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만 목포대 초빙교수(전 청와대 홍보수석)
“시상 모든 것은 인연에서 생기제...”
해남 두륜산 대둔사 일지암. 초의선사는 소치를 앞에 두고 인연론(因緣論)을 설파한다.
소치와 초의의 ‘위대한 만남은’이때부터 시작됐다. 180여년 전의 일이다.
인생에 있어, ‘만남’은 과연 무엇인가.
예술이든 학문이든, 또는 사업이든 정치든, 특정분야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위인들에게는
‘결정적인 만남’이 꼭 있다. 위인만이 아니다. 평범하게 살았지만, 어딘가 범상치 않은 구석이 있는 '보통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약 그와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지금 무엇이 되어 있을까?” 나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정도 생각해 본 화두다.
그렇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인생은 만남 속에서 형성된다. 만남의 대상이 스승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누구와 만났는가가
인생을 결정한다.
진도 출신의 여류소설가 곽의진의 장편소설 ‘꿈이로다 화연일세’는 한 예술가의 끈질긴 집념과 뜨거운 고뇌, 그리고 예술적
성취 과정의 굴곡과 희열을 ‘만남’을 통해 사실적으로 비춰주고 있다. 화연(畵緣)은 곧 ‘그림의 인연‘이란 말이 아니겠는가.
그 예술가가 바로 소치 허련이다. 진도가 낳은 불세출의 화가이고 한국의 남종문인화(남종화)를 완성한 분이다.
아~, 소치 허련!
현대를 사는 우리는 과연 소치의 삶을 알 수 있을까? 타임머신을 타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 한양(서울)은 세상의
전부였다. 아득히 먼 남쪽 나라 진도는 한양을 기준으로 봤을때 무시해도 좋을, 이름없는 변방이었다.
한양의 어떤 사람이 ‘진도 촌것’을 알아주기나 했겠는가. 더구나 세상의 지존 상감마마를 알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소치는 달랐다. 불가능의 세계를 가능의 세계로 만들었다. 오로지 실력으로!
“그대가 좋은 그림으로 짐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상감마마(헌종)의 이 말 한마디에 소치는 소리 없이 절규했다. 조선 최고의 화가로 공인되는 순간이다.
소치는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 장의순을 떠올렸다.
곽의진은 시간의 법칙을 어기고 있다. 역사적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을 살가운 진도 사투리에 실어, 소치를 환생시키고 있다.
중심 테마는 만남이다.
괴테와 베토벤의 운명적 만남이 독일 예술의 금자탑을 쌓았고, 워어즈워드와 코올릿지의 낭만적 만남이 영국 문학사의 찬란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듯이. 소치 허련과 초의선사, 추사 김정희의 위대한 만남은 한국 회화사에 굵은 한 획을 긋는다.
소치가 초의선사를 만나지 못했고, 초의선사가 추사를 소개해 주지 않았다면, 또 추사가 소치를 엄하게 가르치지 않았다면,
소치의 상감마마 알현이 과연 가능했을까.. 그리고 한국의 남종화는 과연 탄생했을까.
이것이야 말로 ‘만남의 신비함’이다.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짧은 삶 속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대부분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 한사람’
만이 내게 평생 지울 수 없는 감동과 환희가 되고, 그 분만이 내 생애의 존경하는 스승이 되고, 왜 하필이면 그 여인만이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은’ 연인이 되어 애타게 그리워하는 존재가 되는 것일까.
‘꿈이로다....’의 탄탄한 구성과 섬세한 디테일은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특히 진도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질퍽한 사투리
는 진도 독자들만이 누리 수 있는 별미다.
‘꿈이로다...’에는 200년전 진도의 모든 것이 있다. 그림이 있고 노래가 있고 술(홍주)이 있다. 그리고 씻김굿이 있다. 각종 물산이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가 살아 넘친다.
아, 이래서 보배로운 섬, 진도로구나. 기름진 땅, 옥주로구나.
‘꿈이로다...’를 읽고, 진도 문화의 뿌리를 다시 확인했다. 소치를 알았고, 남종화의 뿌리를 알았고, 소설가 곽의진을 알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과연 ‘만남’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곽의진은 애향심이 남다르고 역사 의식이 투철한 문학가다. 10여년전 고향에 정착, 임회면 탑립리에 ‘자운토방’을 짓고 소설가로
서, 향토 사학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꿈이로다...’는 곽의진이 소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출판한 장편소설이다.
출처 : 진도타임스 인터넷신문
첫댓글 김희수 회장 좋은 글 감사하게 잘 봤네.....
감사하이..구정잘보내시구.어디안가면한잔하세.24일관악산가는데.오든가...
김회장, 수고가 많았소이다. 소인의 졸문을 이렇게 올려 놓으니 좀 송구스럽네. 앞으로, 내 고향의 좋은 인물, 좋은 일에 대한 글을 계속 쓸려고 하오.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시상에....고향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것는가?
형님,좋은설날맞이하시고.향상건강하십시요...그리게요고향보단더좋은것어디가있겠습니까...앞으로더많은글부탁드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