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성 강원학사 숙우회장
어렸을 적 고향의 부모님을 생각한다. 자식을 둔 부모는 자식에서 돌려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직 줄뿐이다. 내 자식이 잘 못될까봐 염려하고 당신들은 먹을 것, 입을 것, 즐길 것을 안 먹고, 안 입고, 안 놀고 자녀들에게 평생 정성을 쏟으신다. 온종일 땡볕에서의 밭일도, 직장에서의 고달픔도,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아랑곳 않은 채, 자식 키우는 보람에 사신다. 무거운 짐도 대신 지고, 구렁텅이에도 빠지며, 어려운 일도 마다 않으신다. 오직 자식 걱정으로 '나는 못났지만, 너희들은 성공해야한다. 잘살아야 한다.'며 허리띠를 졸라 맨다.
그러나, 그 자식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서 부모의 은혜를 갚으려고 할 때쯤엔 부모님은 어느 사이 이 땅에 계시지 않는다. 부모님도 바라지 않는다. 자식이 잘못해도 나무라지 않고 덮어준다. 자식은 땅을 치고 후회해도 부모님께 신세 갚을 기회가 없다. 우리 여기서 북망산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의 은덕을 곱씹어 보노라면, 우리가 받은 은혜의 보답에 대한 길이 보인다.
올해 2005년은 강원학사 건립 30주년 해이다. 지난 7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성대한 30주년 기념식도 열었고 강원도 인재육성기금도 전달했으며 보은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다짐했다. 강원도에서 받는 기대만큼이나 강원학사 출신들의 사명감과 책무는 막중함을 느낀다. 이제 30년 동안 담아낸 김장독의 장맛이 날만한 때이다. 강원도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향토 인재양성에 눈을 뜬 선각자이다. 그간 강원학사 대문을 연 사숙생이 2500명을 넘어섰다. 모두들 부모님의 은덕을 생각하고 사모하듯 나를 길러준 학사를 돌아본다. 강원도가 쏟아 부은 이 정성, 보답할 길이 있을까. 오! 감사 할 일이다. 부모님을 가셨으나, 강원학사는 건재하다. 오히려 힘이 펄펄 넘친다. 더 크고, 청·장년으로 성장한 모습에 두 주먹이 불끈 솟아오른다. 아침해 먼저 받은 강원도에서 태어나 도민의 은덕으로 공부한 우리 학사 출신들! 소중한 졸업생들!
강원도에 감사한다. 강원도민들에게 감사드린다. 강원도에 보은을 하자. 주저 할 일이 없다. 은혜를 모르지 않는 강원도민의 순박함으로 보은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참 믿음이다. 그동안 작은 실천들이 있었으나, 그때마다 다짐을 새롭게 하여 왔다. 재사생과 졸업생인 강원학사 출신 모임인 숙우회 회원들은 강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기원행사, 태풍 루사 봉사활동, 의료봉사 활동 등 역할을 찾아서 실천에 옮겼다.
이제 단단한 보은의 장독대는 우리들이 채울 차례이다. 우리가 어디서 낳고 어디서 자랐으며, 어떻게 공부해 왔는가. 편안하고 소중했던 청년학생시절을 감사하게 보낼 수 있었던 학사 시절에 대한 보답을 해야할 때이다. 출발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강원학사 출신 졸업생인 숙우들 모두 열정을 내자.
한 걸음씩 내딛는 강원학사 출신의 아름다운 동행은 강원도를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강원도에 새 힘이 되어야 한다. 어디엔가 어렵고 힘든 우리의 후배들에게 따뜻한 선배가 되어야 한다. 부모님에게 받은 은혜와 강원학사에서 받은 은혜의 보은을 우리들의 청춘이 식기 전에 생명의 감나무를 심고 가꾸자.
강원도민일보 기사 : 200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