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하세요? 6월입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날이네요.
다들 투표는 잘들 하셨나요? 저는 투표소 가서 하고 왔습니다.
이번 선거 때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투표 보조용구가 있더라고요. 지난 선거 때 요청했으나 없었고, 지지난 선거 때도 요구했으나 없었는데, 이번에 선관위가 정신 빠짝 차렸나?
쉬는 김에 책 감상문 등록합니다.
도서명: 래빗
저자: 고혜원
* 이 작품은 전자도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 독서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순전히 제목에 끌려서 시작한 책이다. 도서명은 《래빗》, 말 그대로 옮기면 ‘토끼’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래빗’은 단순히 토끼를 뜻하지 않는다. 이것은 작전명이다. 6·25 한국전쟁 당시 실제 존재했던 소녀 첩보원들을 칭하던 명칭인 것이다.
역사상 기록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고혜원 작가는 ‘래빗’이라는 실제 위에 허구적인 상상력을 입혀 소설을 전개했다.
🇰🇷🐇 🕊️🇰🇷 👩❤️👩🇰🇷
한국전쟁, 그 역사 속에서 활약한 소녀 첩보원들의 이야기 - 《래빗》
🐇 “지켜줘서, 그리고 살아남아 줘서 고마워. 미안하지만 내가 네 열매를 좀 빌릴게.”
켈로 부대에는 ‘독한 년’으로 불리는 소녀 홍주가 있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작전에 나가 기어코 살아서 귀환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3년 동안 켈로 부대에 있었고, 함께 들어온 20명의 소녀 중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이자, 부대에서 가장 오래된 ‘래빗’이었다.
물론 홍주가 처음부터 래빗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녀는 돌아간 아버지 대신 약초를 캐던 심마니였다. 그런 어느 날, 연거푸 허탕을 치고, 우연히 보게 된 흰 토끼를 쫓다가 산삼을 발견한다. 아무래도 토끼가 산신령인가 보다 판단한 홍주는 흰 토끼에게 고마움을 표하던 중 비행기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비행기는 그녀가 사는 마을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그렇게 홍주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잃게 되었다. 💣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고 죄책감과 무기력함에 빠진 홍주를 동네의 친한 동생 윤옥이 위로한다. 그리고 어느 날, 군대에 자원하겠다며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권한다. 그녀는 딸애 옆에서 잘 돌봐달라는 윤옥 어머니의 부탁으로 부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소령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적군이 소녀들을 의심하는 대신 보호할 거라고 말입니다. 우리도 보호해야 합니다.” 🫡
소녀는 전쟁에서는 특히 약자에 속했다. 그렇기에 어딜 가나 의심받지 않기 딱 좋은 존재였다. 이 점에 착안해 군에서는 소녀들을 첩보원으로 기용하기로 했다.
6·25 전쟁이 치열하던 시기, 국군 및 미군 연합군이 수세에 있는 상황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또 승리하기 위해 취한 방책이었다. 그러나 그 프로젝트의 이면에는 무수한 죽음과 희생이 따랐다.
특정 기간 동안 군에서 훈련을 받았다지만, 어디까지나 그뿐이다. 그래도 소녀일 뿐이란 거다. 전문 군인도 아니요, 오랜 시간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 소녀들이 전문 요원에게나 기대할 법한 임무 수행 능력과 생존 능력을 갖추기란 어려운 일이다. 👩🦯
소설 속에서도 홍주와 윤옥은 둘 다 래빗이 되지만, 살아남은 건 홍주뿐이었다. 그것도 윤옥은 첫 임무에서, 거의 초반부에 발각되어 사살당했다.
물론 래빗 프로젝트에, 소녀들을 첩보 요원으로 쓰자는 작전에 반대의 의견도 있었다. 소설 속에서 강지원 소위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최강의 명분 앞에서 인도적인 부분은 부득이 눈감게 되었다.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그 명분 앞에서.
🐇 “당연한 일이잖아. 그러니까 정보 확인을 똑바로 하란 말이야. 순진하게 굴지 말고 날 더 의심하라고.”
그리고 여기, 또 다른 래빗이 있다. 중국 만주에서 중공군 전방부대 고위 간부 장웨이의 애인을 가장해 정보를 캐내는 소녀, 유경이다. 3년 동안 카페의 젊은 아가씨 경영인으로 위장하고 살얼음판 같은 첩보 활동을 해왔다.
그녀는 원래 국극단 소속 들러리 무용수인 이른바 ‘촛대’였다. 그러다 정식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꿈을 위해 래빗 활동에 자원한다. 그리고 신분을 철저히 숨기기 위해, 또 살아남아 무대로 돌아가기 위해 3년간 외부와의 접촉을 삼가고 오직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
👩🦯 이런 정보 요원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 말이다. 최선을 다해 목숨을 걸고 첩보원 활동을 했건만, 변절했는지 배신 행위를 했는지 의심받는 상황이 곧잘 나오곤 한다. 그런 점은 소설 《래빗》의 전개도 다르지 않았다. 래빗을 위협하는 건, 적군뿐만이 아니었다. 아군에게조차 끊임없이 의심을 받는다. 같은 지역에 여러 명의 래빗을 낙하산을 통해 파견해, 특정 정보를 수집하라고 한 뒤, 크로스 체크하는 건 기본이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정보가 서로 다르면 의심하고, 끝내 실제 배신 여부와는 상관없이, 배반의 가능성만으로도 래빗은 죽는다. 적군 아닌, 아군의 손에 의해서.
