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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이 일본 가상서에는 대체로 현무를 산, 청룡을 흐르는 물로 보는 것은 공통적이나, 백호나 주작의 경우 그 내용과 의미를 달리하는 것들도 보인다. 먼저 택방명감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지형에서 사신상응이라는 것이 있다. …… 소위 동쪽은 청룡으로 물이 흐르는 것[流水]을 좋아한다. 서쪽은 백호로 도로(道路)가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남쪽은 주작으로 낮은 땅[地低]을 좋아하는데 연못[汙池]이 있는 것도 꺼리지 않으며, 북쪽은 현무로 높은 땅[地高]을 좋아하는데 구릉(丘陵) 등이 있는 것이 좋다. 이 땅에 살면 부귀가 오래간다.” 즉, 택방명감에서는 동쪽의 물, 서쪽의 도로, 북쪽의 현무는 ‘좋다[好]’고 표현하였으나, 남쪽은 낮은 땅을 좋아하며, 연못은 ‘꺼리지[妨]’ 않는다고 되어 있다. 이는 청룡과 백호 및 현무는 사신사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주작은 낮은 땅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상방위방운에는 주작을 낮은 땅, 연못, 밭과 들판까지 폭넓게 상정하고 있다.
이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음택 사신사와 양택 사신사의 차이점과 본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음택 사신사는 풍수 고전에서는 공통적으로 현무수두, 주작상무, 백호준거(또는 순부), 청룡완연이라는 그 모양과 형태로서 길흉의 판단기준을 삼는다. 그러나 양택 사신사는 사신의 거처 또는 행위와 관련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보궤내전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동쪽은 비늘 달린 고기가 있는데 이를 청룡이라 하며 물 깊은 곳에 거하는 우두머리인 까닭이다. 남쪽에 깃털 달린 새가 있는데 이를 봉황이라 하며 전변(田邊)에서 거하는 우두머리인 까닭인데 오동은 봉황의 거처이다. 서쪽에는 달리는 짐승이 있는데 이를 백호라고 하며 길을 달리는 우두머리인 까닭이다. 북쪽에는 껍질 있는 동물이 있는데 이를 거북이라 하며 산골에 거처하는 우두머리인 까닭이다. 가운데는 벌거벗은 것 중 인간이 우두머리이다. 사면이 이와 같이 편안하고 사신이 구비되어 있으면 부귀가 저절로 이루어지며 자손이 번창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대례기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깃털 달린 동물은 360종인데 봉황이 그들의 우두머리이며, 털 달린 동물은 360종인데 기린(麒麟)이 그들의 우두머리이며, 껍질 있는 동물은 360종인데 거북이 그들의 우두머리이며 비늘 있는 동물은 360종인데 교룡(蛟龍)이 그들의 우두머리이며, 벌거벗은 동물은 360종인데 성인이 그들의 우두머리이다.” 또한 춘추좌전정의에서는 “용은 비늘 달린 것의 우두머리이고, 봉황은 나는 새의 우두머리이며, 기린은 달리는 짐승의 우두머리이며, 거북은 껍질 있는 동물의 우두머리인데, 기린과 백호는 둘 다 걸어 다니는 짐승이기 때문에 (거북, 봉황, 용, 백호의) 사령(四靈)이 되었다.”고 하였다.
따라서 기린이 백호로, 봉황이 주작으로 대체된 것을 고려한다면 보궤내전의 사수(四獸)에 대한 설명은 봉황은 깃털 달린 새로 거처로서의 전변(田邊), 거북은 껍질 있는 동물로 거처로서의 산, 용은 비늘 있는 동물로 거처로서 물, 호랑이는 달리는 짐승 중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에 달리는 행위를 위한 길을 상정하여 사방에 배치하고, 인간은 벌거벗은 동물 중 우두머리이기 때문에 중앙에 배치한 것으로서 보궤내전은 중국 사상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다른 일본의 가상서인 가상방위방운에서는 사신사에 대해 좀 더 진전된 설명을 하고 있다. 동쪽 청룡은 감추어있다 오르는[潛躍] 물이 있어야 하며, 서쪽 백호는 달리는[走遊] 도로와 우거진 숲[樹林]이 있어야 하며, 남쪽 주작은 낮은 땅[地底], 연못[汚池]과 밭, 평야[田野]가 있어야 빙빙 돌면서 춤출 수[翔] 있는 것이며, 북쪽 현무는 높은 땅[地高] 산악이나 구릉이 있어 감추어 깃들 수[潛栖]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먼저 청룡이 물과 관련되는 것은 관자에 “용은 물에서 살며 오색(五色)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조화능력을 가진 신이다.”고 하였으며, 설문해자, 태평어람, 예문류취 등에서는 “용은 비늘 있는 동물의 우두머리이며 …… 춘분에는 하늘로 올라갔다가 추분에는 깊은 물에 들어간다.”라거나 태평어람, 춘추좌씨전에 “용은 물에 사는 짐승이다”라고 하여 물은 용의 서식처이다. 