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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를 먹어보자. 여기저기서 복어를 먹을 ㆍ수 있지만, 활어는 쉽지 않다. 세계 4대 진미라는 복어, 그 맹렬한 독성 때문에 스릴과 행복감이 교차해서 식품외적 모험도 하게 만드는 복어, 산지인 김포에서 활어같은 매운탕을 즐겨본다.
<대복>
1.식당대강
상호: 대복
주소 :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로 742-14
전화 : 031) 981-0676
주요음식 : 복어요리
2. 먹은 날 : 2020.9.17.점심
먹은 음식 : 참복매운탕 (1인 28,000원)
3. 맛보기
복어지리다. 복어의 가장 보편적 요리, 복지리로 주문했다. 지리는 일본어라 요즘 순화어로 싱건탕이라 하나, 맑은탕으로 많이 부른다. 여기서는 그냥 매운탕이라 했다.
복어 외에 미나리와 콩나물을 주요 재료로 한다. 미나리는 해독작용을 하고 풍미를 살리며, 콩나물은 시원한 맛으로 감칠맛을 높인다. 복어는 시원한 국물맛이 배여 담백한 맛이 배가된다. 양질의 단백질로 된 살 맛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게다가 탱탱한 육질은 신선도가 최고여서 살에서도 국물맛에서도 청렬함이 그대로 감지된다.
활매운탕이 아닌 그냥 매운탕인데도 신선한 식재료의 육질이 눈으로 느껴질 정도다.
복어껍질 무침, 역시 미나리와 함께했다. 개인간의 편차가 있지만 복어 중에서 가장 쉽게 그 진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껍질이 아닌가 한다. 쫄깃한 식감은 살짝만 간해도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어 준다. 싱싱함이 관건이다.
전어. 가을 전어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 몇 점, 통통 튀는 전어가 입 안에서도 통통거린다. 깻잎으로 싸 먹어도 신선한 풍미는 입속 하나 가득이다.
튀김과 전, 그리고 잡채. 잡채가 예사롭지 않다. 주메뉴가 아닌데도 느끼하지 않고 끈적이지 않으며 쫄깃한 식감에다 고소한 풍미가 좋다. 사실 흔하면서도 제대로 된 요리는 찾기 어려운 것이 잡채다. 음식을 제대로 하는 집이라는 거다.
빨간고기, 열기다. 튀겨서 나왔다. 신선한 맛이 그대로 담겼다. 간도 적당해서 식감이 좋다.
미나리는 복어와 환상 궁합. 독기를 빼준다는 미나리는 복어요리의 안전망일 뿐 아니라 풍미도 높인다.
강화도 특산품 순무, 여기서도 순무지를 맛본다.
콩우무다. 아이디어가 좋다. 콩국물이 시원하게 나온다.
*복어가 어항에서 헤엄친다. 복어를 어항에서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맹독성의 살아있는 복어가 신기하면서도 아찔하다.
4. 먹은 후 : 복어 이야기
1) 복어에 대하여
복어(swellfish)는 ‘복’이라고도 한다. 종류가 매우 많아 참복과 복어만도 자주복·까칠복·검복·졸복·까치복·복섬·매리복·바실복·황복·흰점복·눈불개복·밀복·꺼끌복·별복·흰복·청복 등등이다. 이중 식용할 수 있는 복어는 황복, 자주복, 졸복, 검복, 까치복, 밀복, 은복 등 10여종이다. 복어는 온대에서 열대에 걸쳐 널리 분포하는 연해성 어류이다. 검복, 자주복, 참복 등은 추운 가을부터 봄철까지가 제철이다. 까치복도 늦가을이 제철, 동해안의 복어 역시 겨울이 제철이다.
