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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김해 장유중학교 교감) |
OECD 국가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09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34개국) 중에서 읽기 1위, 수학 1위, 과학 3위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영역별 집중분석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흥미도, 자기학습 관리 능력 등은 평균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안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교사 중심의 일방향식 수업 방식은 단시간의 성적 향상은 기대할 수 있으나, 궁극적 목표인 학생들의 개성, 창의, 독창성을 기를 수 있는 학습 흥미도와 자기주도적 학습관리 능력 신장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특히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창의성과 정보 지식의 재조직을 통한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개인차를 고려한 개별 맞춤형 교육, 첨단 정보 통신과 다양한 학습콘텐츠 구축을 통하여 학습자의 흥미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교육의 환경과 질을 개선한 학생 중심의 교육활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에 교과교실제가 이러한 교육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되리라 생각된다.
기피학교에서 선호학교로…
본교는 1946년 개교한 60여 년 전통을 가진 장유지역의 유일한 중등교육기관으로 지역 공동체 교육의 중심이 되어왔다. 그러나 장유가 아파트 중심 신도시 형성으로 인해 대규모 공립 중학교가 연이어 개교하면서 상대적으로 주거지와 거리가 먼 본교는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에 명문 사학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교육환경 조성 및 교실수업 개선을 위해 교과교실제를 착안하였다. 관련 시설방문과 자료수집 등 3년의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축제를 비롯한 각종 행사를 통해 학교를 개방하고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창회 등에 교과교실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였다. 수차례 협의를 통해 동의를 얻어 2008년 3월 마침내 교과교실제를 자율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도입 초기에는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으로 다소 어려움이 있었으나 학부모의 지지와 학생들의 호응은 물론 지역주민과 동창회의 지원으로 교과교실제를 순조롭게 시행할 수 있었다. 특히 시설 개선이 절실했던 2009년 8월에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선진형 교과교실제 운영학교’로 선정되어 시설보완 및 기자재를 확보하였다.
그리고 교수·학습방법 개선을 통해 교사의 교과 전문성과 수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고, 학생들의 수업 환경은 크게 변화하고 개선되었다. 그 결과 학생과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신입생들의 1지망 지원이 매년 늘어 2009학년도에는 1학급을 증설하는 성과도 있었다.
학생이 편리하고 안락한 학교환경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불만 요소가 학생들의 긴 동선이었다. 이를 위하여 본관과 특별관 사이에 건물을 증축하여 통로를 확보함과 동시에 동선을 획기적으로 축소하고, 다양한 시설을 확보하여 질 높은 교과교실제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편리한 학교 환경 구축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하였다.
첫째, 증축관에는 이동 통로와 함께 교과교실제 운영에서 가장 필요한 학생들의 휴게공간, 자율활동 공간 확보, 정독실, 보건실, 상담실, 학생자치회의실, 락커룸, 급수대 등을 확충하였다. 또한 교과교실의 활용성, 이동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교과교실과 교과지원실을 교과군에 따라 집중배치하고, 각종 지원실의 벽면을 투명 유리로 시설하여 학생들과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둘째, 기자재 활용이나 학생 학습활동을 고려하여 꿈을 키우는 최적의 학습공간으로 조성하고 교과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교수·학습활동이 용이하도록 리모델링하였다. 교과교실은 수업 관련 자료나 수업 결과물 등을 축적 및 비치하여 교수·학습정보 센터로서의 기능을 하도록 하였다.
셋째, 교과지원실은 공용 기자재와 자료 등을 비치한 학습자료실의 기능과 교사들의 교재연구, 교과 협의회, 학습자료 개발 구상, 휴식 등을 위한 연구 공간, 생활지도와 학생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열린 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넷째, 학습자료 제작실에는 학습자료 제작용 각종 장비(플로터, 고성능 컴퓨터, 제본기, 복사기, 코팅기, 파쇄기 등) 확보와 프로그램을 구비하여 교수?학습지도 방법에 따른 다양한 학습 자료를 직접 제작하여 수업에 적극 활용토록 하였다.
