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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Nepal), 카트만두 가는 길
다음 여정인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가기 위해서 아침 6시에 다르질링을 떠났다.
출발지점이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 산맥 동쪽 끝자락인지라, 인도국경을 넘어가려면 네팔에서는 남동쪽 작은 도시 카카르비타(Kakarvitta) 근처로 가야한다.
다르질링 부근에는 인도와 함께 네팔, 부탄, 방글라데시 등 네 개의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라 군부대가 많고 검문이 이루어진다.
현지에서 합류하게 된 일행 다섯을 태운 지프차는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올 때와는 달리 끝없이 내려가야 한다. 날씨는 차갑고 안개마저 자욱해 시계가 10m정도도 안 된다.
다행스럽게도 드라이버 아저씨가 침착하게 운전 솜씨를 발휘한다.
이런 산길아침에도 교통체증이다. 어김없이 타이거 힐 일출 보고 오는 차들 때문이다. 하긴 나도 어제 일출을 보러 갔으니 말이다.
폭이 3~4m정도 밖에 안 되는 좁은 도로위에 서로 마주 오가는 차들끼리 엉키고 설키어 한 치라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절규라도 할 듯이 클랙슨 소리만이 메아리 친다.
한참을 서행과 정차를 반복하기를 한 시간 반, 정체구간을 벗어난 내리막길이지만 안개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는다.
‘Slowly, Slowly’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
아침을 먹지 못해 무척 배가 고프다.
마침 드라이버 아저씨는 비탈길 간이 휴게소 앞에 차를 세운다.
야채와 치킨이 들어 있는 모모 몇 개와 짜이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운다.
그리고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11시쯤 네팔 카카르비타 근처의 인도 국경에 도착했다.
거의 90km되는 거리를 5시간 만에 도착한 셈이다.
인도와 네팔은 우호국이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국경의 관문은 마치 이웃집을 오가는 것처럼 국경 같은 긴장감도 없고 허술하게 보인다. 양국에서는 취업비자면제 협정을 맺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트럭, 버스, 승용차, 릭샤나 모터 바이크를 타거나, 혹은 걸어서 1km 남짓한 국경을 자유롭게 오간다. 네팔 쪽에서 인도 쪽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그냥 네팔로 넘어 가도 무방할 것 같지만, 나중에 출국할 때 공항에서 검색에 걸려서 벌금을 크게 물거나 감옥까지 간 사람도 있다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인도 측 Immigration office에서 출국 스탬프를 받고, 사이클 릭샤를 타고 국경다리 건너 네팔 쪽 Immigration office에서 즉석 비자발급 받을 수 있다. 이때 비자의 발행일과 유효기간 날자 확인을 꼭 해야 한다. 왜냐면 여권에 스탬프를 찍고 관리가 수기로 작성하기 때문에 가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비자발급은 돈을 줘야한다. 15일 유효비자가 25 USD(미국달러)이고, 30일이 40 USD, 3개월이 100 USD이다. 인도국경 출국신고에서 네팔비자 발행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 시간도 안 걸린다. 국경을 넘는 외국인이 거의 없다 보니 사람의 수작업으로 해도 처리속도가 빠르다.
시간은 정오도 안됐다. 카트만두 행 로컬버스 출발시간은 오후 5시이고 도착 예정시간은 내일 오전 8시로 예상이라고 한다.
460km정도 되는 거리를 밤새 버스를 타고 15시간은 달려야 도착한다는데, 오후 5시까지 무엇을 하지?
시간을 어떻게 때울까 생각하던 중에 한 가닥 나쁜 소식을 접한다.
로컬버스 좌석을 알선해준 현지 여행사 직원이 하는 말, 파업 때문에 버스로 카트만두에 갈 수 없다고 한다.
파업은 네팔의 정부의 지시로 전국 동시에 시행하는 것으로 사회, 공공의 모든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앞으로 3일간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버스는 물론 택시, 릭샤까지도 운행되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날벼락에 무슨 대책이 없을까 하는 나의 하소연에 두 가지 방법이 있고 한다.
하나는 파업 끝나기 기다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공항과 비행기는 파업에서 열외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비행기 값이 엄청나다. 180 USD란다.
맙소사! 내가 인도에서 약 보름간 먹고 타고 다니고 하면서 사용한 비용이 약 250불인데, 비행기 한번 타는 데 180불이라니!
(인도의 물가는 대략 서울의 25% 정도라고 한다. 특히, 생필품이나 열차,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의 가격은 매우 저렴하고 술, 담배 등 기호품의 가격은 물가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이 특징이다.)
일단 이 시골 지역을 벗어나야 하겠다는 생각에 비행기로 가겠다고 비행기를 알선해달라고 부탁하니, 오후 2시 비행기에 좌석이 있다고 말한다.
현재 시간이 12시50분, 약 40km 떨어진 공항까지 택시를 타고가면 40~50분은 걸리는데, 택시도 총파업이니 어떻게 30~40분 안에 공항에 간다는 말인가?
여행사직원의 제안은 이 상황에서는 모터 바이크를 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비용은 네팔 루피 800. 우리 돈 만원! 급행료 치고는 엄청 나다.
(카카르비타에서 카트만두까지 로컬버스비용이 800~1,000네팔루피다.)
비행기로 결정한 이상 공항까지 갈 수 있게 해준 것도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데 내 배낭은 어떻게?
내 무거운 배낭을 바이커 드라이버 등 뒤에 얹고 그 뒤에 내가 타면 된다는 것이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선택이 없는 것 같아서, 조심해서 가자고 부탁했더니,
바이크 드라이버는 웃으며, “No Problem, Take it easy. Don't worry!" 내 어깨를 두드린다.
