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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다니엘
다니엘 6:10-13
하나님의 평화가 말씀을 듣는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길 빈다.
바야흐로 창조의 계절처럼, 아주 좋은 가을 날씨이다. 올해 과일은 유난히 풍성하고, 달다고 한다. 어느새 철원지역은 벼가 무르익어 들판이 황금빛이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창조절에 여러분의 삶도 아름답게 변하고, 내적으로 충실하게 여물기를 바란다.
어제 오후에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MBC 무한도전을 꼭 보라는 것이다. 반가운 얼굴이 여럿 나올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유명한 프로그램에 내가 알 만한 사람 여럿이 출연할 리가 없을 텐데 싶으면서도, 시간에 맞추어 TV 앞에 앉았다.
‘배달의 무도’라고 한국의 고향음식을 세계 다섯 대륙으로 배달하는 내용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유럽은 독일의 광부 간호사들에게, 그것도 복흠으로 갔다. 무한도전이 배달한 곳은 복흠한인교회 별관으로 사용하는 ‘한국인의 집’이었다. 그곳에서 얼마나 많이 잔치를 열고, 회의를 하고, 손님을 맞았던가?
한국 남해마을에 사는 동생이 독일에 사는 넷째언니 석명자 집사님에게 음식을 배달한다. 그 언니는 19살에 떠나 지금 64살이 되었다. 어느새 나그네가 된 지 45년이라고 했다. 그런 젊은이들이 평생 겪은 객지생활을 떠올리니 울컥 하더라. 함께 모여 배달한 음식을 먹는 옛 교우들을 보면서 우리 부부도 그들 속에 어울려 있는 듯, 반갑고 즐거웠다.
잊고 산 디아스포라를 기억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배달의 무도’는 역사의 현장으로, 잊혀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배달하고 있었다. 일본 우토르 마을을 방문하였고, 석탄을 캐던 하시마 섬으로 찾아갔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탄광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소망은 배고픔을 면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비록 너무 늦었지만 추모탑 앞에 고향쌀밥과 고깃국을 배달했다.
오늘 본문의 주인공도 디아스포라다. 다니엘을 비롯한 세 친구는 바벨론으로 잡혀간 포로 1세대였다. 그들이 바벨론 왕국에서 또 메대 왕국에서 어떻게 출세하였고, 위험 가운데에서 하나님을 충실하게 섬겼는가를 들려준다. 그들 역시 아주 고달픈 외국생활을 했고, 평생 디아스포라로 살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그들의 신앙이 오늘 우리에게 배달된다. 다니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시공을 초월해 하나님 앞에서 경건하고, 자기 시대에도 진지했던 그들의 삶을 나누어 보자.
1)
주인공은 다니엘이다. 다니엘 이름은 ‘하나님은 심판하신다’란 뜻이다. 제목을 ‘다니엘 다니엘’로 붙인 까닭은 그런 긴박한 경고와 경계의 뜻이 담겨있다. 우리 삶에는 종종 위기가 닥친다. 그런 의미에서 ‘다니엘 다니엘’은 SOS 신호와 같다. SOS는 ‘우리 배를 구조하라’이다.
다니엘은 밧모 섬의 요한처럼 신비한 계시를 본 유명한 환상가였다. 그의 환상은 특별한 장소와 시간이 아니라, 평소 매일하는 기도하는 중에 가능하였다. 그래서 어린 사무엘처럼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범이 되었다. 무엇보다 다니엘은 성경이 보증하는 의인이다. 구약성경에서 경건한 3대 인물을 꼽으라면 ‘노아, 다니엘, 욥’(겔 14:20)이다. 그들은 시대를 초월해 모든 사람에게 본이 될 만한 경건 브랜드 같은 인물이었다.
이스라엘은 불순종과 불신앙 때문에 징벌을 받아 멸망하였고, 예레미야의 예언대로 바벨론으로 포로로 잡혀갔다. 예루살렘이 겪은 무서운 재난을 겨우 피한 사람들은 애굽으로 도망갔다. 그러나 살아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 그들은 내분을 겪고, 애굽 사람들의 우상을 숭배하면서 모두 망하였다. 겨우 살았다고 생각한 그들은 멸망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포로로 잡혀 간 이들, 그들은 이제 다 망했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돌아올 길이 막막했는데 오히려 살아났고, 귀환하였다. 포로로 잡혀 간 이들은 불순종하고, 불신앙했던 자신의 과거잘못을 회개한다. 그리고 하나님 중심의 신앙을 회복했는데, 오늘의 유대교가 되었다. 예루살렘의 멸망과 바벨론 포로를 겪으며 철저한 신앙전통을 마련한 것을 보면 ‘위기가 기회’란 말이 실감난다.