꿈을 키우는 교실 수업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이 재미있고 즐거운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첫째, 학생들의 개인차가 큰 국어, 수학, 영어 세 과목은 전 학년 n+1의 확대학급으로 편성하고, 수준별 교재를 과목별로 자체 제작 및 활용하여 3~4수준의 개별 맞춤식 수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과학의 전 학년 교과서를 재구성하여 전문과목별로 전공교사의 심화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둘째, 교과별 수업시수의 증감 운영에 관한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설문과 교과 협의회 등을 통하여 신중하게 시수 증감을 결정하고 전 학년의 교과서를 재구성해 3년간의 학습내용을 사전에 예고하고 집중이수를 운영하여 학생들의 학기별 학습 부담을 경감하였다. 특히 예·체능, 기술가정 등의 실기 중심의 교과수업에 전문 숙련자를 초빙하여 더욱 다양한 전문적인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여 교육의 질적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음악과 미술은 학년별로 3~4시간을 순증하여 한층 질 높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였다.
셋째, 블록타임제 적용으로 일일 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전 교과를 주당 1회 이상 블록타임을 실시하여 본시 수업시간을 늘이는 효과가 있다. 학생중심의 이론과 실기를 병행한 수업활동을 원활히 전개할 수 있어 발표능력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함양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7교시에 자기 주도적 학습시간을 운영하여 결강을 공강(도서실, 정독실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함) 처리하고 보강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넷째, 학교 특색활동으로 자율활동에 독서논술을 배정하여 학생들의 독서의 생활화와 창의성 신장에 힘쓰며, 학생들의 장래 희망진로와 연계된 21개의 동아리를 조직하여 학생 중심의 자율적 활동이 적극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연차적으로 동아리 중심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확대 운영하기 위해 ‘동아리 체험의 날’운영과 ‘동아리별 봉사활동’이나 ‘행사활동’ 등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다섯째, 수업 컨설팅을 통한 창의적인 교실수업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것은 교과교실제 운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내용이라 하겠다. 교내 자율장학과 교과협의회를 활성화하여 교직원 간의 상호 이해와 협동하는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여 학생중심의 창의적인 교수·학습방법을 모색함으로서 교과교실제의 효율적인 운영을 도모하여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생활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서 사제동행의 등?하교 교통지도, 실내 정숙지도, 급식지도 등을 실시하여 폭력이나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있으며, 각 교과교실에는 고정 좌석표를 비치하여 손쉽게 결강 학생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소규모 토의·토론의 공간을 확보하여 학생자치회를 활성화하여 불편사항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개선해 가고 있다. 그리고 전문상담교사와 배움터지킴이의 활동 강화, CCTV 설치, 그린마일리지제 활성화로 비행을 사전에 예방 지도하여 사건의 발생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정서순화를 위해 등?하교, 점심시간에 음악방송을 실시하여 정서순화 및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교과교실제를 위하여
이와 같이 ‘선진형 교과교실제’와 ‘2009 개정교육과정’ 선도학교 운영으로 교육의 새로운 변화와 요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물론 교과교실제 운영에 대한 만족도를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설문조사 결과도 해를 거듭할수록 향상되고 있으며 특히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되고 있음에 주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과교실제가 아무리 좋은 제도 라 하여도 학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없고 실천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교육 변화의 주안점은 학습자와 학습촉진에 있음을 유의하고 학생, 학부모, 교사의 교과교실제 운영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 교사의 잡무경감,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육자의 열정과 투철한 사명감, 전공분야가 다양한 예·체능 교과의 특별강사 지원 등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간다면 교과교실제는 분명 학생들에게는 창의력 신장, 학업능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학부모에게는 사교육비를 경감시킬 수 있으며, 교사들에게는 교수과정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교육 모델이 되어 공교육의 신뢰 회복은 물론 미래 한국교육의 또 다른 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