모터바이크는 쏜살같이 달려간다. 공항으로 가는 중간 중간이 비포장이거나 도로가 파헤쳐진 웅덩이가 있긴 하지만 드라이버는 손목시계를 보아가며 뒤돌아 나를 보면서 안심하라는 말을 하며 능숙하게 달려간다. “Easy, easy! Don't worry!"
가면서도 네팔에는 처음 왔느냐? 언제 왔느냐? 등의 질문을 큰 소리로 계속해 댄다.
나를 안심시키려는 배려일 것이다.
거의 삼 십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시골 공항은 성급했던 내 마음과는 달리 평온하다.
모든 결정이 순식간에 이루어 졌지만, 밤새 15시간이상을 험로산길을 버스를 타고 가야할 거리를 45분 비행이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놓인다.
비행기도 구식 프로펠러 기종으로 30여명 정도의 소형여객기다.
티켓팅을 하면서 항공사직원의 한 가지 팁을 알려준다.
탐승은 좌석배정이 없이 선착순이며 가는 중에 에베레스트 옆을 지나기 때문에 날씨만 좋으면 정상의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반드시 오른쪽에 앉아야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응급 결에 타게 된 비행기지만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보게 되는 행운을 가지게 될 줄이야!
아주 작은 여객기이지만 승무원이 음료와 간단한 스낵을 서비스한다.
이륙하고 20여분쯤 지나니 방송을 통해 기장이 지금 에베레스트 옆을 지나고 있다고 한다. 준비한 내 카메라로 그 장관을 몇 컷을 찍었다.
푸르른 하늘과 하얀 구름에 둘러 싸여진 히말라야 설봉들이 비행기 옆을 지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말로도 형언하기 힘든 감동이 밀려온다.
그리고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네팔을 내려다보게 된다.
네팔은 세계의 지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대부분이 산이다.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헐벗은 황토색의 바위 산들 뿐이다.
아득히 산중턱 혹은 산 정상 가까이 길을 내고 집을 짓고 사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운명이 저렇게도 험하고 척박한 자연조건에서도 집을 짓고 땅을 일구어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 인다.
높은 하늘 위에서 감히 신(神)의 시야에서 내려다보면,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없을 것 같은 황무지 돌산위에 몇 개의 점으로 이어지는 건물과 집들, 그리고 간간히 짐과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자동차들이 찌든 가난을 태생적인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라는 하늘의 명령이라면 네팔리(Nepali, 네팔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일까?
표현이 지나친 것인지 모르지만 네팔은 그 만큼 모든 환경이 열악하다.
꿈의 나라인 미국처럼 천혜적인 자연환경을 물려받지 못한 때문인지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인 것 같다.
가장 기초적인 사회자본의 원천인 전기와 수도가 아주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에서 매일 낮과 밤 시간에 단전시간을 정하고 있고, 또한 수시로 정전되기도 한다.
수도시설은 더 열악한 것 같다. 카트만두 같은 제일의 도시는 상수도 공급이 나름 원활하지만, 포카라 같은 제2의 도시 조차도 동네마다 여인네들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몇 백 미터까지 물을 길러 간다고 한다. 60~70년대 우리나라에 상수도 보급이 있기 전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다.
관광지의 숙박시설이나 식당 같은 곳은 자가 발전기를 가동하기는 하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인지 수도 카트만두에도 5층 이상 고층건물이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엘리베이트 때문이겠지.
카트만두 공항 도착해서, 공항건물을 나와 내 배낭을 찾고, Prepaid Taxi를 타고 여행자 거리인 타멜 지역의 숙소로 가니 오후 5시다. 비행기를 타고 와도 인도의 다르질링에서 11시간이 걸린 셈이다.
공항에서 시내로의 이동은 프리 페이드 택시가 가장 안전한 것 같다. 택시드라이버가 목적지의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확인을 받아가야 운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멜 지역은 이태원과 비슷한 자유롭고 다채로운 외국인 여행자거리라고 보면 된다.
인도 델리의 빠하르간즈와 방콕의 유명한 여행자거리와 함께 세계 3대 여행자 거리로 불린다.
숙박시설, 호텔, 게스트하우스 등을 비롯하여, 카페와 식당들, 전 세계 각국의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 심지어 북한식당도 있다.
각종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는 상점들, 히말라야지역에서 생산되는 캐시미어, 파시미나 제품이나 수공예 제품들을 취급하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기위해 사람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트레커를 위한 전문 아웃도어 용품매장들도 즐비하다. 가격은 우리나라 국내수준보다 훨씬 싸다고 보면 된다.
또한 트레커들을 위한 스파, 테라피, 안마서비스 같은 전문 샵들도 성황을 이룬다.
생필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들도 몇 개 영업을 하고 있다.
인도와는 달리 주류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지만 값은 비싼 편이다. 또한 라면 등 한국 식료품도 판매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려고 법석을 떨다 보니 아침에 먹은 모모 몇 조각이 오늘 요기의 전부다.
공항에 식당이 없어 환타 오렌지와 비스킷 몇 조각으로 때웠는데, 뱃가죽이 달라붙었다.
타멜 거리의 네팔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시켜 먹었다.
배고픔 뒤의 그 꿀맛은 배낭 여행자에게 마치 영혼의 에너지를 재충전시키는 것 같다.
그래도 짧은 시간에 탈 없이 카트만두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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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공항에 식당이 없다니...놀라워요.^^
영혼의 에너지...놀라운, 멋있는, 그리고 시적인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