복어는 한자어로 하천 돼지, 하돈(河豚)이라고 하는데, 중국과 일본에서도 모두 이렇게 쓴다. 하돈은 복어 일반을 말하기도 하고 황돈만을 지칭하기도 한다. 배부른 모습이 돼지 같은 데다 부른 배를 이용해 내는 소리도 돼지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몸에 무언가가 닿기만 하면 성을 내어 진어(嗔魚), 그때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기포어(氣泡魚)' 또는 '폐어(肺魚)', 리고도 하며, 부푼 모습이 공같다고 '구어(毬魚)'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후구(河豚=布久)'라고 부르는데, 이는 복어가 물위로 떠오를 때 표주박(후쿠베)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사전에는 한자어 없이 ‘복어’라고만 했는데, 일부에서는 복어(鰒魚)로 쓰기도 한다. 한자어가 따로 없는 말에 같은 음 한자어 전복의 ’鰒‘을 갖다 붙여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일본에서도 하돈 외에 フグ(후구, 鰒)도 쓰고 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 등 고전 전적에서는 대부분 복어(鰒魚)는 전복을 가리키니 헷갈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복어는 아다시피 독이 있어 위험한 식재료로 유명하다. 복어의 독 테트로도독신은 청산가리의 1,000배에 달하는 맹독으로 중추신경을 침범하게 되면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독은 가열해도 녹지도 사라지지도 않아 반드시 제거하고 먹어야 하므로,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음식점 또는 조리사에게만 복어 요리를 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관청에서는 중독사고 방지를 위해 때때로 이들에 대한 감독을 실시한다. 특히 제주도는 복어 산지로 유명하며 복어 식당이 많아 엄격한 감독을 한다.
복어의 독이 든 부위를 먹다가 죽었다는 말은 고래로부터 현재까지 들린다. 올해 2020년에도 어선에서 잡은 복어를 먹은 승선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복어를 먹고 죽은 것을 애도하고 경계하는 시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덕무(1741~1793)의 ‘하돈탄(河豚歎)’이라는 시도 바로 그런 시다. 실제로 이덕무 집안에서는 복어의 독성을 경계하여 조부의 유훈대로 복어를 먹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독 때문에 취식을 금지했다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시대에 해금되었다. 그 고급한 맛 때문에 곧바로 연회요리의 재료로 부각되고, 1920년대에는 복어 요리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일설에는 이토 히로부미 자신이 복어 애호가였다 한다. 일본이 복어요리로 유명하고, 이처럼 일찍 상업화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복어요리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도 한다. 보편적 복어요리인 ‘복지리’, 그 어휘가 일본식이기 때문에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우리는 고래로 복어를 먹어왔고, 18세기에 이미 한양에서는 복어국이 봄철의 대표적인 제철음식으로 일반화되어 있었다. 그 시기는 일본에서는 금지되었던 시기였으므로 일본의 영향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 게다가 일본의 복지리는 맑은 국물 요리이므로, 영향관계를 논하기에는 너무 보편적인 요리이다. 다만 전통요리의 상업화가 일본보다 늦은 데서 그렇게 봤을 수 있다.
중국에서는 약 2300년 전의 춘추전국시대에 쓰여진 '산해경(山海經)'에서 ‘폐어(肺魚)’라고 하면서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2500년 전의 1대 천황인 진무천황의 무덤이 있는 나라현[奈良県]의 가시하라진구(橿原神宮)에서 복어뼈가 출토되었다. 한국에서는 김해 수가리의 신석기시대 패총에서 졸복의 뼈가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아득한 선사시대부터 복을 먹었고 그 조리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에는 1500년 전 신라 왕족이 돌고래, 남생이, 성게, 복어 등을 먹고, 제사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경주 서봉총 재발굴을 통해 밝혀내기도 했다.(2020.9.7.) 3국은 모두 매우 오래 전부터 맹독성에도 불구하고 복어를 먹어온 것이다.
복어를 ‘보가지’라 부르는 북한도 어족 보호를 위해 새끼 복어 20여만 마리를 방류했을(2020.7.) 정도로 복어를 즐긴다. 북한은 서해 연안 전체가 황복의 산지이므로 복어는 매우 일반화된 식재료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조 이하 여러번 복어 관련 기사가 보인다. 하돈의 독을 이용하여 독살을 했다는 사건, 복을 먹고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등등이다. 1433년에 완성된 ≪향약집성방 鄕藥集成方≫에는 하돈(河㹠)이라 하고 향명을 복지(伏只)라 하였다. 1800년대 저작인 규합총서(閨閤叢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 등에도 복어 기록이 있다.
