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매니어들은 10월24일 춘천에서열리는 조선일보국제마라톤대회를 가을의전설이라고 부른다.
달림이들은 누구나 참가하고픈대회...
그저 건강과 체중조절. 나자신의 의지력시험을위해서 마라톤을 하다 기록에욕심을내어 3일간 을숙도제방시멘트길을 50km 달리다보니 발목인대부상으로 근3주째달리지도못하고...
그놈의기록이 무었인지 후회막심하다.
역시욕심은욕심이고 맘달리먹고 즐달하기로하였는데 그놈의 가을의전설인지 무엇인지 덜컥신청하고나니 벌써부터걱정이 태산이다.
42.195km를낙오하지않고 완주할수있을까? 기록은? 그동안 부상없이 연습잘해야할탠데등등...
여기저기 마라톤싸이트를 써핑하다가 정말가슴속에찐한 무언가모를감동을느껴 함께동참하고픈마음에 올립니다.
Subject 풀코스 마지막 주자의 변
<이글은 금수산마라톤클럽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서울대회는 집에서 가고 오기는 편하지만
5월의 정취를 느끼고싶어 지방의 한 대회를 가보기로 했다.
제4회 제천마라톤 대회
머물러 있으면 익숙해지고 편하지만 그것은 변화와 발전이 없는 묶임이 되기 쉽다.
일상에서 희미해져 가는 나의 마음, 나의 뜻, 나의 몸을 다시 세우고 싶은 내적인 열망이 있었다.
때를 분별하지 못하고 그저 살아가는 삶이 무기력할때에는 잠시 물러남이 참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다.
그래
다시한번 나의 의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것이다.
그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새벽 5시
집사람이 먼저 일어나 주섬주섬 먹을 것을 챙겨준다.
"뛰다가 힘들면 포기하세요 괜히 무리하지말고"
항상 듣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난 절대 포기는 하지 않을것이다.
예약한 버스에는 아홉분만이 탑승하고있었다.
모처럼 휴일 나들이에 모인 모든 승객들의 표정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제천운동장에는 많은 마라톤 매니어들이 운집해 있었다.
하늘에선 경비행기가 창공을 난다.
길지않은 식전행사와 간단한 스트레칭을 끝내고
10시
출발
42.195km
이제부터는 백오리길을 나혼자 헤쳐나가야한다.
절대 주로에서는 남의 힘을 빌릴수없으며 힘이 다하면 낙오하는 방법밖에 다른 선택이 있을수없다.
마치 남이 자기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수없듯이
그래서 곧잘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긴 하더라만
출발선에 나오자마자 약간의 언덕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전초전임을 나중에야 알게된다.
여기서 힘을 너무 소모하면 안된다.
최대한 힘을 절약하며 속도를 늦춘다.
전부가 앞만 응시하며 말없이 기계적으로 발걸음만 뗄뿐이다.
도심지를 벗어나 사이길로 접어든다.
교통이나 도로통제는 잘되는 것 같았다.
연도에는 많은 시민들이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비등록 자원봉사자들도 자기집의 얼음물을 들고와 선수들에게 나누어준다.
서울대회에서는 곳곳에서 경찰관과 말다툼하는 광경을 볼수있었는데
그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
하프 반환점까지는 그래도 여러명의 선수들이 같이 달렸으나 그 이후에는 몇 명만이 무리를 지어 뛰다가
12km지점부터는 내 뒤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경찰차 하나만 나를 뒤따라 올뿐이다.
15km의 언덕길에서는 5시간 페이스 메이커 두 분을 만난다.
광화문 마라톤 클럽
어느 대회를 가나 만날수있는 빨간 모자를 쓴 봉사클럽 아저씨들이다.
걷고있는 나에게 걸으면 다시 뛰지를 못한다고 천천히 뛸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마음뿐 발은 따라주지 않는다.
밭일을 하시던 아저씨가 혼자뛰는 날보고
"뒤에는 아무도 안보여" 하신다.
이제부터는 확실한 마지막 주자가 되었다.
의림지를 지나 우측으로 방향을 돌리니 많은 주자들이 반환점을 돌아 나오면서
파이팅을 외쳐주시고 그 중에는 완주를 외쳐주시는 분도 계신다.
풀 반환점 2시간 26분
5시간 페이스 메이커 분들이 요기를 하시며 몸을 풀고계신다.
키 큰 주자하나도 보이지만 나중에 그분을 다시 볼수는 없었다.
여기서 조금 뛰다가 5시간 페이스 페이커들도 놓쳐버리고 만다.
"웬만하면 같이 가시죠"라는 말씀을 남긴채
엠블란스도 그 페이스 메이커뒤를 따라가는데 이는 곧 교통통제를 푼다는 의미일 것이다.
난 인도로 오른다.
그러나 차가 많지않아 중간중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앞을 내딛는다.
인라인를 타는 젊은이가 오랫동안 내 뒤를 따른다.
그러나 이 마지막 주자를 위해 중간중간 운영위원분들이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며 교차로에서는 길을 열어둔다.
미안하기 짝이 없다.
중간중간 자원봉사자들은 자기의 임무를 끝내고 짐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운영위원들은 미리 연락을 받은 듯 나를 기다려주시고 격려를 해주신다.
주민들도 나와 물을 따라주시면서 완주를 외쳐주신다.
30km에 이르러 다시 큰 도로와 연결되고 지점에서 난 방향을 잃고 우회전을 하니 트럭을 몰고 내 뒤를 따르던 아저씨를 직진하라고 방향을 잡아주신다.
