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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재의 돌발史전] “대한민국 선거는 언제나 더 분열된 쪽이 패했다”
‘한국정당정치사’ 쓴 심지연 전 한국정치학회장의 분석
유석재 기자
입력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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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 전 한국정치학회장. /이태경 기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증보판이 새로 나오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한국정치학회장과 국회입법조사처장을 지낸 정치학자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가 쓴 ‘한국정당정치사’(백산서당)입니다.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 해당하는 한 장(章) 100여 쪽 분량의 원고가 5년마다 새로 추가되는 것입니다.
2013년 두 번째 증보판이 나왔을 때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광복 이후 한국의 정치사는 ‘위기와 통합의 정치’라는 원리로 작동해 왔습니다. 모든 대선과 총선에서 한 번의 예외도 없었습니다.”
이렇게만 들어면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조금 더 그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정치인은 늘 이합집산(離合集散)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한국 유권자는 이 과정에서 언제나 집(集)과 합(合)을 선택했고 이(離)와 산(散)은 외면했습니다.”
이 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됩니다.
“뭉치면 이기고 흩어지면 진다.”
정말, 이렇게 간단했던 걸까?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공식이 정작 선거판만 닥치면 제대로 보이지 않기 일쑤라는 것입니다. 양쪽 모두가 통합을 지향할 때는 ‘더 큰 통합’을 이룬 쪽이 이겼다는 것이죠. 심 교수는 2002년 18대 대선에 대해 “대통합을 이룬 박근혜 후보가 소통합에 그친 문재인 후보를 이긴 선거였다”고 했습니다.
좀더 자세히 들어가면 이랬습니다. 당시 여권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한 내부적 통합을 이뤘고, 이를 바탕으로 구야권 인사 영입과 충청권 기반 정당인 선진당과 합당함으로써 보수 진영의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야권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에서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통합의 효과를 보지 못했고,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한 것도 이념적으로 융합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통합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입니다.
2018년 세 번째 증보판이 나왔을 때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던 시절에는 통합에 성공했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는 여권 통합에 실패해 정권 실패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여당은 최순실 등의 국정 농단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야당의 책임도 크지만, 그들은 분열을 피했기 때문에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심지연 교수가 지난 주 출간한 '한국정당정치사'제4차 증보판. 2004년 첫 출간 이래 정권 교체 때마다 증보판을 냈다.
정당의 성패는 통합이 좌우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2023년 네 번째 증보판 때는 제가 인터뷰하진 않았습니다만, 이 때도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한 덕분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김동연 후보와 단일화했지만 통합 규모가 보수 쪽이 더 컸습니다.”
그보다 앞서 2020년 21대 총선 직전 제가 하도 궁금해서 심 교수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가 이런 예측을 했습니다.
“야당 쪽이 훨씬 분열이 크다고 봐야 합니다. 여당이 상당한 격차로 이길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 예측은 들어맞았습니다.
현재 4차 증보판까지 나온 ‘한국정당정치사’는 933쪽에 이르는 대저(大著)입니다. 이 방대한 연구 끝에 도출된 ‘한국 선거의 법칙’은 이것입니다.
①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저는 책을 읽고 심 교수를 인터뷰한 뒤 이렇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사석에서 그에게 말했더니 일리 있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것은 이것입니다.
②잘한 쪽이 이긴 게 아니라, 언제나 못한 쪽이 졌다.
그런데 만약 선거를 앞두고 자위(自衛)를 위한 분당 수준의 분열을 의도적으로 일으키는 경우가 생길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며칠 전 다른 일로 심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가 끊기 전에 물어봤습니다. ‘이번 총선 어떻게 될까요?’ 그는 “아직은 선거일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느냐”며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이 그다지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유석재의 돌발史전’은
역사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한 줄기 역사의 단면이 드러나는 지점을 잡아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매주 금요일 새벽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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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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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5
최후보루
2024.03.01 00:13:26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를 ,,어렵게....국민의 힘이여 반드시 승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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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Kim
2024.03.01 06:17:16
뭉치고 뭐고, 점죄밍이는 감방 안가는 게 목적인 자다. 그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말도 그자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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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씨
2024.03.01 06:03:17
유권자들이 어리석은 나라는 자유민주주의를 거치면서 항상 몰락해왔다. 이번 선거가 반등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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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봐
2024.03.01 06:34:37
그네가 친박도 모자란 진박 운운하여 내편을 만들라고 하다가 작살이 났지. 이제 노무현이도 열린우리당 창당해서 나갔다가 폐족이 되었고, 이제 이재명이 자기당 만들려고 주사파를 내쳤으니 이번 총선은 필패. 보수가 역전할 것이다. 더구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있으니 이제 민주당 아니 이재명당은 폐족이 될 것이다. 이석기의 동부연합은 뿌리째 뽑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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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HOI
2024.03.01 06:28:09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일견 '옳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