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의 지옥과 천국
어린 시절 그림 동화에서 참으로 흥미로운 그림을 본적이 있다. 천국과 지옥의 그림이었다. 아직 그 그림이 나의 뇌리에 선명하다. 그림은 천국과 지옥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인데, 천국의 식당과 지옥의 식당이 동일한 사람들 동일한 진수성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은 수저가 어린아이만큼이나 길었다. 천국의 사람들은 큰 수저로 서로 상대방의 입에다가 음식을 넣어주니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지옥의 사람들은 그 긴 수저로 서로 자신이 먹으려고 하다 보니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아비규환이 되었다.
이 작은 우화는 우화가 아니라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아직 까지 뇌리에 선명하다. 인간은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항상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상대방의 결함과 단점만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곧 현실 안에서 지옥을 사는 사람이요, 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보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은 현실 안에서 천국을 사는 사람이다. 철학을 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항상 자신과 사상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상가들을 비판하고 헐뜯는 철학자들도 있고, 어떤 사상가들에게서도 그들이 지닌 장점을 보고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키는데 사용하고자 하는 철학자도 있다. 전자는 정신적인 지옥에서 사는 사람이요, 후자는 정신적인 낙원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철학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이러한 경향성이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어떤 신학자는 “세상에 악이 있으니, 악마는 있다”라고 하였다. 어둠은 결코 싸우거나 비판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둠은 오직 빛을 밝힘으로써 없어지는 것이다. 굼벵이도 구르는 제주가 있듯이, 누구라도 장점은 있기 마련이다. 사상이든 사람이든 그가 지니고 있는 장점과 밝은 면을 보여주는 것이, 그의 결함을 비판하는 것보다 그를 훨씬 그를 빨리 구원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단순한 진리 같지만 이 진리를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데는 아마도 평생이 걸릴 것 같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기적인 것이 극복되지 않는 한 천사의 말을 한다고 해도 울리는 징과 같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