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到天心處 달은 하늘 가운데 떠있고, 風來水面時 바람은 수면 위로 불어오네. 一般淸意味 이러한 맑은 의미, 料得少人知 아는 이 드물리라.
이 한시는 고문진보(古文眞寶)와 성리대전(性理大典)에 실려 있는 우리에게 익숙한 詩이다. 송나라 도학(道學)의 중심인물로 알려진 강절(康節) 소옹(邵雍 1011~1077)의 시 ‘청야음(淸夜吟)’의 한 구절이다. 제목 아래 注에 다음과 같은 해설이 있다. “이 시는 사물에 의탁하여 성인의 본래면목이 청명하고 인욕이 깨끗이 사라졌음을 표현한 것이다. ‘月到天心’은 구름이 완전히 걷힌 것이고 ‘風來水面’은 물결이 일지 않는 것이다. 이 상태는 인욕(人慾)이 깨끗하게 사라지고 천리만이 온 마음이 흘러넘치는 때이다. 인욕으로 혼란스런 자아를 뛰어넘어 천리로 그 마음을 가득 채움을 뜻한다. 자연의 물상이 시적자아와 물아일체가 되어 그윽한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
이 시를 읽으면 광풍제월(光風霽月)이 떠오른다. ‘맑은 날의 바람과 비 갠 날의 달’ 이는 훌륭한 인품을 일컫는 뜻으로, 옛날에는 성리학적 철학을 사유로 통해 깨달은 성인(聖人)을 비유한 말이기에 그 의미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송대의 성리학을 詩에 도입해 작품화한 철리시(哲理詩, 哲學詩)이기 때문이다.
송대 도학자 120인의 설(說)을 집록(集錄)한 《성리대전(性理大全)》제70에, 「웅강대씨(熊剛大氏)가 말하기를, 이 시편(詩篇)을 빌어 성인(聖人)의 본체(本體)가 맑고 밝으며 사람의 욕망(欲望)이 모두 정화(淨化)된 것을 형용하였다. ‘달이 하늘 가운데 와 있을 때란 곧 가리웠던 구름이 다 가신 것이고, 바람이 수면에 불어올 때란 곧 파도가 일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사람의 욕망이 모두 淨化되어天理가 유형(流行)하는 때인 것이다‘라고 하였다」고 하고 있다. 곧 천공(天空)에 떠있는 둥근 달과 잔잔한 호수는 아름다운 맑은 밤의 정경(情景)을 읊는 한편 작자의 철리(哲理 철학적 이치)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요하고 맑게, 아름다운 밤의 자연 속에 함양(涵養)되어 있는 청순(淸純)한 진리를 깨닫는 사람들이 적을 것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공자는 도(道)를 인간에게서 멀지 않다는 ‘도불원인(道不遠人)’이라 했다. 즉, 정말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인생의 그 길은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강조 하였다.
광풍제월(光風霽月)/북송(北宋)의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의 인품을 추앙하면서 쓴 말 -빛 광 · 바람 풍 · 갤 제 · 달 월
맑은 날의 바람과 비 갠 날의 달. 훌륭한 인품을 비유하여 쓰는 말이다.
출전 「용릉(舂陵) 주무숙(周茂叔, 주돈이(周敦頤))은 그 인품이 고상하고 마음이 대범한 것이 마치 맑은 날의 바람과 비 갠 날의 달과 같다.(舂陵周茂叔, 其人品甚高, 胸懷灑落, 如光風霽月.)」
이는 북송(北宋)의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의 인품을 추앙하면서 쓴 글로 황정견의 《예장집(豫章集) 〈염계시서(濂溪詩序)〉》에 나온다. 주돈이는 북송의 유학자로, 송학(宋學)의 개조로 불리며, 태극을 우주의 본체라 하고 《태극도설(太極圖說)》과 《통서(通書)》를 저술하여 성리학의 이론적 기초를 쌓은 사람이다. 주돈이의 이론은 정호(程顥) · 정이(程頤) 형제를 거쳐 주희(朱熹, 주자)에 의해 집대성되었다. ‘광풍제월’은 ‘광제(光霽)’라고도 하는데, 훌륭한 인품을 말하는 것 외에도 세상이 잘 다스려지는 시기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 소쇄원의 광풍각과 제월당 소쇄원(瀟灑園) 은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중기의 대표적인 원림園林으로 우리나라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절의가 풍기는 아름다움이 있다.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조성한 것으로 스승인 조광조(趙光祖)가 유배를 당하여 죽게 되자 출세에 뜻을 버리고 이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소쇄원이라 한 것은 양산보의 호 인 소쇄옹(瀟灑翁)에서 비롯되었으며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오곡문(五曲門) 담장 밑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 물은 폭포가 되어 연못에 떨어지고, 계곡 가까이에는 제월당(濟月堂: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의 주인집 과 광풍각(光風閣:비 온 뒤에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란 뜻의 사랑방 이 들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