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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주문 서너 건에 그칠 때도…어렵더라도 계속하는 것이 나눔"
김병훈씨와 구영이씨 [촬영 박성제] |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음식을 사주는 손님들이 기부하는 것이지요. 저희는 손님들의 마음을 전달했을 뿐입니다."
7일 부산 북구 구평동에 있는 10여평의 아담한 식당에 들어서자 벽 한편에 붙어 있는 십여개의 표창장이 눈에 띄었다.
지난 세월 동안 김병훈(67)씨, 구영이(59)씨 부부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 것에 대해 부산시를 비롯한 곳곳에서 이를 치하한 것이었다.
치킨과 찜닭을 파는 김씨 부부는 20년 동안 하루 수익의 1%가량을 모아 매년 동사무소에 전달하고 있다.
하루 12시간의 장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닫기 전, 김씨 부부는 조그마한 통에 3천∼5천원가량의 지폐를 집어넣는다.
그러고 3∼4개월가량이 지나 통이 가득 찰 때면 은행에 가서 계좌에 돈을 입금한다.
김씨는 "연말마다 이렇게 모은 100만∼2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동사무소에 기부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돼지 저금통에 모아 그대로 가져다줬는데 현장에서 지폐 세기가 어려워 이제는 은행에서 바로 출금해 간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가 매일 모으는 돈 [촬영 박성제] |
이들이 봉사를 시작한 것은 노인전문요양원에서 중증 치매에 걸린 김씨 어머니를 물심양면으로 돕던 자원봉사자들을 목격하면서부터다.
대소변을 받거나 목욕, 병간호 등 고된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웃음을 잃지 않는 봉사자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구씨는 "어머니를 뵙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도 봉사자들처럼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일이 벌써 20년째"라고 전했다.
요리하는 구영이씨 [촬영 박성제] |
오랜 세월 동안 기부하다 보니 어려울 때도 있었다.
수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하루에 배달주문 건수가 서너 건에 그친 적도 있었다.
10년 전에는 구씨가 귀갓길에 강도들로부터 폭행당해 한달가량 가게 문을 닫기도 했다.
이후 다시 문을 다시 열었지만, 예전처럼 주문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구씨는 "가게가 어려울 때도 계속 기부를 하고 싶다는 남편의 의지가 강해 그동안 쉬지 않고 기부해왔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의 이러한 선행이 알려지면서 복지관 등에서도 별도 봉사를 요청하기도 한다.
김씨는 "복지관에 직접 가서 치킨을 튀겨 대접하거나, 지인들과 함께 생필품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봉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요리하는 구영이씨 [촬영 박성제] |
김씨 부부는 장사하는 동안 앞으로도 계속 기부를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씨 부부는 "가업을 이어받는다면 자식들에게도 기부하라고 권하고 싶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가늘고 길게'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선행을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웃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