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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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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누워 있는 땅
전라도 에서 보물을 찾아오라는홍보 부장의 지시에 따라
카메라와 간단한 짐을 꾸려 목포행 열차에 올랐다.
부장은 문화재나 알려 지지 않는 지방의 특별한 유산들을꼭 찾아서
사진과 함께 취재를 하라는 이야기 이었다.
목포,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도시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대학 다닐 때
부산은 몇 번 가 봤지만 목포는 처음 이였다.
휴가 기분으로 취재 하고 돌아오라던부장의 말도 있고 해서
정말 바람 쐬러 가는 기분으로, 작심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왔다.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닌 듯싶다.
역 대합실을 빠져 나와서 시내 쪽을 향해 무작정 걸어갔다.
더운 날씨 탓에 구두가 거추장스러웠다.
우선 구두를 벗고 슬리퍼라도 하나
구해야 할 것 같아 신발가게를 찾았다.
슬리퍼 대신에 샌들을 하나 사면서
나이가 들어 보이는 주인에게 말을 걸어 봤다.
"목포에 유명한 절이나 볼만한 명물을 구경하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첨이여? "
짧게 되묻는다.
예 좋은곳 있으면 좀 알려 주세요 꼭 문화재같은게 아니라고 괜찮아요
목포 에만 있는 특별한 어떤 게 있으면 됩니다.
어디 가나 그 지방의 명물이나 특산물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거면 됩니다."
"뭐 하는 사람이여? "
"예 그런걸 소개 하는 기자입니다."
"목포의 명물? 기자 양반이 그건 알아서 뭐 할라고?"
"다들 예향(藝鄕) 이라고 해서 유명한 게 많을 것 같아서요."
"유명한 것이사 많제.
유명 하다기 보다는 그럴 수 있는 소제는 많다 그 말인디…
목포 하믄사람들이 유명 하제.
예향?
그것은 말하기 편한 사람들 허는 소리고…"
"사람이 유명 하다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어떤 사람들이…"
"객지에서 산 사람들은 목포 하믄 그저남진이나 이난영 이를 아는 게 고작디…
여그 는 물건들이 천지여….
유명한 사람들 말이여…."
"그렇게 유명하신 분들입니까?
바쁘지 않으면 좀 알려 주세요
목포를 소개할 좋은 자료로 쓰겠습니다."
"그것이 맨입으로 잘 되까?
탁빼기 라도 한 사발이 갇다 놓고 야그를 해야제…
그라고 그것이 설명을 할라믄 무쟈게 길어.
근디 기자 양반은 뭣이 그렇게 알고 싶은 것이여?
시방…. 간첩 아니여?
요새 툭 하믄 끌고 가 싸서 인자 입 띠기도 겁난께....
신분증 있으믄 들이 대봐…
그것은 농담이고…
진짜 뭐하는 양반이여?
내가 여그서 10년 넘게 장사를 했으믄 웬만한
뒷골목 역사는 다 꾀고 있다고 봐도 되기는 헌디…
"예. 저는 월간지 문화춘추의 기자 안 우상 이라고 합니다.
알려지지 않는 지방의 자랑거 리나 숨겨진
우리 것을 알리고 또 문화재로 지정할 것들을 보호하는 잡지사입니다.
특별히 무안군, 신안군 일대의
문화재를 이번에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 왔습니다.
잘하면 아저씨 함자도 글에 올릴 수 있고요…"
"내 이름이?
뭐 그럴 것 까지는 없고,
이따가 밤에 와 여그 까지 와서 뭘 건져 갈라고 그란지 몰라도
여까지 왔으믄 시발 낙지라도 한번 훌트고 맛은 봐야 할 거 아니여?
지금은 바빠서 그랑께
나중에 째보선창에 가서 막걸리 한잔 산다!
그라믄 내가 밤새 씨부려 주께…
안 온다 그라믄 할 수 없고…"
"예 그럼 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응 그라믄 나중에 오든가 말든가 알아서 해브러… 잘 가드라고…"
밤에 찿아 올수 있으면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간편한 샌들을 신고 그 집에서 나왔다.
