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차주일
전북 무주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 『냄새의 소유권』 『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합자론合字論』,
산문집으로 『출장보고서』가 있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 등 수상.
문예지 《POSITION》 주간.
작가의 말
집을 나섰다. 14년 지나 돌아보니 가출인지 출가인지 모를 일을 저질렀다. ‘그때’, 오로지 시(詩) 하나 선택했다는 자기 최면이 피[血]를 먼저 버린 것이고, 정과 일과 삶과 꿈과 밥을 함께 버렸다는 것을 몰랐다. 그리고 문예지 『POSITION』을 발간하여 무료 배포해 온 11년째, 아니다[未]와 아니다[不]의 겹치는 안쪽과 홑겹인 바깥쪽을 생각한다. 모든 게 미완성(未完成)이고 불완성(不完成)인 ‘지금’ 피[血]에서 점 하나 지운 접시[皿]가 보인다. 환희에 겨워했던 모티프 하나가 빈 접시 옆에서 잠든 일가족의 엉킨 자세였다니! 그 상형문자에서 지워진 나는 여생을 걸어도 빈 접시에 피 한 방울 바칠 수 없을 것이지만, 『출장보고서』를 등짐으로 지고 미불미불(未不未不) 걸어야 한다. 나의 탁발 수행이 가족의 마음에 도착하는 풍문이 될 때까지 걸어야만 한다. ‘지금부터’는 종착 없는 도착이니 또다시 출발인 형벌엔 도착은 없을 것이다. 다만, 실패를 확인하려고 일생을 산다.
목차
첫댓글 표지부터 개성이 뿜뿜합니다
재미있고 뭉클하고 그리고 잠깐 의기소침해질 수도 잇겠다는 에감이 드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