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개요 작성(대지 작성)의 실제
박순오
설교는 먼저 본문과 주제가 정해져야 한다. 본문이 정해졌으면 그 본문에 대한 석의(釋義) 작업을 통해서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설교자는 이 작업을 통해서 그 의미를 하나님께서 최초에 말씀을 주실 때 어떤 의미와 의도로 그 말씀을 인간들에게 주셨는가를 파악하게 된다.
석의 과정이 끝나면 설교자는 해석 작업을 통해서 과거에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 오늘 우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를 찾아야 한다. 설교자는 받은 메시지를 전하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이제 본격적으로 설교를 작성하는 과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설교 원고를 쓰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설교의 개요 또는 윤곽(outline)을 잡는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이때 설교자는 설교 전체의 윤곽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설교의 서론과 본론과 결론의 내용을 큰 종이에 써 가면서 자료들을 첨가하는 방법을 쓴다. 특히 본론에서 대지들의 흐름과 움직임을 고려하여 본문의 의도와 중심 주제를 잘 떠받치는 대지들로 골격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설교 개요를 만드는 것은 설교를 작성할 때 전체 흐름을 보면서 설교를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쓰기 위함이다. 설교자는 반드시 설교의 윤곽을 잡아서 설교의 큰 방향과 틀을 잡도록 해야 한다.
본문의 의도에 충실하고 주제가 선명한 개요가 주는 유익은 크다. 설교 자체가 논리적 틀을 가지게 되고, 설교자 자신이 설교의 방향을 잃지 않게 되며, 청중 또한 설교의 진행을 쉽게 파악하여 설교의 적용 부분에서 은혜를 받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원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청중들은 15분이나 그보다 짧은 시간에 산뜻하게 짜여진 이야기 한 편을 시청하는 데 길들여져 왔다. 이러한 문화적 흐름의 결과로 설교는 짧고 감정을 유발하는 이야기식 비명제적 설교로 바뀌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성경적인 설교란 구조상으로는 이야기체일지라도 핵심은 명제적이라야만 한다. 설교는 진리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주제가 선명한 강해대지설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정교한 개요를 만들 필요가 있다. 개요 작성이 잘 되었는지의 여부를 살펴보는 체크 리스트로 김덕수는 다음의 몇 가지를 제시한다:
①전체 개요는 성경 본문의 의도와 형태에 충실한가? (본문의 의도)
②대지들은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통일성의 원리) 주제를 중심으로 대지들이 서로 연계성을 가지고 있는가?
③대지는 서로 구별되고 있는가? (차별성의 원리)
④각 대지가 점진성을 띠고 움직임을 갖도록 전개되고 있는가? (점진성과 움직임의 원리)
⑤구조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가? (단순성의 원리)
⑥대지가 단순한 사실 묘사보다는 명제적이고 적용 가능한 것인가?
⑦대지 전개가 논리적 순서로 되어 있는가?
어떻게 하면 본문의 의도를 벗어나지 않고 주제의 메시지를 선명하고 정확하게 전하는 설교 개요를 작성할 수 있을까? 설교 제목과 대지, 그리고 대지 해석을 작성하는 데 있어 다음의 다섯 가지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첫째, 제목을 본문의 의도에 충실한 중심 주제에서 ‘그대로’ 또는 ‘함축적으로’ 가져와야 한다.
제목을 만들 때 앞에서 언급한 바대로 본문의 주제를 잘 나타내도록 본문 속에서 그대로 인용하든지 본문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요약하여 주제를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설교의 주제가 본문의 의도를 살린 중심 아이디어를 문장으로 나타낸 것이라면 설교의 제목은 주제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구(phrase)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둘째, 대지(大旨, points)를 본문 속에서 ‘그대로’ 또는 ‘함축적으로’ 가져와야 한다.
본문에서 인용하는 면으로 보면 이 법칙은 제목보다 대지의 경우에 보다 엄격히 적용되어야 한다. 이것은 통일성(Unity)의 문제이다.
대지는 본문에서 나오는가, 아니면 주제에서 나오는가? 이것은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질문이 아니다. 대지는 본문에서도 나오고, 동시에 주제에서도 나온다. 다만 대지가 본문과 관계하는 방식이 다르고 대지가 주제와 관계하는 방식이 다르다.