여전히 거리는 후덥지근하고 덥다.
남도의 바닷가는 인천이나 부산처럼 해풍을 느끼지 못했다.
특히 목포는 그랬다.
강원도와 전라도 둘 중에 한곳을 택해서 취재를 하라는
부장의 말에 선뜻 전라도를 선택 했던건
무엇보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전라도의 맛깔스러운 음식 탓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전라도의 음식 문화도 함께 소개할 작정 이기는 하다.
나는 숙소를 정하기 위해
무작정 간판만을 보고 걸었다.
날이 더워서 걷는 것도 좀 힘겹다.
앞에 작은 구멍가게가 있고
그 앞에 넓은 평상이 있어 잠시 그늘진 평상에 앉았다.
구멍가게 주인이 빤히 얼굴을 쳐다보기에
다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자리 값은 해야겠다' 싶어막걸리를 시켰다
역시 남도 지방 음식은 후하고 푸짐 했다.
막걸리 이외에도 깍두기,콩자반,생두부,생고구마,마른멸치 가 같이 나왔다.
웬만한 서울역 근처의 싸구려 밥반찬 정도다.
"아주머니 이렇게 줘도 남아요? "
웃으며 일부러 말을 걸어 봤다.
"그라믄 이정도 도 없이 워치케 술을 먹는 다요?"
오히려 이상한 듯 쳐다본다.
혹시 글 쓸 때 자료가 될 수 있겠다 싶어
평상위에 차려진 막걸리와 안주들을 카메라로 찍어본다.
주인아주머니가 신기 한 듯 쳐다보며 말을 걸어온다.
"음마. 그것을 뭐 할로 찍소? "
"예 막걸리 하나에 안주가 많다 싶어 그냥 찍었습니다. "
"세상에… 묵도 없고 해서 그냥 나간건디… 부족 하믄 이야기 하쇼…"
아마 평소에는 도토리묵도 안주로 함께 나갔다는 이야기 인듯 싶다
"아이고 이걸로도 충분 한데요 뭐 "
"어디서 왔소? 여그 사람 아닌 거 같은디…"
"예. 서울에서 왔습니다. 볼일이 있어서요.
그건 그렇고 아주머니 이 근처 며칠 묵고 갈만한 좋은 여관 없습니까?
한 3일 정도 있을 건데요."
"이 동네는 전부 여인숙 뿐이여…
요 뒷집에 여인숙 주인을 내가 잘 아는디
이야기 잘해 주께 거 가쇼.
거기 특실이나 여관이나 비슷할 것인디…
거그도 방에서 목간 할 수 있다 는 거 같은디…
알아봐 주까?
여가 그래도 시내 하고 가깝고 택시도 자주 오고 해싼께 좋을껀디…"
"방에서 목욕만 할 수 있으면 됩니다. "
"그라믄 쫌 있어 보쇼이, 내가 금방 갔다 오께.
그라고 점빵은 누가 뭘 들고 가는가
그것만 보고 있으믄 되요. 있어 보쇼이…"
금방 온다던 구멍가게 아주머니는
막걸리 한 주전자를 다 비워서야 신이 나서 돌아 왔다.
"내가 들어가 본께 천장에 선풍기도 붙어 있고 안에서 목간도 할 수 있겄드만 "
"예. 그럼 거기로 정하죠."
"요새 손님도 없고 한께 내가 싸게 해주라 해 놨소.
그라고 밥 먹을 일 있으믄 요 앞에
해남정식 이라고 있는디
거가서 먹으믄 될 것이요…
그 집 할메가 손맛이 있어서 먹을 만 할거요.
막걸리 한 주전자 더 할라요? "
"아 예. 술은 됐고요. 일단 가방 좀 숙소에 두고 나와야 할 것 같네요. "
자리를 털고 일어나 여인숙으로 향했다.
놀랍다.
여인숙 이라고 하기는 너무 화려 했다.
마당에 작은 연못도 있고
연못 주변에 제법 돈이 될 듯한 수석도 있었다.
이정도면 정말 ‘여관 보다 못하지 않겠다’ 라고 생각 했다.