용은 물에서 살고 생겨나며, 물이 있어야 신령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물은 용에게 필수불가결한 자연조건으로 인식된 것이다. 따라서 동쪽 유수(流水)가 청룡이 되는 이유는 용은 비늘 있는 동물의 우두머리로서 물의 동물이기 때문에 잠길 수 있는 거처로서 물, 즉, 용의 서식처로서의 물이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남쪽이 주작이 되는 이유는 주작은 깃털 달린 동물의 우두머리로서 밭, 연못, 평야 등이 있어야 상무(翔舞)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작은 봉황이 대체된 것으로서 봉황은 오동나무에 깃들며 대나무 열매를 먹고 사는데 이 나무들이 식재되어 있는 논, 밭, 평야를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쪽 백호가 도로나 숲이 되는 것은 백호는 달리는 동물의 우두머리로서 백호가 달리는 대상으로서의 도로가, 거처로서는 숲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쪽 현무가 산이 되는 것은 현무는 껍질 있는 동물의 우두머리로서 산골에 살기 때문에 몸을 감출 수 있는 거처로서 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음택 사신사가 혈을 중심으로 한 폐쇄된 공간이라면 양택 사신사는 북쪽에는 산이 있지만, 동쪽에는 강, 서쪽에는 도로, 남쪽에는 연못이 있음으로써 개방된 공간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음택 사신사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장풍의 조건보다는 양택이나 양기에 있어서의 생활공간 확보라는 조건이 더욱 선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택에 있어 북쪽의 산은 겨울철 북서계절풍을 막는 방풍의 효과가 있으며, 동쪽의 강은 생활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서쪽의 도로는 외부와의 교통로의 확보, 남쪽의 연못은 농업용수를 제공받거나, 평야는 식량이나 생활자료 확보를 위한 공간으로서 유용하다. 특히 양기에 있어서도 양택 사신사는 음택 사신사에 비해 더욱 유용한 입지라고 할 수 있다. 미즈노 야키(水野杏紀)는 양택 사신사는 동쪽에 하천, 서쪽에 도로를 배치하는 것인데, 하천이나 도로는 문물을 운송하는 교통수단이 되며, 도시나 집락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하였다. 당나라 수도인 장안(長安)의 경우 다양한 문물, 사람, 문화가 교류되었던 국제도시였는데 이는 동쪽은 위하(渭河)와 황하(黃河)를 통한 수상운송, 서쪽은 실크로드를 통한 육상운송의 이점이 있었기에 국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즉, 양기에 있어 청룡의 강은 수상교통, 백호의 도로는 육상교통, 남쪽의 평야, 밭 등은 곡식 재배와 연못은 필요한 물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생활공간 확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도시 입지로서도 유리한 위치를 가질 수 있다. 일본의 가상서 중 주작을 논밭[田圃], 낮은 땅[低地], 평야[田野] 등으로 상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실생활과 연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주작이 연못의 개념에서 논과 밭이라는 개념으로 전화한 것은 식량 생산을 위한 장소 더 나아가 상업 활동을 위한 용지로서의 주작을 상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고대 도시인 헤이안쿄(平安京: 현재 교토)의 사신사는 현무는 후나오카야마(船岡山), 청룡은 카모가와(鴨川), 백호는 산닌도우(山陰道), 주작은 오구라이케(巨椋池)로 알려져 있다. 오구라이케는 주위 16㎢, 면적 약 800ha에 달하는 넓은 호수로서 각종의 어자원 등이 풍부하였으며 헤이안시대에는 수상교통의 중계지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여러 하천이 모여들고 나가는 곳으로 주변 주민들이 매년 수해를 입던 곳이었다. 이에 따라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당시에 제방을 축조하는 등의 치수가 있었으며 에도시대에도 여러 공사와 시설 보수가 이루어졌다. 메이지시대에는 홍수의 피해와 반복되는 수해와 수질의 악화가 진행되어 우량한 농지로 전환하는 요구가 있었다. 이에 따라 1933년 간척사업이 착공되어 1941년에 완성되어 연못이 간척 논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오구라이케의 간척과 경지 정비를 통해 농업생산물 증산, 경영규모의 확대뿐만 아니라 수해방지와 홍수조절의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되었다.
