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이야....이런 날도 있었습니다.
괴산행복어울림에서 진행하는 괴산 지역 학생들과 책방과의 만남...
여러 사람이 일을 나누다 보니 중간에 잠깐 착오가 있었던 듯, 잠옷 바람에 느지막히 쉬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괴산 오성중학교 친구들이 책방 나들이를 온다는 연락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허둥지둥 20분만에 뚝딱 친구들을 맞을 채비를 다 하고...고정적으로 진행되던 일이라 마침, 체험 재료 준비된 게 있어서 천만다행 !
괴산 오성중학교는, 관내 중학교 여러 곳을 하나로 합해 새로 개교한 기숙형 공립중학교입니다.
시골마을 중학교들이 모두 20-30명 내외 소규모로 이루어져있어 학습효율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하여 이 학교들을 하나로 묶어서 질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의를 갖고 시행되고 있는 정책인데요.
무상으로 원하는 학생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기에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물론 기숙형 공립중학교를 원치 않는 지역과 학부모님들도 계셔서 책방이 있는 칠성면 같은 경우는 이곳에 흡수되지 않고 따로이 칠성중학교를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온 친구들은 오성중학교 1학년 1반 15명....다음 번에는 1학년 2반 16명이 오기로 하였습니다.
책방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책 여러 권을 읽어주고...손바닥 나무그림책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네요.
초등학생과 달리, 중학생들이라 청소년들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대거 탄생했습니다.
한 남학생의 <학교>라는 작품은 거의 웹툰 느낌이 나네요...
요일별로 달라지는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했네요...금요일 기숙사를 떠나 집으로 가는 길이 꽃길인 것이 인상적입니다. ㅎ
여학생들은 가을이니 만큼....시집 한 권씩 들고 나와 마음에 든 시를 옮겨 적어 나만의 시집을 만들어 보기도 했어요.
모처럼 학교를 떠나, 숲속의 작은 책방에서....시 한 편을 읽고, 그림도 끄적여보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다 갑니다.
처음 책방 문을 들어섰을 때, 책을 좋아하나요 물었더니 아니요...만화만 봐요...책은 지루해요...대답하던 청소년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책만 있는 집에 와서 싫지 않나요...연이어 물었더니...
"여긴 좋아요. 책이 읽고 싶어져요"
와...이런...책방지기 맘에 쏙 드는 이런 대답을 들려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바로 그런 대답을 듣고 싶어서 우리가 이런 시골에 책방을 열고 있다 말해주었습니다.
쉬는 날...엉겁결에 만난 친구들..ㅎㅎ....하지만 참 유쾌한 만남으로 마무리되었네요.
그래도 이런 실수, 다신 있으면 안되겠죠? 깜짝 놀란 아침이었습니다 !!
첫댓글 좋은 정책이긴 한데.. 멀리있는 친구는 기숙사에서 지내고 가까이 있는 친구는 통학하면서 같이 교육을 받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구지 왜 하나로 통일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 ㅎ
담주에 방문할 제 딸래미에게 "그곳은 책방이야. 책을 봐야해..." 라고 말하니..."헐~~~~" 그 다음 아무말 없네요...부디 그곳에서는 이 친구들처럼 "여긴 좋아요. 책이 읽고 싶어져요..." 라고 하면 좋겠네요.... 제 욕심일까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