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갈라 4,22-24.26-27.31-5,1. 루카 11,29-32.
찬미예수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복수동 성당 주임 김대건 베드로 신부입니다. 대전교구에 생태환경위원회가 출범할 때부터 지금까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덕분에 오늘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하는 기회도 주어졌네요. 지극히 평범한 본당 사제인 저는 생태환경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직면한 교구의 현실과 아직 생태환경분과가 조직되지 못하고 있는 본당의 상황 등을 마주하며 고민과 갈등이 더 깊어졌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의 끝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열심한 교우들은 이미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단편적이고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개별 활동들이 연대를 통해 힘을 모아야 할 때 인 것 같습니다.
오늘로 벌써 세 번째 진행되는 가톨릭기후학교는 그런 우리들에게 의식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생태적 회심의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씀하신 의미를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강의를 잠시 되짚어보면 “기후위기와 농업, 먹거리” 주제 강연에서는 인류의 발전에 농사와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 생존의 가장 기본인 음식의 풍요와 빈곤이 이제는 전쟁과 폭동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기후위기와 과학”에서는 “인류는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기후를 통제할 수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었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기에 이제는 개인의 차원을 뛰어넘는 국가 차원의 생태적 회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마침 오늘 강연 주제도 “한국의 기후 정책”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후학자들은 지금까지 제시된 우리나라의 정책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그러니 미사 후에 진행될 강의를 통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기후정책의 방향이 어떻게 바뀌어야하는지를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 바랍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표징을 요구하는 군중에게 “이 세대는 악한 세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회심을 요청하십니다.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한 니네베 사람들이나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려고 땅끝에서 찾아온 남방 여왕처럼 말이죠.
예수님이 보여준 구원의 표징인 십자가의 신비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러기에 아브라함이 하느님께 소곰과 고모라의 멸망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한 의인 열 명을 떠올리며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부여잡을 수 있어야겠습니다. 또한 제1독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육에 따라 태어난 사람으로 살지 말고 약속의 결과로 태어난 사람으로 살수 있어야합니다. 구약의 율법에 얽매인 이들과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와 해방을 얻은 사람의 차이처럼 말이죠. 이를 생태적으로 바라본다면 인간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지구의 생명체를 파괴하는 삶이 아닌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서 함께 살 길을 마련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