연못 에는 붉은색 비단 잉어 몇 마리가 보인다.
"진도댁이 말한 서울 손님 인가? "
아마 구멍가게 주인아주머니가 진도댁 이였던 모양이다
"아 예… 구멍가게 아주머니께서 …"
"올라오시게… 신발도 들고 올라오시게…
요새 신발도 잃어버리는 일이 많아서 말이여…"
"원래 이집이 여인숙 이였습니까? "
"왜? 맘에 안 들어서? "
"아니요 그게 아니라 왠지 숙박 하는 집이 아니 였던것 같아서요.…"
"이집이 원래 왜정때 쪽발이가 살던 집 인디
우리 할아버지가 이걸 받아서 여즉 여인숙을 하고 있그만…
겨울에는 좀 추워도 요새 같은 여름에는 모기장 치고 자믄 잘만 헐것이여."
전통적인 일본집 이여서 인지나무 바닥으로 된 복도는 걸을 때 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들렸고방은 그런 대로 넓고 좋았다.
벽 한편에는 모기장이 말려 있었다.
시간은 5시가 조금 넘었다.
막걸리 한주전자가 더운 여름의 피로감으로 몰려온다.
목욕도 하지 않고 천장의 선풍기를 쳐다보며가볍게 잠이 들었다.
좀 많이 잤다 싶었는데
일어나 보니 한 시간 정도 누워 있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저녁 식사도 해결해야 하고 해서간단히 샤워를 하고
샌들과 간편한 차림으로 밖에 나왔다.
어차피 신발 가게는 문을 닫기는 좀 이른 시간이다 싶어 우선 식당으로 향했다.
낮에 구멍가게 주인 진도 댁이 말한그 해남식당 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식당 메뉴가 참 단순했다.
딱 한 가지 '백반정식' 누가 써주었는지
검은 먹으로 써진 붓글씨이고
메뉴는 그 한 가지 뿐이었다.
백반, 아마 흰쌀밥을 그렇게 이야기 하는 듯 했지만
그래도 물어 보고 싶었다.
"아주머니 백반이 뭡니까?"
"응- 걍 밥이여. 여가 밥집이여.
술묵고 잡다고 그라믄 안주도 해주고 하제.
근디 혼자 드실라믄 안주 안 시키고 걍 반찬만 해도 될건디… "
"그래요? 그럼 밥 좀 주시겠습니까? "
역시 내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식단의 풍성함은 팍팍한 도시 생활만 해 왔던나에게는 충격적 이였다.
숟가락을 들기 전에 감상하듯 한참을 쳐다 보다
카메라를 가져 오지 않은 게 좀 후회스러울 정도 이었다.
오이냉국,콩자반,멸치조림,생선,몇가지 젓갈, 돼지고기, 김치, 나물종류,
대략 20종류가 나온 것 같다.
"여름 되가꼬 김치가 셔빠져서 김치찌개를 했는디 우짤랑가 몰겄네.."
거기에 또 김치 찌게가 나왔다….구멍가게 에서 했던 똑 같은 질문을 해 봤다.
"아주머니 이렇게 내 줘도 남아요? "
"지금은 좀 한가한 편이라 그란디
사실은 혼자 와서 밥묵고 가믄 걍 본전만 한다 생각 하고 허는 것이제..
그라고 내가 이 장사를 여서 한 20년 하다 본께
인자 장사 엎을라 해도 손님들 등살에
문도 못 걸어 잠그고 여즉 이라고 있그만…
옛날에는 이 동네도 밥장사가 무쟈게 많았는디
내가 장사함서 다들 문을 닫았제…
인자 이 동네 밥장사는 나 혼자 뿐인디
내가 장사 때려 치우믄 여러 사람 성가시게 생겨서….
그래서 내가 걍 참고 있는 것이여…"
'꼬락서니는 이래도 장사는 된다.' 는 대답으로 들렸다.
식사를 마치고 낮에 들렸던 신발 가게로 향했다.
그 가게 주인의 입에서 문화재나 특별한 다른 정보를 얻기 위함은 아니었다.
단지 문화유산이 아닌
다른 어떤 게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정도 였다.
