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2
판관기 17장~21장까지!
묵상ㅡ
하느님 자신을 상속재산으로
받은 레위인의 품격이
분별없이 변질되어간다.
지나가던 나그네가 레위인이라
하여 덥썩 사제로 삼아, 아버지
역할까지 맡겨놓고는, 자기
직속 무당처럼 부린다.
하느님도 그러실 거라며
지레 짐작 또는 합리화를
하면서 제 눈에 옳게
보인다고 착각하기 때문.
이에 앞서 미카에게 분별없이
우상신을 섬기도록 부추긴
어머니의 사랑 역시 왜곡되고
기이하다. 도둑질한 아들을
훈육하기는커녕 축복하고,
아들이 훔쳐간 은을
돌려주는데도 너를 위한
불상을 만들어주겠다며,
주제넘은 호의를 베푼다.
신당을 번창시키는 짓을
자행한 고로, 아들이 주님이
아닌 레위인 사제와 불상을
더 의지하게 만든 거다.
(판관 17,4)
그 어머니는 은 이백 세켈을
떼어서 은장이에게 주어,
조각 신상과 주조 신상을
만들게 하였다. 그것은
미카의 집에 모셔졌다.
제 눈에 옳게 보였으니
그랬을 터, 예나 지금이나
자식 망치는 건 엄마들
극성 탓이다.
그 다음, 어떤 레위인과
소실에 대한 이야기는
더 기가 막힌다. 각자 자기
눈에 옳게 보이는 대로
살다 보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판관 19,9)
그 사람이 소실과 종을
데리고 떠나려 하는데,
그의 장인, 곧 그 젊은
여자의 아버지가 또
권하는 것이었다.
“이보게, 날이 저물어 저녁이
다 되어 가니 하룻밤 더 묵게나.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길을 떠나 자네 집으로 가게나.”
그런데 사위는 장인어른의
간곡한 부탁에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 밤에 길을
떠난 거다. 하룻밤 더 묵으며
즐겁게 지내다 갔으면,
그럴일도 없었을 텐데,
굳이 자기 뜻대로 나서더니만.
어른이 조언을 하면 좋은말로
할 때, 고집을 굽힐 것이지.
가엾은 소실, 불쌍한 희생양,
제 눈에 옳게 보이는 대로만
하면 그만인거다.
대체 뭣이 중헌디.
오늘 판관기 드라마에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똑같았다.
<프롤로그>
그 시대에는 이스라엘에
임금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제 눈에
옳게 보이는 대로 하였다.
(판관 17,6)
씬1/미카와 어머니, 은 도둑
사건 스케치. 어머니의 반전,
용서와 축복, 왜곡된 사랑,
불상과 신당 등장, 우상숭배
씬2 /레위인 나그네 출연,
미카의 사제와 아버지직 제안,
예언직인지 무당직인지 모를
야매 사제 활약상.
씬3/어떤 레위인과 소실.
부부싸움 후 친정나들이행.
소실을 찾아가는 남편,
장인어른의 호의와 대접,
하룻밤 더 묵고 가라며
설득하는 노인과 그 밤에
소실을 데리고 떠나는 사위.
씬4/밤길에 잘곳을 찾던
남편과 소실 일행, 나그네를
환대하여 집안으로 들인 주인,
동네 건달들 손님 내보내라고
협박, 애먼 소실을 인당수
심청이처럼 던져 버리고,
능욕당하는 장면, 죽은 소실을
자기 분노의 희생물로 삼아,
토막을 내어 각 지파 상속지로
보내는 파격적인 복수 행각.
화면 디졸브되면, 판관기
대장정의 막이 내리고
에필로그 자막이 화면 중앙에 뜬다.
<에필로그>
그 시대에는 이스라엘에
임금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제 눈에
옳게 보이는 대로 하였다.
(판관 21,25)
ㅡㅡㅡㅡㅡㅡㅡ
제 눈에 옳게 보이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판관기 사람들만이 아니다.
나 역시 기도한답시고
내가 마치 주님 뜻을
알고 헤아리고 있는 양,
하느님이 다 해주신 거다,
하느님이 이렇게 하기를
원하실 거다, 그러므로
남편이나 자식들한테도
하느님을 들먹이며
안 하면 곤란할것처럼
강요하고, 잘 분별해서
훈육하고 가르치기보다
비유를 맞추고 만족시키려
애쓰면서 거짓 평화를 도모
했던 일들이 많았던 거다.
사람의 길이 제 눈에는
모두 바르게 보여도 마음을
살피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잠언 21,2)
사람에게는 바른길로 보여도
끝내는 죽음에 이르는 길이
있다.(잠언14,12)
위 두 말씀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여 내 고질적인 신념이나
시대착오적인 생각들이,
나를 파멸과 죽음의 길로,
인도할 수 있음도 기억할
일이다. 때로는 옳고 그름,
맞고 틀림에 집착하기보다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판관기에서 나는, 제 눈이 아닌
하느님의 눈에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는 은총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님, 제 눈에 옳은 대로가
아닌, 당신 눈에 옳은 대로
바르고 분별력있게 살아가게
해주소서.
이태리 오르비에토 성체의 기적 성당 마을
첫댓글 묵상 글 잘 읽고 갑니다.
오늘도 묵상 글 넘 고마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