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무등 자유 3학년 아이들은 자신의 몸을 통해 내가 속해 있는 세상의 길이를 측정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칠판에 파라오의 신하를 그려놓았더니 궁금증이 점점 커지는 듯 했어요.
처음을 어떻게 열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파라오의 자"를 관리하는 신하 이야기로 무난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이사야서의 한 부분을 함께 외우면서 측정을 시작했는데요. 아이들은 이미 저울의 이미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언제 저울을 만들거냐고 시작부터 성화였지요. 하지만 이번 달은 길이만! 잽니다.
길이를 재는 첫 번째 도구는 우리 손이었어요.
손을 그리고 이집트 인들이 썼던 단위를 익히고 교실에 있는 물건들을 재어보았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재던지ㅎㅎ 정성들여 그림도 그리고 알려주고 싶어서 통통 튀던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아이들이 그린 이집트 파라오의 신하입니다. 참 다양하지요ㅎㅎ
피라미드를 만들 그 시대에는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뜰 때 공사에 사용되는 자의 길이를 파라오의 팔에 대어보는 의식이 있어다고 해요. 얼마나 엄숙한 의식이었는지 아이들은 이해하는 것 같았어요.
지난 달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안이가 "큐빗이 뭐예요?"라고 물었었지요.
그 때를 기억하며 노아의 방주를 실제 재어보는 작업을 했어요.
성경에 나와있는 300큐빗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고 각자 50큐빗씩 실을 끊어서 준비를 해두었다가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밖으로 나갔습니다.
뚝방 길에서 아이들이 만든 실을 모두 묶어서 펼쳐보았는데! 엄청나게 크더군요.
아이들이 막 달리면서, "막 달려도 돼요!"라고 했던 게 생각나네요.
한 번 잰 게 아쉬웠는지 학교 안으로 들어와서 다시 재어보았어요. 학교 끝에서 끝까지 실을 이을 수 있었지요.
몇 몇 아이들은 이 방주의 큐빗의 기준이 이영 선생님인데 실제 노아는 팔이 더 길었을 거라면서 노아의 방주는 우리 학교보다
크다고 결론을 내렸어요ㅎ
인치와 피트를 배우던 날, 성인 발 길이 1피트를 12등분 한 것이 1인치이고 1인치는 엄지 손가락의 너비라는데 우리 학교에 있는 성인 남성들의 발 길이 손을 재어보아도 적당한 크기를 가진 사람을 찾을 수 없었어요. 결국 우리 학교에서 가장 발이 큰 8학년 승완이의 발 길이를 기준으로 인치를 재고 인치 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양에서 쓰이는 푼, 치, 자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보았어요.
기장을 10개 이은 길이가 1치(1촌), 1치(촌)이 열 개면 1자(척)이 되지요.
기장을 가지고 간 날, 기장을 붙이는데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기장을 맛보는 것에만 열중했던 몇 몇 아이들이 생각납니다ㅎㅎ
자기 발을 노트에 그려보고 그것을 12개로 나누어서 내 엄지손가락 너비와 맞는지 확인했습니다. 얼추 맞더군요. 다행히
오십보 백보 이야기를 시작으로 양혜왕과 맹자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리랑 노래를 배웠어요.
가사에 십리가 나와서 우리는 십리를 재어보러 학교 밖으로 나갔습니다.
각자 실 끈을 10개씩 준비해서 1리를 걸을 때마다 색 실을 묶어두면서 표시를 했어요.
정말 한 걸음 한 걸음 정성을 다해 내딛던 아이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어요.
어찌나 예쁘던지요.
다녀와서 공책 정리하는데 아이들이 하는 말, "우리는 발병이 안났네요~"
공책에 각자의 십리를 표시하고 그려보았습니다.
우리가 각자 만들었던 인치 자 입니다. 지금도 각자의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져 있지요.
자를 만들어서 다시 한번 학교의 물건들을 재어보았어요. 도구를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영웅 유비, 관우, 장비의 첫 만남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삼국지연의>에 묘사된 영웅의 키를 적어보고 그려보고 재어보았습니다.
기장을 붙여서 우리가 얻었던 1척을 기준으로 4척 길이이 자를 3개 만들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미터법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블랑드르와 메생의 모험 이야기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사실 지구의 길이를 재어서 나누었다는 것이 아이들은 상상도 이해도 되지 않는 눈치였지만,
"분수가 뭐예요?", "지구가 울퉁불퉁 한데 어떻게 재나요?", 바다는 어떻게 재요?" 질문이 쏟아져 나왔었죠.
미터가 지구의 길이에서 나왔구나 하는 정도만 전달하는 걸로 만족했어요ㅎㅎ
척 자를 만들 때, 인치자는 개인별로 만들었는데 두 사람이 하나를 만들라고 했더니 지율이가 울음을 터트렸어요.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자를 같이 쓰는 게 싫다는 거에요.
그래서 아이들과 우리가 같이 사용하고 있는 많은 것들, 교실, 화장실, 화장지, 신발장 등등을 이야기했지요.
그랬더니 지율이 하는 말 "같이 쓰는 게 싫은 게 아니라, 이 자를 쓸 때 애들이 싸울까봐 싫어요."하는 거에요.
그래서 아이들이 모두 지율이의 걱정을 덜어주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이 척 자를 사용할 때 다투지 않아요.
정말 한 번도 다투지 않았어요.
한 달 동안 길이로 잘 놀아준 3학년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선생님 정말 정말 재밌어요!!
오~ 우리 3학년들 많이 컸는걸요?
4월 한 달 동안 재미있는 에포크시간을 보냈군요.^^
이제 좀 더 점잖아만지면 되는거죠? ㅋㅋ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진지하면서 즐거워함이 느껴져요~~
아이들이랑 선생님이랑 알콩달콩 멋진 한달이었네요~
마치 제가 수업에 들어간듯 잼나게 읽어습니다
저도 하나하나 다시 배우네요. 저는 그냥 외우라해서 외웠어요 ㅎㅎ
이안이가 아리랑을 불러서 합창수업곡인가...삼국지 얘기를 하길래 이야기듣기 시간의 주제인가 무심히 쓱쓱 넘겼더니 모두 측량의 주제로 진행된 것들이었네요~~
재미있고 알찬 수업 감사드리고 개구쟁이들과 또 한달 지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애들 정말 신났겠어요
이영 선생님 정말 최고십니다~~^^
한달동안 고생 많으셨겠어요. 눈에 선합니다.
반가운 우리 3학년 배움의 이야기네요^^
잘 모르는 엄마를 위해 지율이가 써붙여놓은 '누가 손으로~'라는 글이 이렇게 활용된 것이었군요. ^^ 이렇게 흥미롭게 배움의 시간을 가지니 아이들이 깨어나지 않을수가 없겠네요.
날로 예뻐지시는 이영선생님~~ 5월 한 달도 우리 3학년 잘 부탁드립니다^^*
아... 민서가 지나가듯이 했던 말들이 퍼즐 맞추듯이 이해가 되네요.
길을 걸을 때도 한 발 한발 정성껏 길이를 재며 다니느라 많이 기다려 주었지요.
선생님의 글을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의 행동과 말들을 떠올리게 되네요.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시고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