규합총서에 나온 복어 요리법은 백반, 된장, 미나리를 넣고 끓인다고 하여 독을 경계한 요리법을 보여준다. 복어는 식어도 비리지 않다고 하였다. 이 책은 1809년, 19세기 초에 집필된 책이니 이 자료만으로도 이미 18세기에는 복어를 널리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식용 복어의 종류를 알려준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하돈(河豚)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있다. 허한 것을 보하고 습한 기운을 없애며 허리와 다리의 병을 치료하고 치질을 낫게 한다'고 효능을 소개하면서 독이 있으니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맹독에도 복어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우선 그 맛과 영양 때문이다. 복어의 맛은 철갑상어 알인 캐비어(caviar)와 트뤼플(송로버섯 truffle), 푸아그라(거위의 간 foie gras)와 함께 세계 4대 진미식품의 하나로 꼽힐 정도다.
중국 소식(蘇軾, 1037~1101)의 시 ‘혜숭춘강만경(惠崇春江晩景)’에는 '도화의 봉우리가 터지고 갈대가 싹이 틀 때 하돈이 하류에서 거슬러 올라 온다'는 구절이 있고, ‘4월 11일에 여지를 처음 먹다〔四月十一日初食荔支〕’라는 시에는 “다시 복어를 씻어 복부의 기름진 고기를 삶누나〔更洗河豚烹腹腴〕”, “꼬막을 열어 구슬을 쪼갠 듯하고, 거기다 복어를 씻어 뱃살을 삶은 듯하구나.[似開江瑤斫玉珠, 更洗河豚烹腹腴.]”는 구절이 있다.
이외에도 여러 복어 예찬론을 남겼는데, “죽음과도 맞바꿀 만한 맛‘이라는 극단적 표현도 그중 하나다. 그만큼 소동파는 복어를 즐긴 인물이다. 그보다 앞서 복어 찬사를 늘어놓은 이도 있건마는 유독 소동파의 말이 많이 알려진 이유는 동파가 알려진 미식가인 데다, 뛰어난 문인으로서 여러 시에서 복어를 언급하였기 때문에 유명도와 음식 전문성을 함께 가져서이다.
동파는 실제로 동파육 등의 요리 창시자로도 알려진 음식전문가로서 중국에 가면 곳곳에서 소식주가(蘇軾酒家), 혹은 동파루(東坡樓)라는 음식점을 만날 수 있다. 죽음과 맞바꾼다는 말은 독이 있음에도 먹어야 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는 강조법인데, 유독 전고(典故)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파의 말이라고 복어맛이 뛰어나다는 대표적 논거로 삼아온 것이다.
일본에서도 ‘복어를 먹지 않은 사람에게는 후지산을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 중국에서는 수컷 복어의 뱃속에 있는 하얀 이리(魚白)를 서시(西施)의 젖(乳)에 비유하여, '서시유(西施乳)'라 하며 절미(絶味)로 쳤다.
복어는 제주에서 지천으로 잡힌다. 참복은 제주가 주산지로 전국으로 보급되었다. 제주 복어요리가 유명한 이유다. 제주의 참복이 부산을 통하여 전국으로 배송되었으므로 부산도 복요리의 중심지가 되었다. 생산지와 유통중심지가 다같이 복어요리의 중심이 된 것이다. 우리에게는 정치적인 사건으로 초원복국집이 알려져 있는데, 부산은 복요리가 내력이 있다.
참복은 식용으로 먹는 복어를 가리키는데, 주로 검복과 자주복을 참복이라 한다. 검복이 더 값이 높고 자주복이 그 다음이다. 식용으로 인기가 높은 것은 참복(검복, 자주복), 까치복, 황복, 밀복 등이다.
복어의 맛이 좋은지는 다들 인정하지만 죽음과 바꿀 정도, 혹은 4대 진미 등의 맛인지는 섬세한 미각을 갖춘 사람이어야 가질 수 있는 변별적인 맛이 아닌가 한다. 물론 복어도 어종간 차이, 계절간 차이에 따라서 맛의 편차가 커진다. 한국에서는 황복을 최고로 치고, 그것도 산란기의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소동파가 먹은 것도 하돈이라 부르는 황복이다.
