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더 탑에 도전하기
2023년 1월 10일 JTBC의 예능 프로 ‘오버 더 탑- 맨즈 챔피온쉽(Over the Top – Man’s Championship)’ 마지막 회가 방송되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팔씨름 No1을 찾아라’는 내용의 팔씨름 천하장사를 가려내는 리얼 예능방송이다. 씨름은 우리의 민속놀이로 알려져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문헌에 의하며 삼국시대부터라고 보는데 고구려를 구성한 소노(消奴), 절노(絶奴), 순노(順奴), 관노(灌奴), 계루(桂婁) 부족은 서로 고추가(古鄒加, 족장의 존칭) 시합을 벌였다. 이때 경기 종목은 각저(角觝), 승마(乘馬), 궁사(弓射), 수박(手搏) 등이 있었다. 각저가 바로 씨름이다. 우리 문헌의 씨름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사〉에 나오는데 ‘충혜왕(忠惠王)이 용사들에게 씨름을 시키고 구경했다’고 기록되었다. 조선시대는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金弘道)의 풍속도에 씨름그림(角力圖)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 시대는 씨름이 대중화된 시기라 볼 수 있다. 구한말 일제의 침략 전인 1899년 4월 30일에 학부(學部)가 주최한 한성 내의 관, 사립학교 대운동회에서 학생들의 경기종목으로 씨름을 하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12년 10월 유각권구락부(柔角拳俱樂部)가 주관하여 극장 단성사(團成社)에서 열렸던 씨름대회가 효시라 하겠다. 1927년 광무대(光武臺)에서 주관한 씨름대회가 단성사에서 있었다. 그해 조선씨름협회가 결성되어 여운형(呂運亨)을 초대회장으로 추대하고 제1회 전조선씨름대회를 개최했고 1936년에는 협회 설립 10주년 기념으로 전조선씨름선수권대회를 조선일보 강당에서 개최했다. 1929년 중앙기독교청년회 주최하는 제1회 전조선씨름대회가 개최되었다.
1945년 광복 후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 당했던 조선체육회가 대한체육회로 재탄생하면서 각 경기단체를 가입시켰다. 1946년 3월 7일 조선씨름협회는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로서 15번째로 정식 가맹하였고 1947년에 ‘대한씨름협회’로 명칭을 바꾸고 협회규약 및 경기심판규정을 만들어 운영을 강화하였다. 그해 제1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가 개최되었고 제28회 전국체육대회 시범종목으로, 이듬해 1948년 제29회 전국체육대회 정식 종목으로 씨름이 채택되었다. 그 이후 각 기관들은 여러 명칭의 씨름대회를 개최하였다. 1952년 전국장사씨름대회를 시작으로 1960년 초급대학연맹전, 1961년 전국종별씨름선수권대회, 전국초급대학연맹전, 1963년 대통령기쟁탈 전국장사씨름대회, 1965년 전국장사씨름대회, 1969년 대한노인회 회장기 쟁탈 전국장사씨름대회, 1971년 서라벌기 쟁탈 씨름대회, 회장기 쟁탈 학생 씨름대회, 1972년 KBS배 쟁탈 전국장사씨름대회, 문교부 장관기 쟁탈 국민교 씨름대회, 1973년 회장기 쟁탈 전국장사 씨름대회, 1978년 부산씨름 협회장배 전국장사씨름대회이다. 이렇게 활발한 씨름대회에 힘입어 1978년 3월 10일에 한국대학씨름연맹이 발족되어 씨름의 발전을 꾀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 씨름은 더욱 활성화되었다. 1983년에 민속씨름협회를 중심으로 프로팀이 발족했다. 이 시기는 야구, 축구 등 한국사회 스포츠 프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시기와 맞물려 전격적으로 이루었다. 프로 씨름대회에는 모두가 참가하여 우열을 겨룰 수 있다. 천하장사대회, 월별 체급장사씨름대회를 개최하여 씨름 붐을 유도했다. 대한씨름협회는 각종 대회에 체급별 경기를 신설하여 초중고 2체급, 대학, 일반부는 3체급으로 나누어 실시하여 비교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을 확보했다. 마침내 1983년 4월 14일 장충체육관에서 제1회 천하장사씨름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에서 장지영, 황영호 장사를 누르고 무명의 경남대 2년의 이만기 장사가 천하장사에 등극하여 대이변을 연출했다. 이는 4일간의 27,000명의 관중을 모으는데 한몫을 담당했고, 결승전 시청률은 61%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 후 1986년 학생선수들은 프로대회 출전이 금지되는 바람에 통일천하장사대회만 출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대학 선수는 일반부 경기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실력의 하향평준화 길에 들어섰다. 더욱이 각 프로 구단은 12명 이상의 선수를 보유해야 해서 각 구단은 유망주 학생선수를 영입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학생선수들은 학업을 포기하고 프로에 입단하였다. 