어차피 한여름 밤을 술과 함께 보낼 요량이면
대작할 사람이 필요하기도 했었다.
가게는 한사람의 손님도 없이 조용 했다.
세발낙지 구경 좀 시켜 주세요. "
웃으며 아는 체를 해 봤다
"음마. 진짜 와브렀네. 식사는 했고? "
"예 저쪽 해남식당 에서 했습니다. "
"그 집 백반은 먹을 만 하제 그래도 식당은 올케 찿아 갔네 그랴... 그라믄 가보까? "
"그럼 가게는…"
'누가 봐주는 사람도 없는데 자리를 비워도 되느냐' 하는 나의 걱정 이였다
"됐어… 좀 있으믄 마누라가 나올꺼여…
있다가 마누라 나오믄 오도 가도 못하고 잡히니께 오기 전에 토끼는 것이여 시방…. "
호쾌하게 웃으며 일어섰다.
걸어 가자는걸 굳이 택시를 잡아타고 째보선창 이라는 데로 모시고 갔다.
뭘 특별히 건질 생각은 없었다.
한여름 밤의 한가한 시간의 무료함을
낚시 하듯 보내면서 어떤 이야기이든 건져볼 생각 이였다.
어차피 아저씨 입에서 문화재 따윈 처음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
차에서 내려서 평소에 자주 갔었던 것 같은
작고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손님들도 많았고 앉아 있던 손님 몇몇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신발가게 주인을 보더니 깍듯이 인사를 했다.
오랫동안의 토박이 라는걸 느끼게 하는 순간 이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원하게 주문을 하기 시작한다.
"어이 향란아이-.
여그 낙지 대가리 뗘서 연포끼리고 다리 좀 내온나 그라고 홍어 좀 썽그러 와봐라.
술은 막걸리 한 주전자 주고…."
제법 나이 들어 보이는 주모 에게 그냥 반말로 주문을 했다.
"여 왔응께 낙지 하고 홍어는 한 점 해야제.
서울 사람들은 홍어가 꾸렁내 난다고 잘 안먹든디,
돼지수육 하고 김치 하고 싸서 먹으믄 고것이 탁빼기 하고 궁합이 무쟈게 맞는 음석(음식) 이여.
그라고 이 동네 낙지가 크기가 좀 적어서 글체 무안에서 나는 뻘낙지 인디
나는 여작 무안 뻘낙지 보다 맛있는 낙지는 본적이 없그만.
다들 세발낙지 라고해 쌌는디 진짜 세발낙지 하고,
큰 낙지 아직 덜 여물어서 작은 낙지 새끼 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이여 그것이….."
"예. 저도 서울에서 세발낙지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세발낙지가 다리가 셋이 아니라 한문으로 쓰믄 가늘세(細)자를 써서 세발이여..
.괴기든 생선이든 너무 커도 맛이 없거든
아 닭도 중닭이나 영계가 맛이 있는 것 하고 한가지여…"
연포탕, 낙지 그리고 꾸렁내 난다는 홍어가 나왔다.
정말 홍어는 메케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런걸. 여기서는 ‘꾸렁내’ 라고 표현 하는가 보다 싶었다.
"아 잡사봐. 홍어 하고 돼지고기 하고 그라고 김치 하고 싸서 먹어보믄
그래도 냄새 하고 다르다 싶을꺼여…"
여전히 재밋다는 얼굴 표정이다.
그러나 냄새와 다르게 정말 먹을 만했고
남도의 음식은 나를 실망 시키지 않았다.
낙지로 국을 끓인다는 소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지만
역시 막걸리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연포탕 이라는 국도
술꾼들의 속을 달래기는 그만 이였다.
"인자 홍어삼합도 묵었고, 연포탕도 묵었응께…
술값은 해야제… 뭐든지 물어봐 내가 알고 있는 건 다 씨부려 줄꺼인께…"
"아 예… "
잠시 뜸을 들였다.
숨겨진 문화유산 같은 자뭇 고급스러운 단어는
언감생심 꺼내기도 어울리지 않는 묘한 분위기 이다.
