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담양 장날이라 환자가 붐빌 텐데 김양이 운전 면허 필기 시험을
치르는 관계로 오전 근무를 못하게 되었다.
다행히 시험 장소가 담양이고 또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1시간 정도면 시험이 끝난다고 하길래 시험이 끝나는 즉시
택시를 타고 한의원으로 오라고 했다.
합격 여부는 나중에 전화로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11시가 넘어 김양이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오지를 않는다.
환자가 많아 허덕이게 되자 마음이 요란해진다.
'아니, 이 녀석이 뭐 하느라고 안 오는 거야!'
'나는 면허 시험 볼 때 좀 늦게 면허를 따더라도 일요일을 선택해서 치렀는데
장날은 좀 피해서 치르면 안 되나?'
'그리고 처음에 운전 면허 학원에 등록할 때도 나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임의로 등록을 하고선 통고만 하더니 이거 자기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이래도 되는 거야?'
여러 가지로 분별성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하고 마음 대조를 했다.
'원래는 없었는데 경계를 따라서 요란함이 있어지는구나!'
이렇게 대조를 하면서 끝리고 안 끌리는 대중만 잡아갔더니
점차 요란함이 가라앉는다.
자신을 살펴보니 내가 일요일을 선택해서 시험을 보았다는데 걸려 있었고
김양이 허락을 받지 않고 학원 등록을 한 데 대해 걸려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내 사정이지 김양의 사정이 아닌 것이다.
김양의 입장이 이해된다.
'아마 그럴 만한 까닭이 있어서 늦는 것이겠지.'
12시가 지나 환자가 한가해졌는데 그때서야 김양이 돌아왔다.
택시 타고 빨리 오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늦느냐고 했더니
시험이 한 시간 늦춰졌으며 시험 끝나고 10분쯤 기다려
합격된 것을 확인하고 왔다는 것이다.
장날은 가급적 피하라고 했더니 얼굴이 굳어진다.
그 모습을 보자 기분이 언짢다.
'아니, 미안한 생각도 없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또 대조를 했다.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언짢아지는구나!'
'진리의 작용이 김양을 통해서 저렇게 나타나는구나!'
김양이나 나나 모두 원만 구족하고 지공 무사하게 작용을 한 것이다.
요즘 경계가 없어 심심하던 차에 공부 한 번 야물게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