황복은 몸통 옆에 노란 줄무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황복은 산란을 하기 위해 잠시 민물 강가로 올라오는 회유(回遊, Fish migration)성 어족이다. 우리는 배를 강에 정박하고, 강으로 올라오는 복어, 황복을 잡았다. 황복은 우리나라 연근해에 서식하는 어류 중 유일하게 민물에서 산란하는 어종이다. 황복은 우리나라 서해안과 황해, 남중국해에 분포한다. 소동파가 먹은 하돈이 바로 양자강 등으로 거슬러 올라간 황복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진강이 최고의 황복 산란처다. 특히 임진강 하구(河口)가 대표적 산란지다. 강으로 올라오는 복어는 바다에서보다 잡기 쉬워서 조선조 주로 먹었던 복어도 황복이었다.
그러나 최근 황복 어획량이 대폭 줄고, 구한다 해도 워낙 고가라 그 대단한 맛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임진강변 파주시에서는 어족 보호를 위해 매년 황복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임진강은 한강의 지류로 파주시 탄현면에서 한강에 합류된다. 강화도를 둘러싸고 있는 북쪽 하구에서 파주 임진강으로 이르는 길목이 황복의 주요 어장이다. 황복은 4~6월 산란을 하러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데 이때가 가장 맛이 좋다. 이때는 독성도 최고조, 맛도 최고조, 값도 최고가가 된다.
근래 황복의 작황은 매우 좋지 않은 것은 생태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임진강변 파주 주민들은 북한이 2016년 인근 황강댐의 물을 대량 방류하면서 수온이 낮아져 황복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임진강 뿐 아니라 북한, 중국에서도 모두 황복 어획이 급감하였고, 한국도 전체적으로 오래 전부터 어획량이 감소되어 96년에 보호어종으로 지정하였다.
황복은 자연산ㆍ양식산 모두 고가이다. 자연산 황복값은 1kg이 수십만 원, 혹은 백만 원이라고도 한다. 90년대 이후부터는 양식을 해왔지만, 양식산의 값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대량양식과 종자 개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은 게놈 정보를 완전 해독해냈다.(20.1.7.뉴스) 앞으로 대량 양식에 유익하게 쓰일 것을 기대한다.
2) 복어요리
우리는 복어를 지리로 많이 먹는다. 복어를 말갛게 끓인 탕으로 많이 먹는다는 말이다. ‘지리(ちり)’는 ‘생선·두부·채소 등을 냄비에 끓여서 초간장에 찍어 먹는 냄비 요리’를 지칭하는 일본어로 우리는 복지리, 대구지리 등으로 사용한다. ‘지리’는 ‘즙(汁)’의 일본식 발음인 ‘지루(じる)’가 변해 된 것으로 본다. 일본은 복지리를 그대로 데찌리(てっちり)라고도 쓴다. 복지리는 닭도리탕과 함께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음식 관련 일본어다. 국립국어원은 순화어로 ‘복국’이나 ‘복싱건탕’을 제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복국이나 맑은탕을 많이 쓰고 있다. ‘싱건탕’은 간이 안 맞고 싱거운 음식이라는 느낌이 난다. 복국은 매운탕과 구분이 어렵다. 국은 다 끓인 후에 대접에 떠서 상에 바로 올리는 것이고, 맑은탕은 전골로 상 위에서 조리를 하는 것인데, 전골로 먹기 때문에 국보다 ‘맑은탕’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고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어휘를 만들어내는 언중(言衆)의 슬기로움이 감지된다.
복어요리가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일본은 주로 회나 복지리로 먹는 반면 우리는 요리법이 다양하고 거기다 자꾸 새 요리를 개발하여 보태고 있어서 일본 요리와의 거리가 더 커지고 있어서 영향관계 논의가 더 무의미해진다.
우리가 많이 먹는 복어요리는 회, 맑은탕, 매운탕, 소금구이, 불고기, 매운탕비빔밥(매운탕 거더기로 비비는 음식), 건복어찜, 무침회 등등이다. 복어회는 쫄깃하여 식감이 뛰어나지만 맛은 담백하므로 강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 건복어찜은 말 그대로 적당히 말려 찜을 한 것으로 술안주로 많이 먹는다. 맑은탕은 술 끝의 아침 해장용으로 많이 먹는다. 복어는 지방이 적고 양질의 단백질이 많이 들어가 있는 데다가, 간의 해독작용을 강화하고 숙취 해소를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무침회는 부위별로 각각 해서 맛을 따로 즐긴다. 복어껍질무침회를 많이 먹는다. 오돌돌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규합총서에 나온 바와 같이 복어는 오래 전부터 미나리와 같이 먹었다. 미나리가 해독작용, 중금속 정화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간의 활동에 도움을 주어 피로회복에도 효능이 좋다.
