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학당 선택논제세미나 10월의 책은 23년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장편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문미순, 2023,나무옆의자)이었다. 이 책의 작가 문미순은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간병과 돌봄의 문제를 소설로 쓰설로 쓰려고 결심한" 이유가 "몇 해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돌보며 가족을 간병하는 일의 고통을 알게 된 개인적 체험 때문"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23. 5. 9) 작가는 가독성 높게 간병과 돌봄의 문제를 주인공 '명주와 준성'을 통해 풀어냈다.
이 책 추천의 말에서 최원식 문학평론가는 "불운의 잇단 습격 속에 악전고투하는 이혼녀 명주가 연금 때문에 어머니의 죽음을 숨기는 반도덕을 독자로 하여금 승인하게 만들거니와, 기구한 이웃 청년 준성마저 아버지의 죽음을 은폐하도록 유인하니, 이 소설은 어느덧 도덕의 피안(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아니하는 관념적으로 생각해 낸 현실 밖의 세계.)"(p.250)이라고 말한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도 있는 '도덕적 딜레마'를 최원식 평론가가 잘 나타내었다.
학인들과 토론에서 명주와 준성을 통해 돌봄과 연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극으로 몰아붙이는 장면이 인위적으로 느껴져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날 남산도서관에서 만난 문장을 나누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주인공 명주는 어머니의 사망 후 "진천 할아버지"라는 분이 어머니의 남자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이 제주도 여행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듣게 된다. 그녀는 갑자기 돌아가신 진천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할아버지가 말했던 금액의 반(할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주었을 돈)인 100만원을 조의금으로 낸다. 그녀에게 100만원이라는 금액은 죽으려던 삶을 조금 더 살아보고 싶게 하는 금액이다. 명주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미안함과 마음의 짐을 나타낸다.
- 그녀는 물질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생존욕구만 있었기에 그 돈을 조의금으로 낸 것이다.
- 할아버지와 엄마에 대한 애틋함의 표현이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학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명주라는 인물을 쉽게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여자가 남편을 죽이면 살인이라고 부르지만, 다수가 같은 행동을 하면 사회현상이라고 부른다"(p.17)라는 문장을 이야기 나누었는데 사회현상이 반복되면 생활방식이 된다고 했던 유샘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준성은 얼굴 가득 옅게 퍼지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만 들리도록 가만히 속삭였다.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이다."(p.249) 이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떠올릴 수도 있다. 현진건 '인력거꾼 김첨지'의 운수 좋은 날이 반어적 표현이라면, 문미순의 '준성'이 말하는 운수 좋은 날은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마지막 문장 앞에 표현했던 문장들을 통해 인생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준 명주가 있는 현실이 준성에게 운수 좋게 느껴질 수도 있고, 해결되지 않은 여러 문제들이 기다릴 내일이 있는 오늘을 반어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두 가지 표지가 있다. 초판은 눈내린 회색빛 밤을 표현했는데 최연수가 그린 "타인의 풍경"이란 그림이다.
리커버로 나온 표지는 컬러로 외딴 집을 바라보며 서 있는 두 남녀가 있는 앞표지와 트럭이 서 있는 뒤표지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리커버 표지가 조금 더 따뜻한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조금은 포근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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