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전설 = 포룸 로마눔 Forum Romanum>
고대 그리스의 시성 호메로스의 작품 <일리아스>에는 트로이 함락에 관한 기사가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그리스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공격을 받자 철옹성처럼 견고했던 트로이는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멸망의 참극 속에서 트로이왕의 사위 ‘아이네아스’는 일족을 이끌고 구사일생으로 불타는 트로이를 탈출하여 이탈리아 서해안을 북상한 후 오늘날 로마에 이른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아이네아스’의 자손 가운데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등장하였는 데 권력의 헤게모니 게임을 벌인 두 형제 가운 데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제압하여 새로운 나라 로마를 탄생시켰다 이 때가 기원전 753년의 일이다. 여기서 로마라는 명칭은 로마의 창시자 ‘로물루스’에게서 기원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거대한 물줄기라 할지라도 그 시작은 몇 방울씩 솟아나는 샘에서 비롯되듯이 훗날 세계 역사를 쥐락펴락 지축을 흔들 거대 제국 로마는 보잘것없이 미미한 ‘팔라티누스’ 언덕에서 시작되었다. 이 자그마한 동네 언덕에서 어떻게 지중해권 전체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섭렵하는 대제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로마의 기원 ‘팔라티누스’ 언덕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조망해 보기 위해서라면 ‘포룸 로마눔’ Forum Romanum에 꼭 서 봐야 한다. 이곳은 로마의 종교 경제 정치 행정 사법기관등이 집중되어 있던 명실공히 로마세계의 중심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포럼’ 'Forum'이란 영어 단어는 여기서 비롯된 것인데 흔히 광장이라 일컫는 ‘포럼’은 본래 나랏일의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로마의 공화정 시대부터 토론과 의사결정을 집행했던 민주정치체제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포룸 로마눔’ 곧 로마 광장은 페허가 된 채 역사의 기나긴 일들을 묵묵히 증언해 주고 있다. 여기 저기 거대한 돌무더기가 의미 없이 나뒹구는 것 같다. 무너져 내린 건축물 사이사이에 풀과 나무들이 제각기 흩어져 자라나며 수 천년의 유적지를 신선하게 감싸고 있다. 로마인들이 섬겼던 무수한 신들을 아직도 상기시켜 주기라도 하듯 신전의 석상들은 고고한 자태로 태고의 신비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시간과 역사의 세찬 바람을 견뎌내지 못하여 어느덧 생명의 광택을 잃어 버리고 빛바랜 색깔로 초점을 잃은 채 드넓은 시내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포룸 로마눔’ 이곳은 누가 와서 관찰하던지 간에 인간의 삶과 역사의 숨결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는 현장이다. 여기에 서서 로마의 흥망을 되새겨 보라. 뒤쪽으로는 콜로세움과 팔라티누스 언덕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왼쪽에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개선문이 웅장하게 서 있다. 정면엔 로마 종교의 산실이었던 판테온 신전이 시내 전체를 관통하며 지켜보고 있다.
로마의 위대한 문명을 낳게 한 제국역사의 산실 ‘포룸 로마눔’은 많은 시대를 거치면서 창조와 영감의 장소가 되어 왔다. 로마의 역사에 관한 가장 탁월한 저서를 남긴 에드워드 기번이나 역사학의 대가 아놀드 토인비는 모두가 젊어서 이곳을 방문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후 그들은 로마 역사를 연구하기로 마음먹고 일생에 걸친 노력을 기울여 훗날 명작들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인류에게 남긴 불후의 명작들이 단 한 번의 로마 방문을 통하여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니 새삼 제대로 된 여행이 얼마나 큰 가치를 주는 것인지 깊이 공감하게 한다 지금도 ‘포룸 로마눔’을 방문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신선한 충격을 경험할 수만 있다면 인생을 새롭게 방향전환시키는 위대한 대변화가 반드시 일어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