복어는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먹는다. 중국은 근래에는 별로 많이 먹지 않는 거 같다. 복어는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는데 왜 한국과 일본이 유독 많이 먹을까. 이집트에서도 먹는다는데, 최근 주요 소비국은 두 나라다.
일본의 복요리가 보편화된 배경은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복요리가 한때 금지되었다가 근대에 허가되자 연회요리로 부상하면서 빠르게 보편화되었다. 일단 복어가 풍부하게 잡히고, 거기 생선을 주로 먹는 식문화와 결부되고 칼맛을 중심으로 삼는 요리방식과 연계되지 않을까 싶다. 무사의 칼을 쓰는 문화가 주방으로 들어와 독을 무서워하지 않는 복요리를 즐기게 된 복합적인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한국은 예로부터 다양한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해서 먹어왔다. 산도 높고, 강도 많고 길어 다양한 식재료가 생산되었다. 거기다 토양이 좋아 농사가 잘되었으며, 기후도 좋아서 맛도 좋았다.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는 채소의 맛과 품질을 높이는 중요 자연조건이다. 덕분에 식재료의 지평을 한없이 넓힐 수 있었다. 산나물을 이렇게 다양하게 먹는 나라는 한국 외엔 없다.
다양하고 품질 좋은 식재료로 넓혀진 입맛의 스펙트럼은 새로운 요리의 개발을 자극하게 되었다. 거기다 성질 급하고 겁을 모르는 성격도 요리 개발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빈곤의 시기를 완전히 넘어선 최근에는 요리 개발이 가속화되어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고급요리로 개발한 떡볶이를 소개한 적이 있다. 벤쿠버 중국집에서도 변화한 떡볶이를 먹을 수 있다. 끊임없이 새 요리를 개발하는 판국에 있던 요리를 버릴 이유는 없다. 고래로 먹어오던 복요리에다 요즘 새 요리를 개발하여 요리법을 다양화하고 있다.
반면 유럽인의 입맛은 상당히 보수적인 것 같다. 프랑스 요리가 유명하지만, 주요리보다 주로 후식이나 전식에 집중한다. 주요리는 단순한데, 후식은 자꾸 개발하여 화려하게 만든다. 주요리의 단순성은 주로 식재료에 기인한다. 유럽에서는 대부분 우리가 즐기는 문어나 낙지를 먹지 않는다.
북유럽에 가면 음식이 어디나 맛이 없는데, 대부분 식재료 자체가 단조롭고 간을 내는 재료가 단일한 것에 기인한다. 간은 주로 소금으로 낸다. 우리는 간장, 젓갈, 소금 등 세 가지를 다 쓰는데 말이다. 이처럼 식재료가 전체적으로 소극적인 편이니 독이 있는 복어 요리를 즐기기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특히 해산물 사용이 단조로운 것은 더 두드러지니 말이다.
복요리는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2013년 4월 18일에 발표한 '당신이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괴상한 음식 20선'에서 3위에 올랐다 한다. 맛없는 음식 나라 대명사인 영국에서 한 말이니 접어들어야겠지만, 식재료에 소극적인 유럽에서 희한하게 보는 것은 분명하다.
요즘 K방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한류에 이어 방역까지 뜨고 있는데, 한식도 곧 이 수준으로 알려지지 않을까 한다. 적극적인 식문화가 이것을 뒷받침해줄 것이다. 복요리는 적극적 식문화의 중요 영역이다.
이러한 복요리를 계승하여 토박이 맛집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복>식당이 있는 김포 대곶은 임진강과 한강이 이어지는 기수역으로 황복의 산지다. 대곶의 바다는 한강과 서해가 만나는 기수역으로 강화해협이라 불린다. 소금 강이란 의미의 염하(鹽河)라고도 불리니, 이름 자체가 기수역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염하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황금어장으로 팔도 물류의 집산지였던 옛 포구들로 번성했던 곳이다. 염하의 <대복> 식당은 근본 있는 복어 산지의 맛집이다.
