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열매들이 익어가느라 여념이 없는 산골의 여름날에 짙은 초록이 주는 평안함으로 문안드립니다.
무슨 일인지 올해는 모든 과실에 벌레가 없어서 신기하기만 합니다.
보리수, 자두, 고야 그리고 요즘 한창인 옥수수도 벌레가 놀러 오질 않네요.
장마와 더위가 반복되는 일이 벌레들이 살기엔 힘든걸까요?
일 년 중 가장 살기 좋은 계절을 살아가고 있기에 감사뿐입니다.
세상에서 나쁜 것들만 보고 살아온 15살 봄이와 지난달에 한 식구가 된 11살 하은이, 그리고 자폐가 있는 12살의 어진이... 이들을 삼총사라고 부릅니다.
얼마나 기막힌 조합인지 하나님이 핀셋으로 뽑아서 보내셨지 싶습니다.
욱하는 봄이의 거칠은 태도는 난동에 가깝지만 어진이는 맞대응은커녕 좋아하는 타요타요 차들과의 놀이가 더 중요해서 자리를 피하고 말지요.
명랑하고 참견쟁이 하은이는 오히려 봄이랑 손잡고 다니며 놀고 있습니다.
하은이 적응기에 봄이가 복병일 줄 알았지만 둘이 더 잘 통하네요.
실개천 물을 받는 마당의 풀장이 삼총사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고 있습니다.
서로 친해지고 맞춰주고 그러면서 티격태격하고 시끌시끌 정신없지요...
삼총사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서로에게 필요하고 도전을 받고 서로 힘이 됩니다.
이들 셋을 함께 살게 하신 하나님의 솜씨에 경탄합니다.
지적장애인 혜경씨는 인공심장박동기 수술하고 소변줄을 못 빼서 고생했습니다.
드디어 엊그제 소변줄을 빼는 경사가 있었습니다.
본인이 젤 좋겠지만 보는 우리들도 얼마나 좋은지 모든 식구들이 축하해 주었지요.
자기표현을 다 할 수 없는 장애가 있으니 병원에서 가장 힘듭니다.
어떻게 불편하고 아픈지를 가늠해서 알아맞혀야 하는데 어렵고 어렵네요.
그래서 은혜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감사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카페동산 소식입니다.
매일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면밀히 형편을 알게 되는 아이들도 생기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가정이 없어지는 일이 생기면 고등학생이라 보육원 들어가기엔 스스로 싫고,
혼자 살기엔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고, 난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요.
졸업할 때까지만 보호하고 도와주면 어떻게든 살아가는 아이들을 봅니다.
카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굶지 않게 밥과 라면 주고 토닥여주고 들어주는 일 뿐이지만 일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해결이 되고 계속 걸어가게 하십니다.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24년 7월 25일 나눔의 동산에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