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 선정 주제: 그리움
<감자 먹는 사람들 / 김선우>
나는 그리움을 단순한 과거 회상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에 대한 부러움이 동경과 질투라면 과거의 나에 대한 부러움이 바로 그리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시는 내 멋대로 정의 내렸던 그리움으로는 해석되지 않았다. 나는 시 속에서의 가난, 무서움, 어지러움과 같은 부정적인 시어와 그리움이라는 낭만적인 시어를 연결할 수 없었다. 과거의 행복뿐 아니라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그리움을 찾을 수 있다면 그리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그리움을 내적 성숙의 과정이자 동시에 내적 성숙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리움은 독립된 감정이 아니다. 먼저 떠난 것에 대한 분노, 지금 내 곁에 없다는 상실감, 앞으로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비현실적 감각, 이 모든 쓸쓸함과 절망감을 포함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리움은 ‘낭만’보다 오히려 ‘고통’이라는 단어와 더 잘 어울린다. 어머니, 아버지를 일찍 여읜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어른스러운 이유를 바로 ‘그리움의 고통’에서 찾을 수 있다. 소중했던 사람들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앞서 말했던 감정을 모두 거친 산출물이며, 그 과정에서 내적 성숙을 겪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내적 성숙의 명백한 결과로서의 그리움도 있다. 나는 시의 화자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한다고 표현한 것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하고 싶다. 이해는 그리움을 선행한다. 나는 가끔 아버지의 오래된 음악에서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끼는데, 내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의 시대를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은 노래 속 그 시대의 아픔과 순수함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별 헤는 밤’에서 윤동주 시인이 별을 보며 어머니, 유년 시절, 비둘기, 강아지를 그리워하는 이유 또한 그 가치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내가 아직 윤동주 시인처럼 무언가를 그리워할 수 없는 것은 그것들과 아름다운 추억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아직 미성숙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감자 먹는 사람들’의 화자는 유년 시절의 가난을 ‘이해’했고, 그렇기 때문에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그리워’할 수 있었다.
<화자에게 편지쓰기>
결과가 좋았다면 추억, 좋지 않았다면 경험이라는 말이 있죠. 경험은 오로지 경험으로서 마음 한켠에 묻어두고 성찰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경험을 추억으로 승격시키는 당신의 삶의 자세가 저에겐 정말 신선했습니다. 질리도록 감자밥 도시락만 먹을 수밖에 없었던 고통스러운 가난을 원망하기는커녕 추억으로 아름답게 기억하며 그리워할 수 있는 당신의 성숙함을 본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