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 관한 단상
먼저 주작의 부리, 유수 차례다. 바다뱀자리로 치면 뱀의 머리에 해당 한다. 여덟 개의 별이 버드나무 가지가 땅을 향해 드리운 것과 같이 연이은 모양이라 해서 버들류柳자를 썼다.
버드나무는 어떤 나무인가? 버드나무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말이 '생명력'이다. 봄이 되면 가장 먼저 잎을 틔워 내는 나무가 버드나무다. 버드나무는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을 자랑한다. 특히 물가의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한강변에도 버드나무가 많다. 버드나무는 남녀의 춘정을 상징한다. 성춘향과 이몽룡도 버드나무 우거진 광한루에서 노닐지 않았던가? 부드럽게 잘 휘는 성질 때문에 귀신과도 통하는 나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민간에서는 버드나무 잎이 귀신을 쫓는다고 생각해, 그 가지를 꺾어 문 위에 걸어 두었다. 강력한 치유의 힘이 내재해 있다고도 여겨, 치료제로도 쓰였다. 불교에서는 대자대비의 관세음보살의 여러 모습 중, 버드나무 가지를 쥔 양류관음楊柳觀音을 이야기 한다. 양류관음은 버드나 무 가지를 들고 병고를 쫓아 주는 신이다. 사람들은 양류관음이 마치 버드나무가 바람에 나부끼듯 사람들의 소원을 잘 들어준다고 칭송했다. 그래서 자비의 상징이기도 했다. 또한 버드나무는 비를 부르는 나무이기도 하다. 가지가 바람에 잘 흔들리는 나무이기에 비바람을 부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우제를 지낼 때면, 버드나무를 흔들었다.
버드나무는 늘 민중들의 삶과 밀착했으며, 뭇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대표했다. 생명력, 번식력, 치유력, 자비, 단비 등 버드나무의 여러 의미 들을 하나로 꿰는 한 단어를 찾자면 아마 '물'이 아닐까 한다. 버드나무 는 생명을 주관하는 물과 가장 가까운 나무였기에, 그와 같은 풍성한 의미들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생명의 화신, 치유의 화신, 그리고 물의 화신(버드나무의 풍성한 신화적 의미에 대해서는 김선자, 중국 변형 신화 의 세계』, 범우사, 2001를 참고하시라)! 버드나무 별자리가 봄이 아닌 겨울에 붙박히게 된 것도 그런 까닭이 아닐까 한다. 남방주작의 세번째 별 유성은 버드나무의 상징들을 그대로 이어받아 물과 생명을 주관하는 임무를 맡는다. 사마천은 이 별이 초목을 관장한다고 기록했다.
한편 이순지는 이 별이 음식을 주관한다고 생각했다. 별의 모습을 가만 보면 버들가지보다는숟가락, 국자 따위의 주방기구들의 모습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선지 유성은 하늘의 주방장에 배속된다. 주로 음식 창고나 연회장 따위를 주관한다. 이 별이 크고 밝으면 풍년이 들고 먹거리가 풍부해진다고 한다.
<별자리서당, 손영달 지음, p236-237>
첫댓글 버드나무의 중심에서 빛을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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