당시 경건한 이들의 습관은 하루 세 번 기도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경건한 다니엘은 평소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창문을 열고 기도하였고, ‘하루 세 번씩’ 규칙적으로 기도하였으며, 겸손히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다. 그는 이방인의 땅에서 포로로 살았지만 자기 하나님 여호와께 기도하는 사람으로 누구에게나 잘 알려졌다.
시편에서는 경건한 사람들의 기도 전통을 이렇게 소개한다.
“저녁과 아침과 정오에 내가 근심하여 탄식하리니 여호와께서 내 소리를 들으시리로다”(시 55:17).
처음에 유대교 신앙을 배우고, 나중에 그리스도인이 된 로마사람 이방인 고넬료도 같은 습관으로 기도하였다. 그는 정시에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그가 경건하여 온 집안과 더불어 하나님을 경외하며 .. 하나님께 항상 기도하더니 하루는 제 구 시쯤 되어 환상 중에 밝히 보매 하나님의 사자가 들어와 이르되 고넬료야 하니”(행 10:2-3).
다니엘의 기도는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순종의 행위였다. 다니엘 기도의 내용은 ‘일용할 감사’행위였다.
2)
대예언서 네 번째 책인 ‘다니엘’은 바벨론 포로로 잡혀간 다니엘과 그의 세 친구가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 시대부터 바사 왕 고레스 때까지 겪은 여섯 가지 이야기와 세 가지 환상에 관한 기록이다. 그 핵심은 하나님 앞에서 의로운 인간이다.
본문은 여섯 번째 이야기로 다리오 왕 시대의 일이다. 왕은 다니엘을 총애하였다. 다니엘은 벼락출세를 하는데 3인 총리와 120명 고관들 중의 으뜸자리에 올랐다. 왕은 가장 지혜로운 다니엘을 앞세워 제국을 통치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포로 출신 다니엘의 출세를 시기하고 질투하던 신하들은 크게 반발하였다. 다니엘의 허물을 찾아 반대하려 했지만, 왕이 총애했기에 번번이 실패하였다. 그들은 다니엘의 신앙을 건드리지 않고는 아무런 빌미를 찾기 어렵다는 생각에 음모를 꾸몄다. 다니엘이 자기가 믿는 하나님의 율법을 어기게 하든지, 총애 받는 왕의 명령을 어기게 하든지 양자택일을 하도록 한 것이다.
그들은 다니엘만 빠질 수 있는 함정을 팠다. ‘나라의 모든 총리와 지사와 총독과 법관과 관원’(7) 즉 왕 말고 모든 사람이 이 음모에 한편이 되었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들은 한 달 유효기간을 둔 임시조치법을 만들어 왕을 설득하였다. 이제 딱 한 달 간 왕 이외에 다른 존재에게 기도하면 사자 굴에 던져 넣기로 음모를 꾸몄다. 왕권을 강화하자는 간신들의 말에 솔깃한 다리오 왕은 한시적 금지령을 정하고, 도장을 찍어 법으로 만들었다.
다니엘은 이 법이 자기를 고발하기 위해 만든 함정인 줄 알았다. 아마 한 달이 아닌 하루 동안 유효한 법이어도 다니엘은 그 법을 어기는 죄인이 될 것이다. 그런 음모를 알았지만 다니엘은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다. 유혹과 타협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자신과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다니엘은 임시조치법이 있건 말건 평소 습관대로 행하였다.
“다니엘이 이 조서에 왕의 도장이 찍힌 것을 알고도 자기 집에 돌아가서는 윗방에 올라가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전에 하던 대로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그의 하나님께 감사하였더라”(10).
당장 음모를 꾸민 무리는 즉각 왕에게 고발하였다.
“다니엘이 왕과 왕의 도장이 찍힌 금령을 존중하지 아니하고 하루 세 번씩 기도하나이다”(13).
왕이 직접 도장을 찍은 일이니, 아무리 다니엘에게 관용을 베풀려고 해도 처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에 일어난 일은 우리가 다 안다. 모르면 다니엘 6장을 계속 보라.
“그의 몸이 조금도 상하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그가 자기의 하나님을 믿음이었더라”(23).
