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부산 해운대교육청에서 진행한 교육복지실무자 연수에서 발표하고
저녁,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두 번에 걸쳐
부산 남구종합사회복지관 김문희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 들었습니다.
마을을 이해하기 위해 도시공학과 교수님과 '마을 걷기'
마을주민들이 중심이 되는 일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사회복지의 시각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마을 보면 어떨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역의 도시건축공학과 교수님과 함께 지역탐방을 계획하였고
며칠 동안 마을 구석구석을 걸어보면서 마을의 구조, 골목의 모습 등을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본래의 마을 구조가 새로 생기는 길들에 의해 나눠지고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에 의해 소통이 막히는 상황들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느린 걸음으로 찬찬히 살펴보며 느낀 마을,
비공식적 소통의 채널들을 많이 발견했고
이러한 것들이 부서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과 공부의 필요를 느꼈다고 합니다.
당장 어떠한 사업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이런 걸음을 계속하면서 고민할 예정이라 하셨습니다.
발바닥이 닳도록 열심히 걷는 이들에게만 보이는 것이 있겠지요.
마을 걷기기 끝난 후의 종합 소감, 기대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된다면 마을을 잘 이해하고 애정도 생겨날 수 있으며
오가는 걸음에서 만나는 많은 이웃들과 관계의 구실이 될 수 있겠지요.
또한 마을 주민들이 당신들이 의도하지 않아도 이웃과 가까워질 수 없는
물리적 구조가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을 통해
지역주민들을 나누지 않는 이기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사업하려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관계의 부실이 물리적 환경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예전에 서울 성민복지관 박경원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와 비슷했고
제가 영상물로 보았던 마을계획사례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박경원 선생님은 지역 재개발 시, 그 재개발 구상계획회의에 사회복지사가 참여하여
수치화 할 수 없고 재개발될 수 없는 마을의 공동체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셨지요.
(관련 메모 : http://coolwelfare.org/bbs/zboard.php?id=diary&page=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007)
다문화 카페 휴
부산역 근처에서 숙박하고 다음 날 아침에는 차이나타운에서 식사했습니다.
식사 후 부산역에서 한 정거장 걸어 초량역에 위치한
남구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다문화 카페 '휴HU'를 찾았습니다.
다문화카페 '휴'는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지난 5월에 개관한 카페로
베트남, 필리핀, 일본 출신의 어머님들이 직접 자신들의 문화를 차와 다과로 알리는
복합문화체험공간입니다.
카페 공간은 부산의 대표적 여행회사 '여행박사'의 후원으로
여행박사의 손님접대 공간을 빌려 사용하게 되었고
직원으로 일하는 어머님들의 인건비는 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김문희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드렸지요.
이와 같은 카페가 지역 업체의 참여와 관심으로 만들어져 좋기는 한데,
어머님들의 자활사업, 사회적 기업 등에 참여하는 것이
혹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아닌지, 어머님들의 말씀은 어떤신지,
평범한 사람들과 구분되어 따로, 사회적 약자끼리 모여 일하는 것이
혹시 (직업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단순한 일이나 서비스 업 등에만
종사하게 하는 역차별은 아닌지 여쭸습니다.
김문희 선생님의 답변은 명쾌했습니다.
"한국사회라는 낯선 환경을 새롭게 맞이하시는 이들이 느끼는 불안은 클 것이고
그 속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맺기도 힘들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이 일터를 통해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당신들의 사회에 대해 자신감도 갖게 하려는 뜻이 있다.
(아마도 여행박사라는 여행회사와 함께 공간을 공유하니,
만약 일하시는 어머님 고향 나라로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어머님들을 소개해 준다면
서로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겠는가..)
이곳에서 좋은 경험과 기술을 쌓으시면서
일에 대한 자신감도 붙으셨다면
스스로 당신에게 적합한 일자리,
잘하시는 일 찾아 떠나실 것이며
그렇게 하시도록 배려하고 주선하는 것이 우리의 복지관의 몫이다.
이곳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이 카페는 항상 존재할 수도 없다.
또한 '여행박사'라는 곳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은 무엇일까?
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일이니 만큼
한국 안에서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 카페를 제안하였고 이룰 수 있었다.'
그렇지요. 고맙습니다.
사회교육사업을 통한 주민 만나기
지난 7월에 강원도에서 열리 고전강좌에서도
한덕연 선생님께서 복지관 사업들 중 '사회교육사업'으로 지역주민들을 만나는 사례만
잘 소개해도 복지관들이 크게 반응할 것이라 하셨습니다.
주민조직사업, 특성화 사업 등은 그 지역과 복지관의 특성에 따라 진행되기에
일반화하여 모든 곳에 적용하기 어렵고,
이러한 사업을 소개해도 기관과 복지사의 역량 등을 이유로
적용하기에 어려워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반면, 사회교육사업은 거의 모든 복지관에서 하는 사업이기에
사회교육사업을 소재로 지역을 만나는 좋은 방법이 잘 적용되면
복지관과 지역사회가 크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 예로 대구 성서복지관은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산 남구사회복지관 김문희 선생님에게서도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구복지관에서 사회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에도 이와 같은
'지역사회를 만나는 구실'로 바라본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아이들 한 명 한 명
잘 만나고 일상을 알고 있다가
프로그램비를 수납하러 부모님들이 오시면
그때 아이들의 수업 이야기를 구실로 시작하여
가정 이야기, 동네 이야기를 오래도록 나눈다고 하십니다.
가족복지사업이 따로 필요 없고
지역조사가 따로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
프로그램이 많을수록 만나는 이웃들이 많아지니
동네 일 부탁하기 수월하다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사회교육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일은
사회복지사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한직이 아니라
지역을 만나는 귀한 구실이 되는 중요한 일, 재미난 일라고 하셨습니다.
김문희 선생님,
이틀 동안 맛있는 음식과 차 대접해 주시고
귀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배웠습니다.
* 부산 남구종합사회복지관 http://www.namguwelfare.or.kr/
첫댓글 서현이가 잠든 틈을 타 카페에 들러 글을 봅니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사례를 소개해주시고 글 써주시니 제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릅니다.복지에 대한 마음이 꿈틀 꿈틀 시동걸기하는것 같고, 일상에서도 제가 다니는 길, 이웃과의 소통과 관계에 다시금 또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은희 선생님, 글 쓰고 수정하고 다시 보는 순간, 짠~ 댓글이 달렸네요. ^^ 서현이 무럭무럭 잘 자라지요? 오동통통~ 도움이 된다니 고맙습니다. 아직 무엇을 보고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이야기 들려주실 때의 눈빛이 살아있음을 보면서 힘을 얻는 요즘이예요. 그런 분들 만나면 저도 그 같은 일하고 싶은 마음 가득해지지요. 귀한 분들 많이 계시니 겸손도 배우고 있습니다.
지난 만남에서 말씀하신 '사회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있군요. 복지관에서 지역주민(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닌, 일상적으로 만나는 관계)을 만나는 통로로 사회교육만큼 좋은 구실이 없지요. 아이들의 잘 하는 것을 알고 있다가 부모님이 오시면 말씀드린다니.. 뿌듯한 마음과 함께 '복지관에서 내 아이에게 이렇게 관심을 갖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복지관과의 긍정적인 관계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사업에 가치를 담아 행하려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세진 선생님, 나눠주셔 고맙습니다..
임병광 선생님이 잘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글 쓰면서도 임병광 선생님이 읽어주겠지란 생각이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