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을 걷다보면 미국 대사관저에서 구세군중앙회관 가는 길에 ‘고종의 길’ 안내 표지판이 있습니다. 다소 외진 곳에 있는 ‘고종의 길‘이 무엇인지 이번 글에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문화재청은 2016년 9월 고종의 아관파천(1896) 120주년을 맞아 ‘고종의 길’을 복원하기로 하고, 공사가 끝난 2018월 10월 일반인에게 정식 개방하였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정동공원과 러시아 공사관까지 이어지는 총 120m의 이면 도로입니다.
그런데 개방 이후 ‘고종의 길’이 실제로 존재하였느냐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 아직까지도 그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는 ‘高宗도 모를 고종의 길‘이라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고종실록에도 순종실록에도 있을 이유가 없겠지요.
그러나 문화재청이 이 이면도로를 ‘고종의 길‘이라고 추정하게 된 근거를 살펴보면, 1897년 당시의 미국공사 호러스 알렌이 그린 (지도B)의, ’미국 공사관 사유도로‘라고 하는 문구와, 해방 이후에 작성된 (지도A) 의, ‘King’s road ○○ to Russian ○○‘라고 하는 문구,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마도 ‘King’s road’로부터 ‘왕의 길’이 되었고 당시의 왕은 고종이니까 ‘고종의 길’이 되었을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이러나저러나 ‘고종의 길’은 많은 관람객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임금인 고종이 덕수궁과 러시아공사관 사이를,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통로를 이용하여 다녔을 것이라는 미확인 사실에, 그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재미있고 신비롭게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남다르고 신기하게 포장된 스토리텔링에 더 환호하게 마련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