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비
박장호
이 비가 내리길 정확하게 11개월을 기다렸다.
훨씬 전에 권총은 녹슬었고 장미는 시들었다.
엑슬은 녹슬, 슬래쉬는 시들, 밴드 권총과 장미.
나는 전쟁과 평화를 말했고 남들은 남녀의 성기를 말했다.
나는 남북전쟁을 말했고 남들은 시가전을 말했다.
나는 인내를 말했고 남들은 환자를 말했다.
객석으로 술병을 던지던 지구상에서 가장 난폭한 밴드.
나는 정당방위라고 말했고 남들은 폭행이라고 말했다.
나는 미치고 싶었고 남들은 정신차리라고 말했다.
나는 안다. 권총과 장미가 사막을 건넜다는 것을.
희망을 절망적으로, 절망도 절망적으로.
나는 11개월 동안 미친듯이 정신차렸다.
흰국화행려술병여관젖은휴지갈라진철길죽은가수끊어진기타짧은손가락말더듬이
내 맞은편에 두었던 모든 것들.
건방지게도 잠시 열망을 품었었노라. 이에 깊이 사과한다.
그래, 11월의 신부와 관 속에 들어가련다.
11개월 동안 죽자고 나는 에들립만 쳤다. 죽자고 나는 기우제만 지냈다.
11개월 동안 한 번도 11월의 비는 내리지 않았다.
11개월 동안 나는 정신차린 듯 미쳤다.
젠장 뮤직비디오와 라이브클립은 항상 혼동된다.
이제 녹슬고 시든, 죽은 그들의 라이브클립을 나는 본다.
내가 미치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정신차리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죽은 엑슬과 슬래쉬가 살아 있는 연주를 한다.
녹슬고 시들고 죽고 살고, 이 문장은 이상하다. 처음부터 이상했다.
괜찮다. 나는 취했으니까. 항상 애매모호했으니까.
이 비가 11개월 동안 내리길 바랐다.
이 비가 내리길 11개월 동안 바랐다.
빌어먹을 그때 왜 관 속에 들어가지 못했을까?
신부가 없어서가 아니다. 나도 모른다.
나는 지금 전쟁과 평화의 죽은 삶을 본다.
러닝 타임이 15분만 됐어도 나는 벌써 죽었을 거다.
시도 아닌 이런 거 쓰지 않았을 거다.
이건 정당방위일까 폭행일까?
나는 인내라고 말하고 남들은 환자라고 말한다.
그들은 사막을 건너갔다. 각주를 달면 알까?
오늘 내가 얼마나 흔들렸는지. 얼마나 천박했는지.
왜 내게선 항상 비린내가 나는지.
남들은 정상적으로 살라고 내게 말했다.
권총과 장미는 노래한다. 어둠은 신경 쓰지 말라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영원한 것은 없다고. 11월의 비조차도.
그래서 미치겠다.
* 이 시는 록밴드 Guns and Roses의 곡명과 뮤직비디오를 사용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