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막회의)손님이 가신 후에 상을 치우려는데 초장이 넘치도록 가득 담긴 앞접시가 수두룩합니다. 손님의 입장에선 아무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허투루 버려지는 초장과 쌈장의 양이 생각보다 어마무시합니다. 그 장면을 망연히 바라보다 보니 앞접시에 초장이 담긴 모양새가 영양탕집의 소스가 담긴 앞접시와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도마고기에 개장국을 먹고픈 욕망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영양탕집은 이미 문을 닫았을 시각이기도 하지만 갑판장과 함께 먹어줄 동무도 곁에 없으니 괜한 입맛만 다시다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에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장을 봐 오는 길에 아침끼니를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평소라면 보라매역 인근에 있는 분식집에 들려 우동 한 그릇으로 떼웠겠지만 오늘은 저녁부터 영업을 하는 주말이라 급할게 없습니다. 이른 아침에도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중에서 혼자서도 푸지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추렸습니다. 아마 24시간 영업을 하는 개장국집이 근처에 있었다면 그리로 향했을 겁니다만 그런 개장국집은 여태 본 적이 없습니다.
대안으로 건지가 풍성한 해장국집을 찾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아빠 어디가?'에서 탤랜트 성동일씨의 영애인 빈양이 선지가 듬뿍 담긴 해장국을 폭풍 흡입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갑판장네 딸아이도 수유기 때부터 집중적인 조기교육을 받아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이미 막창, 닭발, 산낙지, 개불, 선지해장국 등 아빠가 즐겨 먹는 음식 대부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경지에 까지 올랐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며 단체급식을 받으면서 입맛이 하향평준화 되었는지 지 또래애들의 허접한 입맛수준으로 퇴화해 버렸습니다.
암튼 오늘 아침 메뉴는 선지해장국입니다. 가산동에 거주하는 갑판장이 즐겨 찾는 해장국집은 롯데백화점 관악점 인근에서 '한국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라 간판에 내걸고 영업을 하는 '양평해장국'입니다만 오전 8시(혹은 9시) 이후에나 문을 열기에 선택지에서 제외를 시켰습니다. 이래저래 궁리 끝에 최종목적지인 강구막회를 지나쳐 가야 하지만 광명시 하안동 대로변에 있는 '원조양평신내서울해장국'으로 낙점을 했습니다. 일전에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갔을 때 종업원의 접객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갑판장의 식당 리스트에서 지웠던 곳이라 거시기했지만 이른 아침이라 더 나은 선택지가 떠오르질 않으니 하는 수 없습니다. 어째됐든 만족스러운 아침식사를 하고 싶었거든요.
해장국/원조양평신내서울해장국(광명시)
간만에 찾아 갔다가 하마터면 '양평해장국'이라 내건 커다란 간판에 홀려 다른 식당으로 갈 뻔 했었습니다. 주차를 하곤 식당으로 입장하려는데 왠지 낯선 느낌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웃의 대박에 샘이 났는지 곰탕집에서 양평해장국을 간판에 크게 내걸었습니다. 여러 번 가봤던 갑판장도 어두운 새벽이라 헷갈렸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양평해장국이나 원조양평신내서울해장국이나 여러 곳에서 같은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만 같은 간판을 내걸었다고 동일한 만족감을 주지는 않습니다. 각 점포의 사정이 달라 내용물이 부실한 경우에 여러 차례 경험을 했기에 다니던 곳을 계속 찾게 됩니다.
양평해장국이나 원조양평신내서울해장국이나 메뉴의 구성이나 스타일이 유사합니다. 해장국의 경우 투가리의 밑바닥에 콩나물을 넉넉하게 깔고, 그 위로 큼직한 선지와 잘게 썬 내포와 고기를 듬뿍 담아 냅니다. 막 나온 해장국은 건더기가 수북하여 도저히 밥을 말아 먹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건더기를 한참 먹고 난 후에나 밥을 말아 먹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건더기를 안주삼아 선주후식을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마누라와 함께 왔더라면 차 키를 넘기곤 '쪽~오~옥~~캬~' 소리가 식당 안에 메아지지도록 맛나게 한 잔 빨았을텐데 말입니다. 만일 가족과 함께였다면 마누라와 딸아이에게는 해장국을, 갑판장은 내장탕을 주문했을 겁니다. 내장탕에는 까실한 천엽과 포실한 선지 대신 고소한 곱창을 포함하여 여러 내장부위가 한가득 담겼습니다. 국물도 시원한 해장국과는 달리 좀 더 묵직하고 꼬릿하면서도 기름진 단맛이 있어 선주후식의 메뉴로 더 적합합니다.
양평해장국은 해장국과 내장탕으로 메뉴가 분리되어 있지만 양평신내서울해장국은 두 메뉴를 반 씩 섞은 해내탕이 메뉴에 있습니다. 또 두 집 다 건더기를 빽빽하게 채웠기에 국물이 다소 모자랄 수도 있습니다만 선지나 국물은 미리 청하면 추가로 더 줍니다.
'꺼억~'
간만에 방문했더니 해장국 값이 7천원에서 8천원으로 올랐습니다. 하기사 순댓국밥도 7천원이 대세이고 갑판장네 동네 중국집에선 간짜장은 안 팔고 삼선간짜장만 파는데 그 값이 7천원(짜장면은 4천5백원)이더군요. 물가가 올랐으니 음식값도 당연히 올라야겠습니다만 그 대신 내용은 변함이 없기를 바랍니다. 값은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질이 그 전만 못미치는 경우도 허다하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여태 밥투정이나 하는 갑판장>
첫댓글 본문 중에 '우동 한 그릇으로 떼웠겠지만'은 '...때웠겠지만'의 오기입니다. 컴퓨터로 작성한 글은 스맛폰으론 수정을 못합니다.
나중에 수정해 놓겠습니다.
담에는 방아잎 듬뿍 넣은 어탕국수를...ㅎㅎ
담에는 조금 짧게 마시자구
그 다음 날 빨래 널리 듯 했구만
기다렸는데~~연락이 안와서~~ 잘 지내시죠~~
우동한그릇집 반대쪽(신림로)쪽-어탕국수집(ㅅㅇ순대국집근처)이 있는데~~
그 이른시간에 하지 않는다는 비애~~
참 술 푸구만요. ㅠ.,ㅠ
구육이 드시고 싶으신가 보군요.
조만간 한번 자리잡아보겠습니다.
싸리집
@강구호 갑판장 나의 나와바리인데~~
점심도 괜찬다면 동참하시라..
@강구호 갑판장 ㅎㅎ 직장인의 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