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노트 31
질문 : 망상이 많이 일어나고 수행의 진전이 없어서 점점 흥미를 잃어갑니다.
답변 : 위빠사나 수행은 목적지에 갈 때까지 나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기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비가 오고, 해가 뜨고, 새가 노래하고, 꽃이 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
이러한 알아차림을 통해서 무상, 고, 무아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목적지에 가면 중간에서 본 여러 가지 좋은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다. 한두 시간의 좌선이 집중의 힘을 키우지만 집중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집중의 힘도 필요하지만 지혜의 힘이 함께 해야 한다.
< 참고 >
수행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탐욕입니다. 수행이 잘 안 된다고 실망하는 것이 성냄입니다. 수행은 전에 해보지 않은 새로운 정신세계의 밭을 경작하는 과정입니다. 밭을 경작하려면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수확할 때까지 기다리는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렇듯 수행도 반드시 일정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수행을 시작하고 수행이 잘 안 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이때 실망하고 흥미를 잃는 것도 하나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면담입니다. 수행은 자기 습관과의 싸움이라서 혼자서 하기 어렵습니다.
수행 중에 망상이 많이 일어나는 것도 수행의 과정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망상을 통해서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전에는 망상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수행을 하다 보니 망상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망상은 평소의 생각입니다. 마음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과거 미래의 것들에 대해 이것저것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잠시도 고요할 틈이 없습니다. 사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망상할 때는 망상하는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런 뒤에 가슴의 느낌이나 호흡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마음이 일을 하는데 마음이 망상을 하면 일할 동력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래서 수행이 안 될 때는 수행이 안 되는 것으로 인해서 생긴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래야 일꾼이 정신을 차리고 일을 합니다.
흥미가 없어질 때는 “지금 내 마음이 흥미를 잃고 있네”하고 알아차리십시오. 수행은 언제나 현재 나타난 것이 알아차릴 대상입니다. 이때 흥미가 없는 것을 알아차리는 마음은 선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알아차리면 수습이 됩니다. 그래도 수습이 안 되면 “이런 경우에 부처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수행을 하는 누구나가 겪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나만 겪는 일이 아닙니다. 이런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 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어려운 과정을 참고 견디는 인내가 없으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훌륭한 수행자는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정신적인 성숙을 이룹니다.
2. 질문 : 수행 중에 불안한 생각이 일어나 대상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답변 : 불안할 때는 불안한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불안함은 남이 준 것이 아니고 자기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한다. 이때 불안함뿐만 아니라 두려움도 알아차려야 한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어 시간이 지나면 불안함과 두려움이 커져서 다른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생긴다. 불안함이나 두려움만이 아니고 미워함이나 싫어함이나 좋아함도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한다.
< 참고 >
불안한 생각을 할 때는 선하지 못한 마음의 상태입니다. 선한 마음일 때는 마음의 평온과 부드러움이 있습니다. 누구나 선한 마음과 선하지 못한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안할 때도 있고 평온할 때도 있습니다. 불안함이 많으면 선하지 못한 마음의 상태가 더 많을 때입니다. 평온함이 많으면 선한 마음의 상태가 더 많을 때입니다. 이런 마음의 상태는 업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습니다.
불안할 때는 불안한 마음이 알아차릴 대상입니다. 불안함은 이루지 못한 욕망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습니다. 또 과거에 대한 후회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기기도 합니다. 불안함의 원인은 너무 많습니다. 이러한 원인을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불안한 마음을 대상을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처방법입니다.
수행의 일차적 목표는 어느 것이나 나타난 현상을 대상으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런 뒤 다음의 단계의 목표는 마음이 평온한 상태에서 대상에 마음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때 대상에 마음을 오래 기울이는 것이 집중입니다. 이런 집중의 상태에서 마지막 단계인 지혜가 납니다. 그러므로 수행을 하면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을 대상으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 현상이 좋은 것이거나 나쁜 것이거나 알아차릴 대상으로서는 똑같습니다.
5. 질문 : 망상을 할 때 망상을 알아차리면 망상이 즉시 사라집니다. 그런 뒤에 다음 대상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망상을 하게 됩니다.
답변 : 망상을 알아차려서 사라지면 즉시 호흡의 일어남과 꺼짐으로 돌아와야 한다. 만약 망상을 알아차린 뒤에 틈이 많이 생기면 그 사이에 또 다른 망상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 참고 >
하나의 대상을 알아차린 뒤에 즉시 다음 대상으로 옮겨가서 알아차리려면 수행에 대한 능숙함과 적응력이 있어야 합니다. 아직 알아차리는 힘이 약하면 하나의 대상을 알아차린 뒤에 다음 대상으로 옮겨가서 알아차리는 것이 서툽니다. 그래서 주 대상과 보조 대상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위빠사나 수행의 주 대상은 호흡입니다. 그렇다고 호흡이 주 대상이라서 항상 호흡만 알아차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신수심법이라는 네 가지 대상을 알아차리기 때문에 알아차릴 대상이 매우 많습니다. 다만 호흡은 몸을 알아차리는 수행으로 좌선을 할 때 주 대상으로 삼습니다.
수행은 좌선만 하는 것이 아니고 경행과 일상의 알아차림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대상이 많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가는 알아차림이 부족하면 그 사이에 망상이 들어와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장애는 누구나 겪는 어려움입니다.
망상을 할 때 망상을 알아차린 뒤에 잠시 아무 것도 대상으로 삼지 않고 멍하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즉시 다른 망상이 들어옵니다. 그러므로 망상을 할 때는 망상한 마음을 알아차린 뒤에 망상한 마음으로 인해서 생긴 가슴의 느낌이나 호흡을 알아차리면 하나의 대상과 다음 대상이 바로 연결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과정을 거듭 익히면 지속적인 알아차림이 유지되어 집중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좌선을 하다가 경행을 하거나, 경행을 하다가 좌선을 하거나, 잠자리에 누울 때나, 식사를 할 때나 알아차림이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행위에서 다른 행위로 옮겨갈 때 알아차림을 지속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다른 행동으로 옮겨갈 때 먼저 의도를 알아차리면 자연스럽게 다음 대상을 지속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수행자의 모든 행위는 반드시 의도에 의해서 움직이므로 의도를 알아차리면 수행과 수행을 이어주는 매우 훌륭한 교량역할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