 들어야 한다.
빛을 보고 소리를 듣지 못하면 높은 단계의 수련은 불가능하다.
이때 지도자의 이니시에이션이 필요하다.
氣를 다루는 국선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선도를 하며 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앙코 없이 찐빵을 먹는 거나 다름없다.
氣는 상상이 아닌, 실제 내가 감지하고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는 실체,
리얼한 존재다.
물론, 국선도의 동작이 워낙 잘 설계되어 있어
기운을 느끼지 않아도 몸이 건강해지고 유연해진다.
그러나 그 수준은 미약할 수밖에 없다.
기운을 느낄 수 없지만, 있다고 상상하며 국선도를 하는 것과
기운을 직접 느끼며, 국선도를 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그러므로, 국선도의 지도자라면 수련생에게 이니시에이션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니시에이션을 할 필요가 없는 상근기의 수련생도 있다.
그러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기운을 잘 느끼는 상근기라도 지도자가 기운을 불어넣어 주면
훨씬 빨리 과정을 숙달할 수 있다.
불을 옮기기 위해서는 내가 불을 갖고 있어야 하듯이
타인에게 이니시에이션을 해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만의 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일단 불이 옮겨지면 불을 받은 사람은 그 불을 잘 키우면 된다.
불을 가진 지도자는 불을 붙여줄 뿐만 아니라,
불을 키운 경험과 체험이 있어
어떻게 하면 불을 잘 키워갈 수 있는지 지도할 수 있다.
불을 피워본 체험이 없는 사람은 절대 불을 켤 수도 없고
불이 켜진 사람을 지도할 수도 없다.
책에 있는 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불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꼭 해야 되는 것과
꼭 하지 말아야 할 게 엄청 많다.
이때 경험이 없으면 다양한 유혹과 실수,
잘못될 수 있는 위험을 막아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