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울증으로 힘이 든다니까 친구 유근무가 기타를 사서 보내주었다. 그게 벌써 작년 이맘때다. 시골로 이사 오기 전에는 서울 반포의 동회 주민쎈터에서 교습을 받았으나 두 달 만에 성환으로 이사 오는 바람에 그나마 중단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 시대가 어느 때냐? 시골이라고 기타교습이 없을 수 없다. 알아보니 성환 도서관에서 매주 월요일 10~12시에 기타 무료강습이 있었다. 허지만 금년 3~5월의 3개월은 기술사 보수교육을 받네, 눈 수술하네, 어쩌네 하면서 거의 반을 빠졌다. 6~8월의 3개월은 정말 충실하게 교습을 받았다.
기타교실에 나가니 나보다도 한 살 위의 대학교수 출신 늙은이가 있어서 좋은 친구가 되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하고 불러주는 50대의 반죽 좋은 부인도 있어서 기분이 쏠쏠했다. 음악에 소질이 없어서 노래를 하면 기타 반주가 안 되고 기타에 신경 쓰면 노래가 안 되는 그야말로 노래 따로, 기타 따로인 날더러 ‘오라버니, 그 정도면 잘 하시는 거여. 얼마 되었다고 노래씩이나 하시려구 그려. 박카스나 한 병 마시고 하셔.’하며 부추겨주어서 용기를 내어 계속할 수 있었다.
드디어 도서관에서 발표회를 하란다.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 모두가 출연하는 거다. 잘 하는 사람만 몇 명이서 하라고 했지만 다 해보아야 6명인데 거기서 또 빠지면 안 된다며 사람 수라도 채워야하니 무조건 참가해야 한단다. 무료강습 받은 죄로 계속 못하겠다고 우길 수도 없고 ‘그래, 그냥 하는 시늉이나 하자.’고 하기로 했다. 발표할 곡을 골라 몇 곡만 집중적으로 연습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 밥도 같이 먹고 차도 같이 마시고 50대의 젊은 부인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져서 희희낙락 즐거웠다.
발표 당일, 9월 21일, 토요일. 흰 T샤쓰에 청바지를 입고 모자도 구해서 똑같이 썼다. 조금은 치기어린 행동이 면구스러웠지만 뭐 내 멋에 사는 거지. 하필 공연하는 날에 비가 내렸다. 그러니 발표회를 보러오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응원을 나온 발표자들 가족과 코 흘리게 꼬마들 몇 명을 앞에 두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악보를 앞에 세워놓고 마이크도 장치하고 둘러앉으니 제법 뭐 좀 하는 것 같다.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꼬마들이 박수로 장단을 맞춰주고 노래도 따라 불러서 흥이 났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무아지경이었다.
‘야, 이거 정말 신이 나는구나.’ 공연이 끝난 후 다시 시간을 내어 뒤풀이까지 하기로 했다. 기대된다. 기타를 사주어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준 유근무에게 너무너무 고맙다.
첫댓글 잘 하는데 !
기타 사준 보람 있네 !
무었보다 우울증이 완화되는데 도움이 되었다니 고맙네
소일 거리도 생셨고...
뭐 다른거 필요한거 없어?
그래, 잘들 노는구먼!
그대들의 우정이 아름답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