3)
이런 다니엘의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특별한 그룹이 있었다. 그것이 하시딤 전통이다. 하시딤은 이스라엘 신앙과 민족을 부흥시키려는 애국운동으로, ‘충성스러운 사람’ 또는 ‘경건한 사람들’로 불린다.
이들의 전통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후대 바리새파이다. 그들은 예수님께 외식하는 자들로, 화를 받을 자로 비난을 받았지만, 그들의 본래 모습은 신실하고 경건하였다. 그것이 변질되니 더욱 곪고, 썩게 되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본래 모범생인 그들에게 더 세게 매를 드신 것이다.
다니엘은 고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증거한 사람이다. 삶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여호와께 충실하고 정의롭게 살도록 격려하고 있다. 고난 중에도 하나님을 참되게 섬기면 반드시 생명책에 기록될 것이며, 그들은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 강점기에도 다니엘 시대와 같은 시련이 있었다. 일제 36년 동안, 특히 1930년대 만주침략 직후 일본어 사용, 신사참배, 창씨개명 등 황국신민화정책은 대단히 강압적으로 전개되었다. 많은 저항이 있을수록 더욱 억압적이 되었다.
전래 초기부터 애국적 민족주의자들을 양산한 기독교에 대한 간섭과 통제가 극심한 것은 당연한 노릇이었다. 신사참배 반대에 앞장서 온 기독교 학교와 교회를 굴복시키려고 1938년 2월에는 ‘기독교에 대한 지도대책’이 마련되었고 1939년 제74회 제국의회에서 ‘종교단체법’이 제정되었다.
심지어 경찰은 교회마다 “천황이 높으냐? 하나님이 높으냐?, 신사참배는 종교의식이냐? 국가의식이냐?”와 같은 유치한 질문을 했다. 그리고 답변의 내용에 따라 예배와 집회를 허락하였다. 비단 식민지 시대가 아니라도 우리는 현실 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거듭거듭 하나님 신앙에 대한 시험을 강요받고 있지 않은가? 평소 경건한 습관이 위기를 이긴다.
미국에 사는 김진양 목사 이야기다. 하루는 보이스카우트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이글스카우트를 심사하는 자리에 초대받았다고 한다. 미국 내 대부분 보이스카우트 활동이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목사도 선발심사에 참여한다.
사실 보이스카우트의 방침은 무신론자를 금하고 하나님을 성실히 섬길 것을 선서하게 한다. 그런데 이글스카우트가 되려고 지망한 젊은이들은 대부분 자기소개서에서 삶의 목적이 사회봉사라고 하였다. 교회도 그런 의미에서 다닌다고 했다. 심사위원인 김 목사는 삶의 목적이 타인을 돕는 것이 되려면, 먼저 하나님이 주시는 힘을 얻으라고 권면하였다. 봉사정신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아무리 자신이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같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먼저 하나님 중심의 신앙을 붙들어야 한다. 내 삶의 습관을 경건하게 하고, 기도함으로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 과연 무엇이 경건하고 거룩한 삶인가? 우리는 날마다 수없이 타협해야한 삶의 환경 속에 산다. 내 목숨처럼 아끼는 신앙을 간직하라, 내가 전 재산을 주고 바꿀 그런 진주를 찾아라.
다니엘이 용기 있게 기도할 수 있던 힘은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엄청남 음모와 함정을 뻔히 알고도, 사자 굴에 들어갈 것을 각오하고 하루 세 번, 그것도 남들이 모두 알도록 예루살렘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기도한 사람이다.
엊그제 남선교회가 수련회를 열었다. 그날 읽은 말씀이 ‘세상을 이기는 믿음’이었다. 오늘 설교와 통한다.
“무릇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마다 세상을 이기느니라 세상을 이기는 승리는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는 자가 아니면 세상을 이기는 자가 누구냐”(요일 5:4-5).
하나님께 대한 순종 때문에 생명을 얻게 된 것은 다니엘만이 아니다. 신실하게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그의 기도 때문에,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마음 때문에 긍휼히 여김을 받게 될 것이다.
평소 우리는 위기를 맞을 때마다 “큰일났다, 어떡하지, 죽겠네”라고 한다. 이제 우리의 위기신호를 ‘다니엘 다니엘!’로 바꾸자. 다니엘처럼 습관적으로 기도하고, 내 주님을 고백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그 보호하심과 함께하심을 믿으라! 하나님만이 우리의 심판자요, 구원자이시다.
늘 하나님의 은혜로, 그 신앙의 중심을 간직한 믿음으로 살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