그리고 그 의심은 홍주와 유경도 예외가 아니었다. 홍주는 위험한 임무에서 매번 살아남아서, 유경은 적군에게 넘어가지 않았나 해서.
홍주와 유경, 그 두 명의 래빗이 가져온 혹은 보내온 정보가 달랐기 때문이다. 둘의 정보에서 중공군과 북한군 부대의 이동 및 합류하는 시점이 미묘하게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언제 적군에 폭탄을 떨어뜨려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국군 및 미군 연합군은 회의 끝에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래빗을 파견하기로 한다. 래빗은 정보를 오직 암기만으로 전달해야 한다. 때문에 교차 검증을 위해서는 래빗이 직접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리하여 홍주가 유경이 있는 중국 만주로 가게 되었다.
솔직히 이런 대목은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 목숨 바쳐서 기껏 정보를 구해왔는데, 변절 의심받고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는 것 말이다. 이런 대접을 받는데, 어떤 정보 요원이 배신을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배신까지는 안 하더라도, 조직에 환멸감 느껴서, 최소한 어디 한번 당해보라지 하는 심정으로, 그냥 확 엿이나 먹이고 어디로든 튀겠다. 우직한 래빗 홍주 또한 켈로 부대의 처사에 억울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그러나 또 다른 래빗인 유경은 말한다. 당연하다고 말이다. 애써 그렇게 합리화하는지도 모르겠다. ‘전쟁 중이잖아’ 하는 그 명분 아래.
좌우간, 래빗은 서로가 래빗임을 밝히면 안 된다. 그것이 규칙이다. 만약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러니까 배신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유경은 모종의 사건으로 홍주가 래빗임을 알게 된다. 홍주 역시 유경의 도움을 받으며 그녀가 같은 래빗임을 깨닫는다. 홍주와 유경은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서로를 감시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외로운 전쟁 속에서 서로 의지하게 되는 ‘벗’이 되었다.
임무의 끝이 점점 다가오는 가운데, 전쟁의 승리를 위한 폭격 날짜도 차츰 다가온다. 홍주는 제한된 기간 내에 정보를 확인하고,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
한편 유경은 장웨이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낀다. 그가 저녁 식사에 초대했지만, 더 큰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거절할 수 없다.
👩❤️👩 과연 두 래빗, 홍주와 유경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둘 중 누구의 정보가 맞는 것일까?
🇰🇷👩🦯🌺 🕊️🇰🇷📚 👩❤️👩🐇🇰🇷
《래빗》 - 책임지고 잊지 말아야 하는 아픔과 슬픔과 비극의 서사, 그리고 나아가기 위한 희망의 서사
소설 읽기를 끝내며 문득 생각해본다. 전쟁을 겪었거나, 전투에 참여했거나, 하다못해 총성을 피해 피난에 오르는 등 전쟁을 경험한, 이른바 ‘전쟁 세대’라고 불릴 젊은층이 있을까?
우리나라가 아직 휴전 국가이고,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전쟁을 겪어본 혹은 전장에 서본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전쟁으로 인한 상실과 아픔과 고통과 슬픔, 그 모든 비극을 겪은 적도 없다. 그저 우리들 대부분은 학습을 통해 전해 듣고 배웠을 따름이다. 그 부분에서 고혜원 작가의 소설 《래빗》은 북한의 공격으로 인해 발발된 6·25 한국전쟁의 시대상과 그 전쟁의 과정에서 벌어진 아픔과 상실과 슬픔, 그 모든 비극을 자연스레 드러낸다. 특히 실제 존재했으나, 한국전쟁 역사에서도 남겨진 자료가 거의 없어, 이름 없이 잊혀진 소녀 첩보원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혹독한 시절, 피란민으로 위장하고 토끼처럼 산을 넘어다녀야 했던 소녀들에게 ‘래빗’이라는 작전명이 붙여졌다고 했던가.
읽는 내내 전쟁의 아픔이 개인의 아픔이 되고, 그 모든 아픔들이 당연시되었던 시기가 마음 아팠다. 그때의 시대상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기에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그렇게 얼버무리고 넘어가기에는 비극이었다. 너무 많이 아팠다.