사실 그런걸 알기 위해 데리고 온 것도 아니었다.
"그냥… 여기는 사람들이 유명 하다는 그 말이 무슨 소린가 해서요…"
"요새 말이여…
하두 술집 같은데 입쎈 소리 하다 잡혀간 사람들이 많아서…
사람 이야기할 라믄 입조심은 해야 헌디…
뭐라고 쓸지는 몰라도 조심 하드라고… 나중에 기사 쓸 때 는 나도 책임 못진께…"
"아 예…이건 그냥 제가 좋아서 여쭙는 것 뿐이고
기사화 시키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어르 신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제가 하는 소리일 뿐이죠.…"
막걸리 주전자가 몇 번 들락거리고
한여름 밤을 길게 늘어놓았던 사람들 이야기는
나를 몇 번 흥분 시켰고 향란 이라는 이집 주모가 밖으로 몰아낼 때 까지
나는 경이로운 이곳 사람들의 세상 속으로 깊이 빠져 들었었다.
다음날 아침, 여인숙 주인의 목소리에 눈을 뜬것 같다.
시계를 쳐다보니 벌써 정오를 넘긴 시간이다.
"아 뭔 술을 그케 많이 마셔서 어제 내가 들쳐 멘다고 혼났그만…
그라고 쌍식이는 워치케 아는 사이여?
우쨌든 내려와서 해장부터 하드라고….."
어제 많이 마신 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신발가게의 주인의 이름이 쌍식이었던 모양이다.
역시 쌍식 이라는 신발 가게 주인은 이 동네의 유지가 틀림없긴 한 모양이다.
여인숙 앞에 까지 와서 구멍가게의 평상에 앉아 막걸리를 마셨던 기억까지만 있고
나머지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여인숙 주인의 성화에 세수만 하고 밑으로 내려갔다.
정갈한 밥상에 동탯국 그리고 한여름의 푸성귀와 젓갈이 전부였다.
"동탯국이 해장이 될라나 모르겠네.…"
나만을 위한 밥상 이였다
"같이 좀 드시죠.…"
좀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해본 소리다.
"나는 됐어…근디 쌍식이를 어떻게 알아? 그 잡놈을 알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인디…"
분명 잡놈 이라고 했었다
"잡놈이요?"
웃으며 가볍게 되물어 봤다.
"그놈이 또 헛소리는 안했는가 모르겄네… "
분명 뭔 소리를 했을 거라는 투다
"별 이야기는 없었고… 사람들 이야기를 좀 했었죠. 재미있던데요?…"
여관 주인이 정색을 하고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또 물어 본다.
"또 천재 이야기 했어? "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는데 이번 에도 했어?' 하는 물음 같았다.
"예 천재가 몇 있다면서요? "
쌍식이 라는 사람한테 들었던 데로 그냥 대답 했다.
"우리 집 이야기도 했어?"
"아뇨… 아저씨 이야기는 안했는데?..."
뭔가 있다는 느낌이 갑자기 들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별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식사 후 차를 한잔 하자고 해서 상을 물리고
정원의 연못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 때 차를 내 왔다.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다기(茶器)들이다.
"왜놈들이 다도(茶道) 라고 하는 것도
결국 다 조선에서 배워가서 폼 잡고 마시는 형식일 뿐인디…
여그는 차 마시는 형식 같은 거는 걍 몸에 붙어 있을 정도여.
차라는 것이 꼭 그렇게 먹어야 맛이 있거든...
차가 들어 있는 도기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물로 잔을 씻어 내고
그 덥혀진 잔에 몇 번을 부어 마시는 차 맛은 남도의 향기를 또 한 번 느끼게 했다.
차를 두잔 째 작은 잔에 부어 주면서
여인숙 주인의 이야기는 길게 넋두리처럼,
마치 실타래의 실을 다른 타래에 옮겨 감듯이 조심스럽게 흘려 나왔다.
계 속
첫댓글 2편 까지만 밨네
천천올리시게
이젠 연식이 있어 작은글씨를
오래 보질못허네 눈이피로혀서
천천올리시게
암튼심심하고 시간날때천천히 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