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떠올랐을까.
초등학교 1학년때 처음 만난 담임선생님이.
손꼽아 기다리다 입학하고 200여명의 학생들에 반은 2개 뿐이어서
교실 안이 바글바글하다가 어느날 출석부를 들고 우리반인 2반에
들어오신 선생님이 이름부르는 아이들은 3반이 되는거랬다.
호명하는 이름들 가운데 내 이름도 불리워 그렇게 나도 3반이 되었는데
우리 교실이 바로 똥통교실이라고 불리우던 그 곳이었다.
그렇게 우리 고모 연배의 예쁜 처녀 선생님이 우리 선생님이 되셨고
광한이가 반장, 그리고 난 부반장이 되었다.
선생님이 퇴근하고 버스타고 옥천 집에 가실 시간까지,
운화네서 자취하시던 시절 퇴근하실때까지 종례를 마치고도
교실에 남으라며 늘 집에 보내주지 않으셨다.
혼자 남겨지기도 하고 때론 용순이와 같이 남기도 했는데
간단한 심부름이나 일거리도 시키시고 했지만
그것보단 퇴근시간까지 교실에 남아 잡무를 보시며 심심하니까
곁에 두고 말동무 하셨던거 같다.
어릴때 기억으로 펜촉에 잉크 묻혀 쓰시던 선생님 글씨가 참 예뻤었고
가끔은 고모한테 고구마,감자 등을 쪄달래서 가져오라고 시키기도 하셨다.
간밤에 제살 지낸 날이면 떡등을 고모가 선생님 갖다 드리라고
싸보내기도 했었다.
나중에 고몰 통해 들은 얘기 였지만,
출석부 들고 2반 교실에 와서 호명하던날,
유난히 반짝이는 큰 눈을 가진 내가 선생님 눈에 띄었고
내 이름표 보고 명단에 적어 넣었다고 하셨다던가...
그렇게 해서 난 선생님의 반이 되었고
선생님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었다.
중간놀이 시간이면 반아이들과 선생님 팔에 매달려 다니기도 하고
운화네 사랑방인 선생님 자취방으로 몰려가
출근하시는 선생님을 학교에 모셔 오기도 했었다.
광한이와 둘이서 교단에 나와 율동을 하라고 시키기도 하셨는데
수줍음 많던 나는 남자 아이 손을 잡고 무용하는게 정말 부끄러웠기도 했었다.
딱 한 번 엄마가 선생님을 찾아뵌 적이 있었는데 그게 언제였는지는 모르겠고
일곱살에 일찍 입학 시켜서 걱정했다고
엄마가 선생님과 이야기 하시던게 기억난다.
선생님 곁에 남아있는 방과후,
선생님은 채점이나 숙제검사 등등 잡무를 많이 하셨던거 같다.
때론 내 긴 머리를 다시 빗겨 주시기도 하고 이런저런것들을 물어보기도 하셨던거 같다.
주말이었는지 한 번 읍내 선생님 댁에 데리고 가셨는데 집이 그렇게 썩 좋았던것 같지는 않고,
밥 먹을때 보리차를 끓인 수돗물 냄새가 메뚜기 볶았을때 나는 냄새 같다고 생각했었다.
수돗물을 아마도 처음 먹었기 땜에 시골 우물물 맛과 냄새가 달랐었으리라.
각별한 선생님의 총애 덕에 행복한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에 올라갔을때
선생님은 3학년 담임을 맡으셨는데 3학년 언니들을 시켜
이따금씩 날 불러가셨다.
청소 시간에 선생님은 교탁옆에 날 앉히고 이런저런걸 물으시며
말을 시키셨는데 몇번쯤 그랬던것 같다.
한번은 우리 교실에 돌아와 보니 모두 집에 가고 없는 빈 교실에 내 책가방만 달랑 남아 있었다.
어린 내 마음엔, 그런저런 일들로 인해 2학년때의 담임 선생님께선
날 별로 안예뻐 하신다고 생각했었다.
2학년이 끝나고 3학년으로 올라갈때 선생님께선 삼양국민학교로
전근을 가셨는데 도내 체육대회때 우리 학교 쪽으로 오셔서
희숙이랑 아리랑 무용을 할때 고모 옆에서 내게 화장을 시켜 주셨다.
선생님은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늘 단정하신 모습이었고 그 무렵의 유행하던 머리가
훗가시를 넣어 풍성하고 우아하게 틀어올리는 머리 모양이어서 인지
선생님 모습을 떠올리려면 먼저 육영수 여사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비슷한 이미지 였던것 같다.
선생님과 고모 엄마 그리고 그 밖에도 할머니 할아버지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훈훈함이 묻어나는게 참 좋고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일곱살이었지싶다.
첫댓글 내 홈피 다이어리에 쓴건데 우리 친구들과 공유하는 추억이라 옮겨보았음
홈피방문도 못하고 있네내 몸이 세개정도는 되어야 할 듯...이해 해 주렴^^
옛날일인데 기억두 잘하구 있네~~~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길 바래....
영숙아! 가물가물한 옛 기억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나이지? 순백의 영혼에 비쳐지는 세상의 모습들이 ...우리의 영혼을 아름답게 기억되도록 새롭게 창조 해 나아갔겠지~ 각자의 뇌에 조금씩 다른 모습과 느낌으로~~지금의 내가 될 수 있게 출발의 신선함이 행복하게만 기억된다. 예쁜기억 가슴깊이 새기고 어린 아이를 보면 우리도 아주 넓은 아량으로 사랑을 선물하자!
영숙이는 기억력이 남달라서 난 참으로 부러울때가 많아...어쩌면 글도 저리 잘쓸까~
과찬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