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JPIC 정의 평화 창조보전은 무엇인가?
JPIC’는 정의Justice, 평화Peace, 창조 보전Integrity of Crea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이제부터 JPIC가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먼저, 정의는 무엇일까요?
관계적 개념인 정의는 원론적으로 세상에서의 ‘올바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바름의 구체적 내용은 각자의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리스도인에게 정의는 무엇일까요?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과 그 안의 모든 것을 창조하셨다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의 믿음에 따르면
세상의 주인은 창조주 하느님이십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에게 정의는
세상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뜻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세상은 모든 피조물이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창조 공동체’입니다
(「찬미받으소서」 89항 참조).
공동체에는 질서가 있고 그 질서에 공동체를 만든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뜻은 창조 공동체에 “하느님께서 심어 놓으신 그 질서”,
바로 ‘창조 질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기쁨과 희망」 78항 참조).
따라서 정의는
하느님의 뜻이 담긴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것이고 평화는 바로 이 “정의의 결과”(이사 32,17)입니다.
정의와 평화와 창조 질서 보전(또는 창조 보전)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여기에 걸맞게 JPIC도 마치 하나의 단어처럼 사용됩니다.
정의, 평화, 창조 보전의 세 가지 합의 정의와 평화와 창조 보전의 통합적 관계에서
세 가지 합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 정의는 하느님의 뜻이 담긴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것이므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에 속합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 6,10)라는 청원은
창조 질서의 보전과 정의의 실현을 바라는 기도입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세상의 평화가 물리적인 힘에서 나온다면, 예수님의 평화는 창조 질서의 보전이라는 정의에서 나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28항). 그리스도인에게 정의의 실천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뜻입니다.
둘째, 창조 보전을 핵심으로 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사적인 영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복음의 기쁨」 182항 참조).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훼손하는 ‘불의’는 주로 사회 체제와 관련한 공적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창조 질서를 보전하려면 사회의 구조와 정책이 하느님 뜻에 맞는지 늘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셋째, 창조 공동체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피조물을 포괄하므로
JPIC는 정치, 경제, 노동, 가난, 인권, 장애, 젠더, 차별과 같은
사회적 영역,
자연 생태계,
자원, 기후와 같은 생태적 영역
그리고 개인의 내면과 같은 개인적 영역을 모두 아우릅니다.
생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회 정의’와 구별하여 ‘생태 정의’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사실 이것은 두 가지 별개의 정의라기보다
창조 보전이라는 하나의 정의에 속하는 두 가지 측면으로 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사회적 안녕과 생태적 안녕은 창조 질서 안에서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49, 82항 참조).
사회 질서가 무너지면 자연 생태계도 온전하지 못하고,
자연 생태계가 훼손되면 그 피해는 결국 사람에게도 돌아갑니다.
호세아 예언자가 고발하는 세상의 혼탁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정녕 이 땅에는 … 저주와 속임수와 살인 도둑질과 간음이 난무하고 유혈 참극이 그치기 않는다.
그러므로 이땅은 통곡하고 온 주민은 생기를 잃어간다.
들짐승과 하늘의 새들 바다의 물고기들 마저 죽어간다" (호세 4,1-34: 이사5,8-10 참조)
조현철신부/ JPIC,예언자의 세상 읽기/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