35km지점에 이르니 저 앞에 한 주자가 쓰러지듯 뛰거나 걷고 있다.
내 모습도 뒤에서 보면 저 모습과 또 같으리라.
어쨌든지 우리는 그 길을 뛰어가야만 했고 주저앉는다고 해도 누가 떠메고 가 주지 않는다.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 하지말고 한걸음 한 걸음 가는 것을 즐겨야 하며 늦게 가도 한 걸음 한 걸음 그 시간 최선을 다해 걸어가야 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내 뒤를 따르던 렉카차 운전사가 저 사람을 따라 잡으란다.
시도를 해보지만 다리는 움직여 주지않는다.
아직까지 중간에 남은 운영위원분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주민들이 격려를 해주신다.
이 불상한 마지막 주자를 위해서
37km지점
마지막을 정리하시던 제천마라톤 동호회원 한 분이 나를 위해 동반주를 해주신다.
그러나 이젠 힘이 다하여 뛸수가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 둘수는 없는일
半走半步
뛰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길고 다리근육은 말이 아니지만
남은 거리는 5km가 힘을 더해준다.
시내 도로에서는 그 분이 아니었다면 길을 몰라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차를 몰고가시던 회원들인 듯 싶은 분들도 격려를 보내주신다.
이제 지칠데로 지쳐 다리는 내 맘과같이 움직여 주지않는다.
그래도 인도가 우레탄으로 되어있어 발의 충격을 덜어주었다.
발바닥의 통증도 더해지고 다리근육은 단단하게 굳어지는것을 느낀다.
한걸음 한걸음이 고통의 연속이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수는 없다.
이것을 이기지 못하면 앞으로 무슨일을 할수있으랴
무슨일이 있더라도 골인점을 밟아야한다.
발이 부르트고 다리가 두 갈래로 찢기고 몸이 부서지더라도
나는
가야만 한다.
운동장을 두고 ㄷ자로 길을 돌아 마지막 언덕을 오른다.
트럭하나가 우리앞에서 경광등을 켜고 길을 열어주신다.
운영위원인듯한 분이 마지막 주자임을 확인하고 내 옆을 붙는다.
운동장 출입문을 지난다.
이봉주가 황영조가 그랬듯이 문들 들어서면 스탠드에 있던 관중들이 환호하고 그들은 손을 흔들며 400m트랙을 한바퀴돌아 우승을 하고 금메달을 거머쥐는데
나도 경기장 출입문을 들어서 400M트랙을 돌지만 청중은 간데없고 마지막 주자를 기다리는 운영진뿐이다.
3/4바퀴도는 300m가 왜그리 긴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좌청룡 우백호
난 두 분의 봉사자들에 싸여 백오리의 마지막 지점을 향해 발을 대딛는다.
마이크에서는 마지막 주자가 들어온다는 것을 알린다.
마지막 곡선코스를 돌고 직선코스로 들어오니
저기 골인점이 보인다
저기가
골인점이다.
힘을 더하고
마지막 있는힘을 다해 스퍼트를 한다.
테이프를 박찬다.
나는 해냈다
해내고야 말았다.
1등만 할수있는 테이프를 나에게도 배려해줌은 이 불상한 마지막 주자에게 주는 주최측의 고귀한 선물이리라.
주취측에서 메달을 목에 걸어주시고 물 하나를 건넨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이다.
나의 다리근육을 풀어주신다.
다리는 풀리고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가슴속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없는 희열을 느낀다.
하여튼
2004년 5월 2일 오후 3시 27분
제천종합운동장
마라톤 백오리 피니시라인에 나는 서있었다.
난
비록
마지막 주자이었지만
결코
꼴찌는 아니었다.
오늘 기록을 확인해보니
5시간을 넘겨서인지 기록에도 빠졌다.
하지만 무슨 관계가 있으랴
내 자신이 정직하게 뛰어 완주했으면 그만이지
마라톤
마라톤이라는것
몸서리치는 고통속에서
이를 악물고
그 고통을 맛보며
난 왜 뛰는것일까?
내가 체질적으로 운동신경이 뛰어난것도 아니고
옛날 입학시험 체력장에선 항상 기본점수로 만족했고
군대사병시절에는 선배사병의 성가신 권유에도 축구장에 나간적이 없었는데
그런데 내가
왜?
바로 그 긴 고통의 터널뒤에 오는
그
바로 그
쾌감때문일것이다.
뛰어보지않은 사람은 절대로 느낄수없는
그 고귀한
행복
희열
그 힘든 고통이 있음으로해서 꼴찌를해도 기분은 날아갈것 같다.
어느누구의
어떤 도움도 없이
나의 의지로
나의 튼튼한 두다리로
백리길을 달려
지금 이자리에 서있으니까
온 몸을 엄습하는
그 고통속에서도
넘어져 쓰러져도 다시 스스로 일어나서 뛰어야 하는것기에
결국은 1초의 이 짜릿한 오르가즘을 맛보기위해
난 5시간 가까운 시간을 뛰고 걸었다.
마라톤이란 결코 무식하고 우직한 스포츠가 아니라 가장 정직한 스포츠이기에...
마지막 저와 동반주해주신분 하도 기진맥진하여 그 분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분에게 여기를 통해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부부마라톤매너어인 듯 정선생님으로 기억하고있고 사모님은 최선생인듯)
이 대회를 위해 힘쓰신 모든분들이게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참가를 하고싶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의 영광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