오구라이케의 간척 이유는 홍수 등의 피해와 아울러 수질의 악화로 더 이상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식량 생산의 차원에서 간척한 것이다. 즉, 연못이 평야가 된 것으로서 연못보다는 평야의 식량 생산이 실생활에 더욱 유용하다는 면에서 주작을 평야로도 상정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영비감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
“무릇 이 에도성(현재 도쿄)은 천하의 성의 격에 맞고 이 땅은 사신사의 상과 맞다. 먼저 앞에는 땅이 열려 있어 장사하기 편리하고 하정(下町: 평지에 있는 상업지역)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전주작은 항상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키와바시(常盤橋)이다.” 여기서 도키와바시는 에도시대 현재의 니혼바시가와(日本橋川)에 설치한 다리인데 고쿄(皇居) 전면에 위치하고 있다. 에도시대부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상업지역이 형성되었으며 현재도 도쿄의 중요한 상업시설이 있는 곳이다. 즉, 주작으로 넓은 평야지대를 상업용지로 사용한 것이다. 한편 주작을 바다[海]로 상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가록원년(嘉祿元年: 1225) 오처경에는 “어소(御所)의 땅을 정하기 위해 거듭하여 점을 쳐서(卜筮) 결정하기로 하고 …… 서쪽에는 큰 도로[大道]가 남쪽으로 가고, 동쪽에는 강[河]이 있고, 북쪽에는 쓰루오카(鶴岡)가 있으며, 남쪽은 바닷물[海水]이 가득하여 연못에 견줄 수 있다.”고 하여 바다를 연못과 대체하고 있는데 이는 에도의 지형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즉, 시무라 쿠니히로(志村有弘)는 에도의 사신사는 “북쪽은 고지마치다이지(麹町大地: 도쿄 千代田区 지역)의 우에노야마(上野山), 동쪽은 히라가와(平川), 서쪽은 고슈가이도우(甲州街道), 남쪽은 에도반(江戸藩)을 감싸는 곳이라고 하여 에도는 땅 자체가 사신상응에 대응한다.”고 하였다. 또한 나이토 아키라(內藤昌)는 에도의 사신사를 그림2와 같이 청룡은 히라카와(平川), 주작은 에도반(江戶灣), 백호는 도우카이도우(東海道), 현무는 고지마치다이지(麹町大地)로 비정하였다. 이는 결국 ‘호수=물=바다’라고 보아 주작을 에도만이라는 바다를 상정한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한 면에 바다에 접한 에도의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음택 사신사와 양택 사신사의 차이점은 음택 사신사에서 주작은 물로 대체할 수 있으며, 후현무를 중심으로 청룡과 백호에서 발원한 물이 혈 앞에 모여[合水] 굴곡하면서 빠져나가는 출구[破口]가 보이지 않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양택 사신사의 주작은 연못
자체를 상정하고 있으며 더구나 오염된 물[汙池]로도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서에서는 “연못은 물의 세(勢)가 쇠약한 모습으로 그 흐름은 갇혔다가 다시 흘러나간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주석은 택(澤)은 저수지를 말하며 물이 모여드는 곳으로 이미 고여서 조용히 머물러 흐름이 멈추게 되면 수세는 이미 사라진 것이므로 쇠(衰)라고 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연못의 물은 기가 멈추어 수세가 사라진 것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음택 풍수서 대부분은 흐르는 물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그 물 흐름의 형태와 모양으로 길흉을 판단하고 있으나 양택 사신사에서는 연못 자체를 주작으로 보고 있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물과 관련하여 음택 풍수에서는 명당수의 기본조건을 깨끗하고 냄새나지 않는 물을 기본 조건으로 하고 있다. 즉, 동림조담에서는 “명당에 나쁜 냄새가 나고 더럽거나 불결한 물이 있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고[悖逆] 흉한 재앙[凶殘]의 상징인 것이다.”고 하여 명당수의 기본조건은 깨끗하고 냄새나지 않는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양택서의 대부분은 주작을 오지(汙池 또는 汚池)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는 전면에 있는 연못은 입지 내의 물이 모이는 곳으로, 도시내 생활하수가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현실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 세종대에 청계천 명당수 논쟁에서 어효첨의 상소와 관련한 기사에서 “도읍의 땅에 있어서는 사람들이 번성하게 사는지라, 번성하게 살면 더럽고 냄새나는 것이 쌓이게 되므로, 반드시 소통할 개천과 넓은 시내가 그 사이에 종횡으로 트이어 더러운 것을 흘려 내어야 도읍이 깨끗하게 될 것이니, 그 물은 맑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능지(墓地)의 술수를 미루어서 도읍의 물까지 일체 산간(山間)의 깨끗함과 같게 하고자 한다면 사세가 능히 실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치로 말할지라도 죽고 삶이 길이 다르고, 귀신과 사람이 몸이 다르니, 묘지의 일을 어찌 국도에 유추할 수 있겠나이까.” 라고 하였다. 이는 동림조담의 내용은 음택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국도와 같은 양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에 명당수는 도시 하천의 역할을 하여 생활하수 등을 투하한 까닭에 맑게 유지할 수 없으며, 맑게 유지하고자 한다면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물이 오염될 수 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양택 사신사에서 주작의 연못은 실생활에 물이 오염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상정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전제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