4대 진미 중 우리에게 가장 가까우면서 저렴한 식재료는 복어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양식과 냉동기술이 발달하면서 복어요리를 서민들도 저렴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여기저기서 복어를 즐겨 먹는데, 어이없게도 코로나가 복어의 적이 되었다. 코로나는 일본에서도 복요리집을 무너뜨릴 정도로 거세다. 오사카에서 유명한 100년 전통의 복어요리 전문점 즈보라야가 폐점을 했다는 뉴스가(2020년 6월)에 보도되었다.
이 식당 <대복>도 알려진 토박이 맛집인데도 손님이 한산하다. 황복 어획량도 줄고, 코로나는 만연하고, 사람의 이동도 줄었으니, 악조건이 모두 구비된 셈이다. 고유한 음식과 요리의 손맛이 사라질까 겁난다.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부이야베스가 이름만 높고 맛이 낮아진 것과 달리 이곳 복집은 코로나에도 살아남아 지역 대표 음식의 맥을 이어나가길 빈다. 나아가 음식 한류의 견인차가 되기를 빈다.
<참고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다음사전
어식백세
양용진, 제주가 잃어버린 먹을거리 (제이누리 기사, 2020.9.)
기타 관련기사
조선왕조실록 및 기타 자료
* 식당 앞으로 강화초지대교가 길게 뻗어 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강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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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로 간 복어
생물을 쓸 수 없고, 많은 사람을 응대해야 하는 서울에서는 복어가 어떻게 변신하는지 본다.
상호 : 삼호복집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2가동 124
먹은음식 : 복지리 16,000원
먹은날 : 2021.5.29.점심
1) 맛보기
우선 생물이 아니어서 끓이기 전의 상태를 공개할 수 없다. 더구나요즘 코로나여서 많은 손님을 보장하기 어렵다. 찌개는 우선 많은 콩나물을 깔고 위에 몇 덩이 고기 토막을 넣고 미나리를 넣는다. 먹어보니 냉동복어가 채 해동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넣은 거 같았다. 고기가 퍽퍽하고 맛이 안 난다. 하지만 국물은 시원하고 좋다. 육수를 따로 끓여 맛을 낸 상태에서 복어를 곁들이는 느낌으로 넣는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주변 찬에 더 신경을 쓴다. 복어껍질무침은 먹을만하다. 쫀득거리는 맛이 그대로 살아 있고 싱싱한 미나리에 적당히 식초를 넣어 양념에 파묻히지 않는 재료 맛이 싱그럽다.
생미역 무침도 신선한 맛이 좋다. 미역이 늘어지지 않고, 탄탄한 느낌이 들고 갓 무쳐낸 신선함이 혀끝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밥은 쌀을 조금 더 좋은 걸 쓰면 어떨까. 그러나 볶아온 밥은 아주 맛있다. 볶으니 퍼실한 느낌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미나리 향도 좋다.
산지에서 먼 도심에서는 아무래도 부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재료로 승부할 수 없으니 여타 곁반찬과 부재에서 만족감을 줘야 한다. 일반론을 다시 확인한다.
첫댓글 냄비에 담긴 복어가 살점이 두둑하고 색깔이 선명합니다. 살아있는 생선을 막 잡은 듯 보기만 해도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입안에 맴도네요. 예전에 저도 복어탕을 먹어보긴 했는데, 특별한 맛을 느끼질 못해 복어집에 자주 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제가 먹었던 복어가 냉동했던 거라 푸석푸석한 느낌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대명항 대복집은 복어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줄 것으로 보여, 강화도 갈 때 들릴 생각입니다.
오늘 복어 이야기는 한 편의 작품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찾아와 다시 읽어야 하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정보가 풍성하고 쓰임이 넉넉해, 한국신명나라의 대표작이라 부르겠습니다.
항상 격려해주시고 고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기행을 쓰다보니, 쓸 때마다 모르는 게 참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복어도 익히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쓰려 보니 정말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공부를 위해 이것저것 모아놓은 자료를 두서없이 늘어놓았습니다. 이후 다시 정리하고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기까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서 아쉬운 대로 그냥 올렸습니다. 너무 긴 것을 그냥 번다하게 들이대어 오히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다 읽지 마시고 필요한 만큼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복어에 관한 건 어지간히 모으고 정리했으니 소일 삼아 읽으시면 따로 다른 자료를 보실 필요는 줄일 것입니다. 선생님같은 원군을 만난 것이 저에게는 분에 넘치는 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