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때로는 이런 장애를 모두 잊으려고 했지만, 청각장애는 이중으로 쓰라린
경험을 맛보게 했다. 잘 들리지 않으니 더 크게 이야기해주시오, 외쳐달라고, 어찌 이야기하겠는가. 다른 누구보다도 완벽해야 할 내 귀에 장애가
있다고 어떻게 남에게 털어놓는단 말인가. 오, 난 그럴 수
없어. 한때는 어떤 음악가보다도 완벽했던 내 귀의 장애 때문에, 사람들과
즐겨 어울리고 싶어도 자리를 피해야 한다. 사회에서 어울리지도 못하고,
벗들과 생각을 나누고 세련된 대화를 할 수 없어 세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꼭
필요할 때만 사람들과 지내고, 거의 홀로 마치 추방된 자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사람들과 가까이할 때면, 내 비참한 상태가 알려질까 봐 몹시 불안해진다.
(68)
내 안에 있는 것을 모두 표현해낼 때까진 세상을 떠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 비참한, 정말로 비참한 삶을 참아내고 있다. 내 육체는 아주 사소한 변화에도
나를 최상의 상태에서 최악의 상태로 전락시킬 만큼 예민하다. 인내. 그것을
내 지침으로 삼아야 했다. 그렇게 참아왔고, 운명의 여신이
내 생명의 밧줄을 끊을 때까지 저항의지를 간직하길 바라왔다. 스물여덟 살에 이미 모든 것을 달관한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예술가에게는 더욱 그렇다.
(92)
오, 사랑하는 요제피네, 아는
그저 이성관계로서 그대에게 끌리는 것이 아니오, 나는 당신 그 자체,
우리 앞의 모든 걸림돌을 비롯해 당신의 전부를 사랑하오. 내 모든 감성이 그대에게 사로잡혀
있고. 당신을 만난 그때부터 내 가습은 다른 어떤 사랑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소. 당신은 나를 정복했소. 당신이 나를 원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대답을
듣고 싶소. 내가 얼마나 당신을 생각하며, 내 가습이 얼마나
뛰는지. 오, 신이여, 어떻게
말을 해야 합니까.
(144)
음악가도 일종의 시인이라오. 두 눈의 마술이, 불현듯 음악가를 위대한 영혼이 노니는 아름다운 세계로 옮겨가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게 하는 거라오. 당신과 함께 지내는 동안 내게 떠오른 영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소. 잠시
동안이었지만, 그 아름답던 비 내리는 5월은 내게 충만한
순간이었소. 아름다운 주제가 당신의 눈에서 내 가슴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언젠가 베토벤이 죽은 뒤에도 그 음악은 세상을 매혹할 거요. 하느님이
시간을 더 허락해주신다면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리운, 그리운
베티나,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엔 거짓이 없다오. 우리는
서로의 정신까지 사랑하지 않소? 나는 언제까지나 그대의 정신을 구하오.
당신이 인정해주는 것은 온 세상 그 무엇보다 기쁜 일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