본문이 대지의 토양이라면 주제는 대지를 만드는 틀이다. 본문이 대지의 재료를 공급한다면 주제는 대지의 구성과 성격을 결정한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대지는 본문에서 나오되 주제의 통제 하에 나온다’. 대지는 본문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대지가 섬기는 대상은 본문이 아니라 주제라는 말이다.
출처 : [좋은설교 18] 설교 개요 작성(대지 작성)의 실제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각각의 대지는 중심 주제로부터 나와야 하며 동시에 중심 주제를 뒷받침해야 한다. 대지들은 반드시 중심 주제를 지지하고 설명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설교는 본문을 떠나 광야로 나가 방황하게 된다.
먼저 조심해야 할 것은 ‘대지 진술’이 ‘대지 해석’이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중심 주제를 구성하는 소주제에 해당하는 본문 구절을 그대로 가져와 대지로 만들든지, 아니면 본문을 요약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때 대지는 가능한 한 간략하게 서술되어야 한다. 메시지의 많은 내용을 대지에 포함시키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엇보다 대지는 짧고 기억하기 쉬워야 한다.
예)
제목 : 친구 되신 예수님의 음성
본문 : 요 15:13-15
(13절)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14절)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15절)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주인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라.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 내가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라
1. 제목 : 친구 되신 예수님의 음성 2. 대지 : 1)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 하심 (13절) 2)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친구라 하심 (14절) 3) 너희를 종이 아닌 친구라 하심 (15절) |
셋째, 제목과 대지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대지를 잡았을 때 제목과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 즉 설교의 주제를 이루는가를 반드시 확인해 보아야 한다. 만일 제목과 대지가 연결이 되지 않고 따로 놀거나, 대지의 구성이 체계적이지 못할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진행과 절정(Movement and Climax)의 문제이다. 한 대지에서 다음 대지로의 진행은 논리적이어야 하며 회중에게 점진적인 중요성을 제공하여야 한다. 설교 대지들은 서로가 그 내용의 강조점이 달라야 하고 서로가 구별되는 것이어야 한다. 대지와 대지 사이에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지들은 처음보다 나중 것이 더 중요하고 무게 있는 방향으로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끝까지 청중들의 관심과 집중을 끌고 갈 수 있다.
예) “친구 되신 예수님의 음성”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목숨을 버리시는 친구로서, 계명을 순종하는 우리를 친구라 하셨다.
넷째, 본문 분해가 잘 되도록 대지를 잡아야 한다.
설교 본문이 3대지로 잘 뽑아졌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모든 설교가 3대지로 분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2대지나 4대지보다 3대지가 무난하다. 전체 대지의 흐름이나 순서, 또는 뽑혀진 내용이 본문의 중심 의도를 잘 구현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본문의 의도 중에 지엽적인 것들이 부각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선택된 본문이 적절하게 분배되도록 대지를 잡아야 한다.
제목과 대지가 연결이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은 곧 본문 분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것은 순서와 배열(Order and Proportion)의 문제이다. 각각의 대지는 그 중요성과 길이에 있어 균등하여야 하며 연속적인 연관성 가운데 표현되어야 한다.
예) 요 15:13-15 :
1. 제목 : 친구 되신 예수님의 음성 2. 대지 : 1)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 하심 (13절) 2)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친구라 하심 (14절) 3) 너희를 종이 아닌 친구라 하심 (15절) |
다섯째, 각 대지의 해석이 적절해야 한다.
설교의 생명은 해석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구약 성경의 사건, 인물, 서사부분(narrative)의 말씀 등은 고린도후서 3:14 말씀대로 예수 그리스도로 수건을 벗겨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이 완고하여 오늘까지도 구약을 읽을 때에 그 수건이 벗겨지지 아니하고 있으니 그 수건은 그리스도 안에서 없어질 것이라”
대지의 해석은 대지 진술의 내용을 설교 청중에게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적용적 해석’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대지 해석의 방법은 전후 문맥을 고려하여 직역 또는 의역을 선택한다.
예) 요한복음 15:13-15 :
1대지.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 하심 (대지해석: 우리 위해 모든 것 희생)
2대지.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친구라 하심 (대지해석: 행함의 신앙 강조)
3대지. 너희를 종이 아닌 친구라 하심 (대지해석: 말씀 깨닫게 하심)
위의 예를 보면, 예수님의 음성에 초점을 맞추어 ‘친구’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친구 되신 예수께서 지금 우리에게 이야기하듯이 말씀을 끌고 가도록 개요를 작성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