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저널 4월호] 신인상 심사기
언어의 조탁과 명징한 주제 창출
현대시의 요체는 언어의 조탁으로 명징한 주제를 창출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삶의 궤적에서 재생된 이미지가 어떤 지향점으로 형상화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주제가 선명하게 전개되는데 여기에는 간결한 언어가 조합되어져야 한다. 이번 응모작은 예심을 거쳐서 넘어온 이병일의 「반달」 외 4편과 홍순례의 「칠월에」 외 4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시는 언어의 예술이라는 현명한 지론이 말해주듯이 우선 시적 언어(시어)의 구사 능력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하게 된다. 이병일은 지천에 널린 만유(萬有)의 사물에서도 그의 감성은 다양하게 지적 온도를 조절하고 있다. 가령 요사체에서 ‘군불’ 지피는 예비행자승의 아린 기억 태우는 행위에서 ‘늙은 가슴을 열고 카르마를 꺼내어 태’우는 것이 ‘아직도 못다 지운 한인가 쌓은 업의 잔영인가’라는 인생론이 가미되고 있어서 하찮은 사물에서 획득하는 인간의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 시의 위의(危疑)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아직도 미몽 속을 헤매는 중독자들의 영혼’이나 ‘다시 한번 깨우려 하는 저 범종 소리(이상 「梵鐘 소리」 중에서’라는 시적 전개와 ‘날 버리기 위한 구실이었음을 문득 깨닫고 / 보게 된 그믐달 빛은 / 내 심장을 향하고 날아드는 / 시퍼렇게 날이 선 한 자루 비수(「달빛」 중에서)’라는 감성의 언어들은 앞으로 충분히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으로 당선작으로 선한다. 홍순례는 외적(外的)인 자연 사물이나 현상보다는 내적인 관념에서 진실을 탐색하는 점이 남다르다. 그는 ‘새벽녘 일출 / 모래 속 발을 동동 구르며 / 회색 공간의 바다와 / 무언 대화’를 통해서 ‘수많은 삶의 사연(이상 「칠월에」 중에서)’을 이미지로 연결하는 점과 ‘세상의 검은 것들 하얗게 덮어버렸다’거나 ‘내 것만 보고 살아서 그런가’ 그리고 ‘가끔은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하면서 / 검게 보이는 하얀 세상을 포용(이상 「포옹」 중에서)’ 등의 어조(語調)는 우리 인간과 상관하는 내면 의식을 확인할 수 있어서 그의 시 정신을 높이 사게 되어 당선작으로 선한다. 그러나 모두가 시적 언어는 간명하고 함축적이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시 문장과 산문 문장이 다르다는 것은 바로 언어의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은유의 시법을 통해서 표현의 묘미와 주제의 진실을 창조해야 좋은 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병일이 ‘불그스레한 꽃잎 한 조각씩을 두 눈두덩이에 붙이고 산다’거나 홍순례가 ‘우리는 왜 / 되풀이되는 후회만 하고 사는 것일까’라는 인생관이나 가치치관을 추구하는 사유(思惟)의 확장도 시적인 본령(本領)을 탐구하는 한 방편이 된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진하기 바란다.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 김송배(시인. 한국현대시론연구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