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는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나 미국 등 주요선진국 경제의 회복세가 한층 뚜렷해지는 가운데 수출 및 건설투자가 호조를 보이면서 산업활동이 다소 호전되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10월중 소비자물가는 전월의 태풍피해 등에 따른 농산물가격의 상승에 주로 기인하여 소폭 올랐으나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소폭 낮아졌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의 대폭적인 흑자 지속으로 전월과 비슷한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일부 신용카드사의 경영개선이 지연되고 비우량기업에 대한 신용차별현상이 크게 완화되지 않고 있으나 전반적인 유동성 사정은 비교적 원활하였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고 최근 발표된 정부의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면서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콜금리(무담보 익일물 기준) 목표를 현 수준(연 3.75%) 에서 유지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재할인정책 : 대출정책>
중앙은행은 은행이 일반기업이나 가계에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은행에 대해 자금을 대출한다(일반인에 대한 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 중앙은행 제도가 형성되기 시작했을 때 중앙은행은 은행이 기업에 할인해 준 어음을 다시 할인하는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이를 재할인제도라 부르게 되었다. 중앙은행은 대출시 적용되는 금리(재할인금리)나 대출규모를 조절함으로써 통화정책을 수행한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경우 재할인제도는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된다. 은행들은 영업결과 자금부족이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이를 보충하며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앙은행의 대출창구를 찾게 된다. 그러나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것은 자금조달 및 운용능력의 부족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어서 은행들은 가급적 이를 피하려고 한다. 따라서 이 제도는 은행에 대한 상시적 자금지원 수단이라기보다는 재할인금리의 변경을 통해 통화정책기조를 시장에 알리는 공시(公示)기능과, 금융위기시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최종대부자로서의 기능에 주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편 개발도상국의 경우 재할인제도는 고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통화공급 창구로 많이 활용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국은행의 재할인제도는 소위 "정책금융"의 공급수단이었는데, 이 제도하에서는 은행이 특정부문에 대출하면 한국은행은 이중 일정부분(통상 50%)을 낮은 금리로 은행에 자동지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과도한 통화증가를 유발하여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원리와 가격기능에 입각한 통화정책 수행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1994년 총액한도대출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은행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할 수 있는 전체한도(총액한도)를 미리 정하고, 이 범위 내에서 일정한 조건에 따라 각 은행에 자금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도입당시 총액한도는 8조 6,244억원이었으나 한도를 계속 감축해 나감으로써 1997년 2월에는 3조 6,000억원까지 낮추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신용경색 타개를 위하여 은행들에게 대출유인을 제공해 줄 목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 한도를 늘림으로써 2001년 2월 현재 9조 6천억원까지 확대되었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완료되어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면 재할인제도의 기능회복을 위해 동 한도의 감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총액한도대출 이외에도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는 금융기관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한 유동성조절 대출제도, 하루 중에 일시 발생하는 금융기관의 지급결제 부족자금을 일정한도 내에서 실시각으로 자동지원하는 일중당좌 대출제도 등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공개시장조작정책>
공개시장조작정책은 중앙은행이 国債나 정부가 지급을 보증한 유가증권 등의 매매를 통하여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을 변화시킴으로써 통화량과 단기시장금리를 조절하는 수단이다. 이 정책은 현대 중앙은행의 가장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정책수단이 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공개시장조작의 시기, 규모, 조건, 대상 등을 정책당국이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금융시장 상황을 미조정(fine tuning)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시장원리에 입각한 통화정책 운영이 자리를 잡으면서 공개시장조작이 주된 정책수단으로 정착되었다. 한국은행은 공개시장조작을 위하여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과 국채의 환매조건부매매(RP)의 두 가지 수단을 활용한다. 먼저 통안증권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과거에는 공개시장조작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국채의 양이 적었기 때문에 시중에 공급된 통화를 환수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지급책임을 지는 통안증권을 발행하였는데 현재도 중요한 정책수단이 되고 있다. 통안증권은 14일에서 2년까지의 만기를 가지고 있는데, 일단 발행되면 만기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기조적인 유동성 조절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5,000억원 규모의 통안증권을 발행하여 시중유동성이 5,000억원 줄어들었다고 하자. 통안증권을 매입한 개별 금융기관은 만기전이라도 유통시장에서 이를 매각하여 현금화할 수 있지만, 금융시장 전체로 보면 만기가 되어야 한국은행으로부터 상환을 받게 되므로 그 때까지는 5,000억원이 줄어든 유동성사정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한편 RP거래는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대차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은행은 국채의 만기와는 관계없이 정책적 판단에 따라 RP 거래를 통해 유동성을 신축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더욱이 RP거래의 만기는 91일 이내로 할 수 있지만 통상 1∼6일의 단기로 운영되기 때문에 탄력성이 아주 높다. 한국은행이 시중자금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면 RP를 매각(즉 한국은행이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형식)하고, 반대의 경우라면 RP를 매입(즉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국채를 담보로 잡고 자금을 공급하는 형식)한다.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조작정책은 매월 초 금통위가 결정하는 콜금리 목표수준 유지를 목적으로 운영된다. 콜금리는 콜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므로 한국은행은 외부적으로 결정되는 콜자금의 수급요인(정부의 재정지출, 세금, 외자유출입,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 등)을 예측한 다음, 목표 콜금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공개시장조작규모를 산출하여 이를 토대로 정책을 운용한다. 통안증권 매각이나 RP 매매는 완전경쟁 입찰방식에 의해 이루어지나, 통안증권의 경우 한국은행의 창구를 통하여 일반에 매출되기도 한다.
<지급준비정책>
지급준비정책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예금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중앙은행에 강제예치토록 규정한 정책이다. 이 정책은 19세기말에 금융기관 파산으로부터 예금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지급준비율 변경을 통해 유동성 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화정책의 주된 수단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지급준비정책은 법적인 구속력이 있고 일단 결정된 지급준비율은 상당기간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강력하고 기조적인 정책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몇 가지 한계 때문에 지금은 활용빈도가 떨어져 있다. 첫째, 지급준비율은 자주 변경되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력이 떨어진다. 둘째,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무차별적, 획일적으로 지급준비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개별은행간의 차이를 감안할 수 없다. 셋째, 지급준비금은 무이자이므로 금융기관의 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지급준비의무가 없는 다른 금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지급준비정책은 법령의 제·개정만으로도 간단히 시행할 수 있어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이용해 왔다. 이들 나라는 성장통화 공급이나 외국자본 유입 등으로 유동성이 과잉공급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지준율을 높게 유지하여 금융기관이 대출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의 가용량을 줄임으로써 통화를 적정수준에서 관리하고자 하였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0년대 중반까지는 평균지준율이 10%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시장원리에 의한 선진적 통화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1996년 이후 지준율을 꾸준히 인하함으로써 지금은 평균지준율이 3%를 조금 넘고 있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