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우리동네 이방인
방송일 2018년 9월 17일(월) ~ 9월 21일(금), 464번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무섭고 당황스러워 못 들은 척 피할 수도,
아니면 호기심에 내가 더 다가가 질문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고향을 떠나 낯선 나라 대한민국에 정착해 살아가는 수많은 이방인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이방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스쳐지나가는 이방인이 아니라
나의 친구, 이웃, 선생님, 식구, 가족이 되어 소중한 인연으로 남기도 한다.
이방인에서 인연이 되기까지 그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왔을까?
오늘 우리 동네에 이방인이 왔다.
제1부. 과수원집 맏며느리 애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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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중심지로 예로부터 과수농업이 유명한 나주.
그곳의 작은 시골마을에는 무려 삼대에 걸쳐 내려온 배 과수원이 있다.
이곳에서 임선국 씨는 9년째 아버지에게 배 농사를 전수 받고 있다는데.
보름달처럼 통통하게 익은 배에 단물이 차오르는 계절,
과수원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운동장이에요. 완전히. 신발 안 신고 놀겠다고 여기서. 첨벙첨벙.
저렇게 누나처럼 첨벙첨벙 할란다고 그러는디.”
드넓은 과수원은 오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배 밭을 놀이터삼아 뛰어다니는 딸 민아와 아들 노아.
심심하면 거위와 뒤섞여 술래잡기도 하고,
할아버지의 트랙터에 올라타 장난도 친다.
“아따, 이거 진짜 오랜만에 먹어보는 거라 맛있구만.
아, 맛있네. 오늘 진짜 오늘 귀한 음식 맛보는구만”
한국에 온 지 이제 10년차인 애린.
한국말은 아직도 좀 서투르지만 시어머니께 인정받은 손맛은 예사롭지 않다는데.
과수원집 맏며느리 애린이 마을어르신들을 위해 솜씨발휘에 나섰다.
애린의 어린시절 소울푸드인 퀘사디아..
낯선 이국의 음식은 과연 마을 어르신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걸려있는 과수원에서는
달콤한 배가 익어가고,
그 안에서 애린의 가족들이 만들어가는
달콤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2부. 봉쥬르 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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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남단에 위치해 있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 거제도.
이 섬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여행자들이
꼭 쉬어간다는 특별한 카페가 있다.
“거제도 좋아요. 그리고 커피숍에서 좋은 사람 만나요.
이렇게 한국어도 공부해요. 그래서 저 생각해요. 행복해요.”
능숙하게 손님을 응대하는 푸른 눈의 프랑스 아가씨는 거제도에서 이미 유명인이다.
한국이 좋아서, 바다가 좋아서 거제도에 정착한 리아.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방인들에게 소통의 장이 되어주는 카페엔
리아를 보기 위해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다.
“클리모는 프랑스에서 선생님이었어요.
지금은 그냥 친구에요. 친구가 한국에 오고 싶어 해서요.
그래서 같이 여행할 거예요. 그래서 오늘은 프랑스에서 왔어요.”
오늘은 학창시절 체육 선생님이자 오래된 친구가
리아를 만나기 위해서 거제도로 오는 날이다.
어느덧 한국살이 3년차인 리아.
그녀가 클리모를 위해 거제도 가이드를 자청했다.
친구와 함께 거제도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비경을 찾아가본다.
“옳지, 옳지! 이 섬에서 이 고동 잡을라하면 이거 입어야제!
안 입으면 떠내려가, 큰일! 프랑스 가도 몬한다!”
리아가 친구와 꼭 함께 가보고 싶다는 곳은
거제도에서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작은 섬마을인 내도.
구수한 사투리 섞인 인사말 건내며 두 이방인을 맞아주는 둘자 이모.
둘자 이모와 함께 생애 처음으로 갯일을 체험하고
부추와 홍합을 듬뿍 넣어서 만든 한국식 피자인 부침개까지
모두 낯선 것들 투성이지만 어머니들의 응원에 힘입어
내도에 점점 어우러져간다.
프랑스 아가씨 리아를 사로잡은
푸른빛깔의 거제도.
그곳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까.
제3부. 니카의 제주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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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적한 시골마을인 구좌읍.
이곳에 동유럽에서 온 푸른 눈의 외국인 부부가 산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지역 출신인 니카와 세르게이 부부.
이들은 푸른 빛깔의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제주 바다에 반해
한적한 이곳에 터를 잡고 제주도민이 됐다.
제주도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는
아내 니카는 화가다.
칠흙같이 검은 제주도의 돌과 푸른 바다, 녹색 자연, 그리고 해녀까지.
