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뻐꾸기 울음소리
서지월
누이의 버선코를 돌아서 오는 것 같네.
빨랫줄에 널린 빨래
더욱 눈부신 대낮,
후미진 골짜기마다 魂불 놓아
사월이라 초파일
엄마는 절에 가시고
나는 그 소리 들으며
대청마루에 앉아 댓돌 보네 댓돌 보네.
곳간 절구방아 멈춘 지 오래
병풍 가린 문간방에 잠든 누이야
사푼사푼 걸어나와 하늘을 보아라
서낭당 내 너머 꽃구름 피고
극락세계 부처님 행차하신다.
청산은 왼몸으로 초록저고리
초록저고리 옷고름 연등 날리는 날
춘향이 언제 살아 죽었단 말인가
우리 누나 어느 봄날 저승 갔단 말인가
아른아른 비쳐오는 하늘 한자락
天雲寺 탑을 돌아 바스라지는데
홍진에 죽은 누이
하마 울까 웃으실까,
스란치마 깃을 치는
첫 뻐꾸기 울음소리.
*사실 내 친누이는 없는 것이 아니고 선 세살 땐가 홍진을 하다가 죽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말을 빌면 선 세살짜리가 그렇게 맹랑하고 똑똑하더니, 二月 풍속날(음 2月 2日) 아침부터 몸이 불덩이같이 달아 오르고 붉은 반점이 온몸에 부풀어올라서는 회복기가 전혀 없이 그날 저녁 아홉시쯤 저 세상으로 갔다 한다. 나는 얼굴도 모르는 그 누이를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