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중추(仲秋)가 되니
백로(白露)와 추분이 있는 절기로구나.
북두칠성이 왼쪽으로 돌아서 서쪽을 가리키니,
서늘한 아침저녁 기운은 가을다운 분위기가 뚜렷하구나.
귀뚜라미 맑은소리가 벽 사이에서 들려오는구나.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이 내려서,
온갖 곡식을 여물게 하고, 만물의 결실을 재촉하고,
들을 구경하며 돌아보니 힘을 들인 일의 공이 나타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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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곡의 이삭이 패고 열매가 익어 고개 숙이니,
서풍이 불어와 들판에 누렇게 익은 벼의 물결이 일어난다.
백설같은 목화와 산호처럼 붉은 고추 다래를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볕이 맑고 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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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 마당 쓸어놓고 발채와 망구(옹구)를 마련하시오.
* 발채 : 싸리로 삼태기같이 만들어 지게에 얹고 물건을 담아서 지는 것.
* 망구 : '옹구'의 옛말. 소의 길마 위에 얹는 망태기처럼 생긴 것.
목화송이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과 콩깍지가 풍성하오.
나무꾼이 돌아오니 머루와 다래 등 산에서 나오는 과실이 풍성하구나.
뒷동산 밤과 대추는 아이들 차지다.
알밤을 모아서 말려라, 명절 때에 맞추어 쓰게 하시오.
명주를 끊어 내어 가을볕 아래에 널고
남빛 물을 들이고, 붉은빛 잇물을 들이니 푸르고 붉은 빛깔이 색색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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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연세가 많으시니 수의를 마련하고
나머지는 재단하여 자녀들의 혼숫감으로 마련하세.
지붕 위 익은 박은 요긴한 그릇이 되리라.
대싸리로 비를 만들어 타작하는 데 사용하리라.
참깨 들깨를 수확한 후에 올벼를 타작하고.
담뱃줄, 녹두말을 아쉬운 대로 팔아 돈을 장만해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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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도 잊지 마소.
북어쾌, 젓조기를 준비해서 추석 명일을 지내 보세.
햅쌀로 빚은 술과 올벼로 만든 송편, 박나물과 토란국을 만들어,
선산에서 제사 지낼 때 제물로 쓰고 나머지는 이웃집과 나누어 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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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휴가를 얻어 친정에 부모님을 뵈러 갈 때,
개를 잡아 삶아 건져 놓고 떡 고리와 술병을 갖추어 (뵈러 간다).
초록빛 장옷과 남빛 치마로 단장하고 다시 보니
농사짓기에 지친 얼굴에 원기가 회복되었느냐?
추석날 밝은 달이 뜨는 좋은 때에 마음을 활짝 펴고 놀다 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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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할 일을 다하지 못했으나,
명년 계획을 세우리라.
삼백초를 베어내고 (소나기가 내리면) 더운 갈이 하고,
밀과 보리농사를 위해서는 가을갈이하세.
끝마다 완전히 익지 못하여도 급한 대로 걷고 갈아 보소.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만 그러할까,
하늘의 때도 이러하니
잠시도 쉴 때가 없이 마치면 또 일을 시작하나니.
- 가사육종(歌詞六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