제주도의 모든 것이 그녀 책의 주인공이 된다.
더 아름다운 제주를 담아내기 위해 스케치를 나간 니카.
그녀의 곁에는 늘 든든한 남편 세르게이도 함께한다.
초록빛 생명력이 펼쳐진 오름의 한복판에서
니카가 스케치를 시작하는데.
어디가 캔버스이고 어디가 실제인걸까?
호젓한 산간마을 주택에 살고싶었다는 부부.
단번에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은 집에서 살기위해선
옆에 붙은 펜션운영이 필수조건이었다는데.
어쩌다 시작한 펜션지기 생활이 벌써 4년째.
손님들을 위해 조식을 준비하는 니카는
매일아침 시험보는 기분이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고 손님들이 더 행복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때문인데..
러시아식 치즈케이크를 맛본 손님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한국에서 생활한지 10년을 훌쩍 넘긴 남편 세르게이씨.
겉보기엔 외국인 같지만 행동이나 식성은 거의 완벽한 한국사람이라는데...
니카 부부가 펜션인근 이웃집으로 마실을 간다.
똑 떨어진 김치를 얻기 위해서다.
니카와 세르게이를 반갑게 맞아주는 이웃에 사는 노부부.
김치얘기를 꺼내자마자 김치와 각종 밑반찬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때면 니카와 세르게이를 불러
함께 명절음식도 나눠먹고 윷놀이도 알려주는 친정부모님 같은 분들이라는데.
니카와 세르게이가 제주도에서 보내는 초대장.
그들의 일상 속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제4부. 체코에서 온 새내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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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의 남쪽을 둘러싸고 남북으로 솟아오른 남산.
불적지가 많기로 유명한 남산 자락에 칠불암이 자리 잡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수행을 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이 뭔가를 함께
늘 하니까 닮은 거 같아요.”
뒷짐 진 채로 나란히 산 길 오르는 예진스님과 휴정스님.
뒷모습만 보면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똑 닮았지만
사실 휴정스님은 체코에서 온, 푸른 눈의 외국인 스님이다.
흰 고무신을 신은 행색은 오히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스럽다.
“우리가 휴정스님 때문에 많이 웃어요.
표현을 한국말을 다 모를텐데 그거를 섞어서 말하니까
굉장히 재밌는 일화들이 많이 있어요.”
서툰 한국말 덕분에 종종 암자를 웃음바다로 만든다는 휴정스님.
휴정스님 가라사대,
똥을 푸는 막대기 보고, ‘똥 국자’요,
머리에서 나면 머리카락 눈썹에서 나면 ‘눈카락’이라
아이같이 순수한 휴정스님의 표현력을 듣고있자면
웃지않고는 견딜 재간이 없다는데...
“우리 보살님들 요리 너무 잘하셔서,
여름 내내 잘 챙겨주셔서 고맙고 잘 먹고 있습니다.”
주변사람을 읏을수 있게 행복하게 하는 것 또한 수행이라 생각하는 휴정스님.
스님의 마음이 담긴 한미디는 비록 표현은 서툴지라도
마음을 다독이는 따스함을 갖췄다.
그런 휴정스님은 신도들 사이에서 늘 인기만점이라는데...
신도들은 휴정스님을 위해 마음을 담아 암자에선 맛보기 힘든 특식을 준비한다.
이역만리 한국에서 마음의 결을 다듬으며 수행하고 있는 휴정스님과
그녀의 곁에서 나란히 걷는 예진스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제5부. 폴란드에서 온 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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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의 섬, 제주도.
이곳에서 바닷바람이 부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 리디아와 권기환씨를 만났다.
이집트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서퍼 리디아와 권기환씨.
한눈에 서로가 영혼의 짝꿍임을 알았다는 두 사람.
리디아는 영국에서의 안정적인 직장도 정리하고 5년 가까이
기환씨와 함께 세계각국의 파도를 정복하러 다녔다.
그랬던 이들이 돌연 제주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변화무쌍한 제주바람에 매혹돼 시작한 제주살이가 벌써 3년째.
두 사람의 제주살이는 여전히 적응중이다.
폴란드에서 온 리디아는 무려 6개 국어에 능통한 능력자지만
한국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한국말은 어렵고, 제주도 말은 더더욱 어렵다는데.
하지만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리디아는
동네 사람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부부가 즐기는 카이트 서핑은
그들의 자유로운 인생관과도 닮았다.
시원한 바다를 가르다가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면 하늘과 훌쩍 가까워지는 카이트 서핑.
리디아와 기환 씨가 들려주는
유쾌한 제주 바다살이에 귀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