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캠퍼 범죄자로 만드는 나라!!!

[리버스/고정희]

국내에서도 캠핑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캠핑 용품뿐만 아니라, 캠핑카의 수입 및 제작 업체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지난달 서민들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즐길 수 있는 화물형 트럭 캠퍼가 불법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화물 형태의 캠핑카인 트럭 캠퍼, 평상시에는 화물을 내려두고 트럭만 주행할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즐길 수 있는 캠핑

트럭 캠퍼는 이미 가까운 일본부터 유럽, 호주, 미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캠핑카의 종류 중 하나다. 다른 캠핑카들과는 달리 승하차가 자유로운 화물 형태이기 때문에 평소에 사용하는 트럭에 필요할 때만 캠퍼를 적재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용도 억대에 달하는 수입 카라반과 달리 2~3천만 원대로 비교적 합리적인 편이면서 국내생산이기 때문에 수리도 가능하며, 옵션도 다양하게 추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미 1,500여 대 정도가 국내에 풀려 있는 상태다.

화물차를 이동식 업무용 차량으로 개조하는 건 오히려 합법이다.

논란이 시작된 경찰의 단속

부산지방경찰청 윤한회 교통조사계장은 최근 뉴스 인터뷰에서 “화물차량의 개조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면서 “승합차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두고 개조를 승인해주고 있지만, 화물차는 개조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캠핑카의 구조물을 화물차에 얹는 방법으로 개조를 하게 되면 무게 중심이 높아지기 때문에 화물차 운행 시에 상당한 전복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 정기 검사에서 불법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정기 검사에 들어갈 때는 뒤에 캠퍼를 내려놓고 검사를 통과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용을 일방적인 주장만 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뉴스 보도는 트럭 캠퍼가 ‘불법’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법이 아니라 무법이다. 이런 트럭 캠퍼는 아직까지 관련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은 화물 적재 기준에 맞춰 트럭 캠퍼를 제작해왔다. 이 트럭 캠퍼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관련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속에 나선 경찰 역시도 트럭 캠퍼를 화물로 봤다가, 캠핑카로 봤다가 하는 등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근거 없이 오락가락한 단속

일단 인터뷰 내용부터 살펴보자. 화물차량의 개조는 원칙적이라고 불법이다. 맞다. 하지만 트럭 캠퍼는 화물차를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캠퍼를 적재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차량의 개조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 개조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는데, 기준이 없는데 단속은 무슨 근거로 하는지, 명확한 근거가 없다.

경찰은 “캠퍼를 화물차에 적재하면 무게 중심이 높아져 전복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제작사 역시도 소비자들에게 위험한 캠퍼를 판매해서 위험을 떠 앉을 이유가 없고, 마땅한 법규가 없기 때문에 자체 테스트라도 진행하고 있다. 전복 위험성은 법규가 만들어진 후 교통안전공단에서 테스트를 거쳐도 된다. 그러나 적어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화물차에 화물을 싣고 전복 테스트를 진행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트럭 캠퍼에만 이런 잣대를 들이대는 건 공정치 못하다.

또한 트럭 캠퍼 소비자들이 마치 정기검사 때 불법 사실을 숨기기 위해 캠퍼를 내려두고 검사를 받는 것처럼 언급됐다. 역시 사실과 다르다. 어떤 화물차 운전자가 화물을 싣고 정기점검을 받는지 의문이다. 트럭 캠퍼는 큰 범위 내에서는 캠핑카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화물이다. 그런데 이삿짐 차는 이삿짐을 싣고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지 되묻고 싶다. 트럭 캠퍼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역시 평소에는 트럭에서 캠퍼를 내려두고, 평소에는 적재함을 업무에 사용하는 것인데, 이를 두고 불법 사실을 숨기기 위해 캠퍼를 내려두고 검사를 받는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트럭에서 화물(캠퍼)를 지상으로 내려 둔 모습

적재함에 적재물을 싣는 게 불법?

아무리 그래도 1톤 트럭 뒤에 큰 캠퍼를 싣고 다는 게 위험하지 않냐는 시각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또 캠핑 시설이 갖춰진 것을 트럭 적재함에 싣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컨테이너나 이동식 주택을 운반하는 차량들도 모두 불법이라는 것이다. 또 트럭 뒤에 캠퍼를 싣고 있어서 캠핑카가 되는 것이면, 컨테이너나 이동식 주택을 싣고 있으면, 컨테이너카, 이동식주택차량, 굴삭기를 적재하고 있으면 트럭마저 굴삭기가 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트럭 캠퍼는 뒷부분이 화물이기 때문에 사람이 탑승해서는 안 된다.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이 때문에 트럭캠퍼 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운전자의 과실이지 제작사의 과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자동차도 불법 개조를 할 수 있으니 혹은 과적을 할 수 있으니 제작사에 제작을 못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2016년에 한 캠퍼 제작 업체에 떨어진 판결도 굉장히 비상식적이다. 캠퍼를 제작하는데 제작등록증이 아니라 자동차정비법을 등록하지 않고 차량을 등록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캠퍼 제작 업체들은 현대 포터나 기아 봉고를 정비할 능력도 없고, 관심도 없다. 캠퍼를 제작하고 정비할 뿐인데, 법원은 바퀴도 달리지 않은 화물을 자동차로 보고 있다. 

또한 캠퍼를 적재하고 내리는 데, 7분 이상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화물의 적재와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지게차로 짐을 적재하는 트럭들은 트럭이 아니라 무엇인가. 

이런 비전문적이고, 허술한 판결 때문에 한 판사가 올해 초 위헌심판제청을 했다. 내부에서도 관련 판결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위헌심판제청 내용에는 튜닝의 의미가 담겼고, 관련법이 없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법원의 자의적 해석이 아니라 객관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적재함의 캠퍼는 화물 적재 가능 기준 내에서 제작됐다.

대기업이 진출해야 합법되는 악순환, 또 재현되나

관련법 없이 단속한 결과 일은 커지는데,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경찰과 교통안전공단이 서로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떠밀고 있다. 이를 판단해야 할 법원마저도 관련 법을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의적인 해석으로 판결을 내려 내부에서도 위헌심판제청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창업을 하기 정말 너무나도 어려운 국가다. 창조경제를 외쳤고, 지금도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예산이 굉장하다. 중소기업이 잘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외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청년들이 혹은 젊은 사업가들이 사업을 어느 정도 성공시켜두면, 관련 법이 없다는 근거로 철퇴를 때린다. 법이 없으면 만들어서 관련 사업을 육성해야 하는 게 순서 아닌가.

트럭 캠퍼만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미 다른 자동차 업계의 다른 업종에서도 청년들이 신선한 사업 아이템을 냈지만, 불법이라며 사업을 중단시켰고, 수개월이 지나 합법으로 허용됐지만, 이미 사업 아이템은 대기업들에게 모두 빼앗긴 상태였다. 이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과연 트럭 캠퍼 시장도 대기업들이 진출을 해야 합법이 만들어질 것인지. 그리고 그 사이 범죄자로 몰리는 소비자와 제작사들의 피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