대학 씨름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그 후 1990년대 이후는 씨름계의 주도권 싸움을 위한 내홍이 발생하여 씨름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고 그때 프로 농구 인기 때문에 프로씨름은 더욱 잊혀갔다. 2천 년대 들어와 씨름의 활성화를 위하여 대학 씨름부 감독들을 중심으로 한국대학씨름연맹이 결성되어 이듬해 2003년 대한씨름협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그해 4월 4일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역사적인 씨름대회를 개최하였으니 세라젬배 전국대학 군산벚꽃장사씨름대회다. 그 후 씨름은 남자들만의 스포츠가 아님을 확인하듯이 여자씨름대회를 개최하였으니 2009년 6월 26일에 제1회 국민생활체육 전국여자천하장사 씨름대회가 구례군 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되어 씨름의 활성화를 꾀했다. 여기에 씨름은 다양한 예능프로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국민들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최근에 각 방송사들은 스포츠를 매개로 예능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방송하고 있다. 씨름으로 KBS의 씨름의 희열(2019), tvN의 씨름의 제왕(2022)과 씨름의 여왕(2022), 채널A의 천하제일의 장사(2022)가 있다. 전국팔씨름 대회, 장애인 팔씨름대회, 여성팔씨름대회도 방송되었다.
영남지방에서는 서로 버티며 힘을 겨룬다는 뜻으로 ‘씨룬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씨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한문으로는 각저(角觝)라고 하는데 角은 다툰다는 뜻이고 觝는 닿는다는 뜻으로 서로 몸을 긴밀히 붙여서 힘을 겨룬다는 뜻이다. 씨름은 상대를 붙잡고 넘어뜨리는 스포츠 경기다. 힘과 기술의 조합으로 최고의 장사를 가린다. 천하장사라는 말이다. 팔씨름 대회 명칭 ‘Over the Top’은 천하장사로 해석하면 적절할 듯하다. 최고의 강자를 넘어뜨린 사람이 진정한 ‘Over the Top’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의 슈퍼 울트라 초강력 힘의 Over the Top은 누구일까? 단연코 창조주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하늘과 땅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분이시다. 그 하나님을 씨름하여 넘어뜨릴 수 있다면 그가 진정 Over the Top이다. 성경에는 하나님과 씨름하여 승리한 사람이 나온다. 바로 야곱이다. 야곱은 형 에서와 불화로 인해 20년 동안 헤어져 살았다. 성공한 후 다시 형을 만나러 가는데 형 에서가 군사를 동원하여 자신을 맞이한다는 소식을 듣고 야곱은 심히 불안했다. 형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아내들과 자녀들을 형에게 먼저 보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얍복강에 홀로 남았을 때 그는 전능하신 엘로힘 하나님을 만났다. 하나님께 복을 달라고 밤새 하나님과 씨름했다. 날이 밝아오자 하나님은 그의 환도뼈를 쳐서 골절시켰지만 야곱은 끝까지 씨름 샅바를 놓지 않고 버텼다. 결국 하나님은 야곱에게 이름을 물으시고 그의 이름을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바꾸어 주셨다. 그 뜻이 바로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하나님이 져주신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매달리는 사람에게 져주시는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뜻이다. 천하장사(Over the Top) 하나님도 이런 사람을 만나면 지신다. 기도하는 사람이다. 기도는 하나님께서 응답을 하시겠다고 전제하신 약속이다. 끝까지 참고 기다리는 사람만이 하나님의 응답을 받아낼 수 있다. 기도의 응답은 하나님이 인내하며 버티는 기도의 사람에게 져주시고 약속하신 대로 내려주시는 은혜다. 진정한 Over the Top은 기도하고 응답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참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은 기도하는 사람이다. 진정 Over the Top(天下壯士)이다. 새해는 한 번 천하장사에 도전해 보는 게 어떨지?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창세기 32:28).
오버 더 탑
제1회 오버 더 탑의 우승자 주민경 선수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 씨름도
천하장사씨름대회
제1회 국민체육진흥공당 주관 전국 여자천하장사 씨름대회(2009년)
제14회 전국여자천하장사씨름대회 천하장사 임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