심지어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이 정당하든 아니든 개의치 않는 최대희 소령에게도 다 곡절이 있었다. 소설 초반에 그의 인상은 냉정한, 아니 비정하기 짝이 없는 지휘관이었다. 최대희 소령은 전쟁의 승리에만 관심이 있고, 전쟁을 효율로 본다. 그 과정에서 초래되는 죽음, 그리고 죽음, 또 죽음, 그 무수한 주검은 그저 ‘승리’와 ‘효율’을 위한 숭고한 희생일 따름이다. 그는 폭격으로 인한 래빗의 죽음, 그리고 그 지역에 있는 민간인의 죽음을 고려하지 않는다.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든 희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모습은 전쟁의 광기에 휩사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최대희 소령에게 통역병이자 홍주의 친구인 현호는 이렇게 외쳐 묻는다.
🫡 “다 살아야죠! 그게 진정한 승리 아닙니까?"
물론 현호의 주장은 몹시 이상적이다. 현실성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최대희 소령의 신념이 옳다고 할 수도 없다. 소설 중 등장하는 여군 고우인의 말처럼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없으니까. 또 전쟁을 핑계 삼아 버려서는 안 되는 것까지, 이를테면 인간성 같은 것을 버려서도 안 되니까.
“전쟁은 안타까운 걸로 이기는 게 아니야. 그랬으면 난 매번 이겼어야 하거든." 🫡
하지만 최대희 소령의 마음에 공감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북한군 전멸, 승리에 집착한 이유 역시 상실의 아픔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북한군의 손에 전부 고혼이 되었기 때문에. 그에게 남은 건 오직 복수뿐이기에. ‘전쟁 중이다’라는 그 명분 아래 그는 자신의 상실감을 복수로 대체했다. 동시에 전쟁이란 명분으로 인간성도 함께 버렸다.
당연하다 여겨서는 안 되는 것들이 당연시되는 시대는, 상실의 고통에 주저앉거나 미쳐버리거나 했던 시대란, 그야말로 비극의 다름 아닐 것이다. 의심받고 의심하는 것, 서로 죽여야 하는 것. 그게 어떻게 당연한 일이겠는가.
또한 홍주처럼 미래를 생각할 수 없게 된 상황이 안타까워서 마음이 종종 가라앉았다. 고혜원 작가의 말마따나 전쟁에서의 가장 큰 상실은 ‘미래’인지도 모르겠다. 홍주와 최대희 소령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미래를 잃었다. 지원과 현호 등은 조국의 안위와 사상적인 대립을 생각하는 대신 다른 것을 고민하고 꿈꿀 수 있는 미래를 잃었다. 그리하여 현재의, 살아남는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 ‘현재’만 남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사람들 중 누군가는 꿈을 꾸고, 누군가는 사랑을 했다. 꿈을 이루는 미래를 위해 달렸고, 사랑하는 이와 함끼할 미래를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평화로운 미래를 바랐다.
대표적으로 래빗 유경이 그랬다. 그녀는 미래에 될 배우를 위해 래빗에 지원했다. 그리고 험하고 고단하며, 생사의 위험을 넘나드는 래빗 활동을 ‘꿈’으로 인해 버텨냈다. 유경은 삶의 의미를 잃은 홍주에게 말한다. 전쟁이 끝나고 무엇을 할지 생각하라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고. 미래를 꿈꿔보라고.
홍주는 유경과의 만남을 통해 잊었던 가치들을 되새기고,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작전에서 생환한다. 그리하여 ‘기적’이라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냥 기뻐하지 못한다. 동무를 잃었기에. 전쟁 끝나고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영영 지키지 못하게 되었기에. 국극단 무대에서 친구를 볼 수 없기에. 홍주는 나아가는 길로, 유경은 책임을 지는 길로, 그렇게 운명이 갈렸기에.
한편 책 읽는 나도 6·25 전쟁 끝났다고 마냥 박수칠 수가 없었다. 지원과 유경의 서사가 너무 안타까워서. 데려갔다가 다시 데리고 오겠다는 지원의 약속이 끝내 깨지고 말아서. 그의 전쟁이 결국 ‘그날 밤’에 끝나서. 살아남으라고 당차게 말하던 유경이 생각나서. 자기는 희생 안 할 거라며, 자신 때문에 희생하지 말라던 당부가 생각나서. 그러면서도 끝내 책임을 지는 길로 달려간 유경이 떠올라서.
그래도 삶은 이어지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홍주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것이 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6·25 한국전쟁, 그 시대의 상실과 아픔, 잊혀진 이름들, 죽음들. 📚
그리하여 나아가야 할 것이다. 통일이나 뭐 그런 거창한 방향성을 말하는 건 아니다. 단지, 다시금 이런 비극이 재현되지 않길 바랄 따름이다. 그러려면 책임지고 기억해야 한다.
전쟁의 서사는 소설 《래빗》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기에 《래빗》은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희망을 잊지 않기 위한 소설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디오북 성우들 연기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한 편이다. 기왕 독서할 거면 오디오북으로 듣는 것도 추천하겠다.
총체적으로, 아픈 역사 속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소설로나마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첫댓글 휴전.
평화.
미래.
진정한 평화는 구걸로 될 수 없다. 지키는 평화만이 진정한 평화다.
현충일, 6.25가 있는 6월
시의적절한 서평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