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에는 진월동 삼익세라믹 아파트에 살았다.
아파트에서 큰길로 내려가면 버스정류장 옆에 작은 책방이 하나 있었다.
책 대여 체인점인‘깨미책방’
그 시대를 함께 살았던 사람이라면 깨미책방을 잘 알 것이다.
당시의 관련 뉴스를 한번 살펴보자.
광주(光州) 책 전문대여점 등장 영세 서점 타격 입력 1994. 4. 26. 09:46 수정 1994. 4. 26. 09:46
(광주(光州)=연합(聯合)) 최근 광주(光州)시내 아파트를 중심으로 책 전문대여점이 등장하면서 영세서점들이 판매량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는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깨미책방' 문흥점이 문을 연 이래 '열린글방','북랜드 보람'등 3개 도서대여체인과 일반 대여점등 40여개소가 성업중이라는 것. 이들 도서대여점은 각종 소설과 잡지,아동도서등을 회원과 비회원으로 구별, 3백-1천1백원을 받고 4-5일씩 대여해 주고 있다. 또 깨미책방등 대여점은 체인점을 구성,시내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를 주로 공략하고 있으며 목포(木浦),여수(麗水),순천(順天)등 도내 도시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세서점업자들은 아파트 단지등에 대여점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 크게 감소해 생계유지가 곤란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光州)지역의 경우 모두 2백80여개의 서점이 있으나 이중 10여개를 제외한 나머지가 영세해 대여점의 확산에 따라 업종전환등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서적상연합회 광주(光州).전남(全南)지부 趙秀雄지부장은 "주민들이 양질의 도서를 싼 값에 구독할 수 있는 점은 바람직하나 대여점의 확산으로 영세한 서점이 큰 타격을 받아 업종전환등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연합뉴스. (출처: https://v.daum.net/v/19940426094600003) |
깨미책방이 버스정류장 옆에 있어서 나는 등하교시 자주 들러 책을 빌리곤 했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글밥책은 좋아하지는 않아서 대부분 빌리는 책들은 만화책이었다.
만화책은 권당 300원, 글밥책은 권당 5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만화책을 사서 볼만큼 용돈은 없고 당시 유행하던 만화책은 보고 싶고... 게다가 동생과 나눠볼 수 있었기에 아주 가성비 최고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집 바로 앞에 있어 가까워 다녀오기도 편했다.
당시 주로 빌렸던 만화책은 드래곤볼, 닥터슬럼프, 슬램덩크, 북두신권이다.
모두 일본만화다.
지금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대중문화를 우리나라가 이끌고 있는데, 90년대에는 일본문화가 전 세계를 이끌었다.
청소년기의 우리도 그 영향을 참 많이 받은 것 같다.
왜 그렇게 일본 만화는 자극적이고 재미있었을까?
그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일본문화를 동경하고 있었다.
매일 만화책을 빌리고 반납하며 동생과 함께 드래곤볼, 닥터슬럼프, 슬램덩크, 북두신권 전체를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두 형제가 만화책을 쌓아놓고 거기에 푹 빠져 중학생 시절을 보냈으리라.
시리즈 한편이 만화책으로 50권도 넘었으니 권당 300원씩이면 돈도 어지간하니 들었겠지.
깨미책방이 진월동에 없었으면 어쩔 뻔?
당시 유행하던 그 만화(문화)를 결코 보지 못했으리라.
고등학생이 되면서 공부하느라(?) 만화책을 더는 읽지 못하며 나의 깨미책방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그렇다고 과연 내가 공부를 열심히 했을까? ㅋㅋㅋ
진월동의 청소년들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던 우리의 ‘깨미책방’.
참 고마운 책방이었다.
지금은 거의 다 없어져서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없어진 거겠지.
아니면 사람들이 예전처럼 책을 읽지 않는 것이거나.
나의 가슴 속 추억 하나가 같이 사라진 것만 같아 참으로 아쉽다.
나의 추억과 지금 끄적이는 글로만 기억할 뿐...
사람 일은 참말로 모르겠다.
당시에 만화책만 보던 내가, 지금처럼 책을 좋아하게 되리라고 생각했을까?
지금은 만화책보다 글밥책이 훨씬 재밌고 좋기만 한데.
내가 그 시절을 추억하며 컴퓨터 앞에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리라고 1도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중학생 시절을 생각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나의 ‘깨미책방’.
없어진 책방이 아쉬워 중학생 시절의 추억 하나를 살포시 꺼내 본다.
#나의진월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