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올라온 지가 벌써 스물이틀 째.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나들목이 바로 코앞인 작은 마을의 내 텃밭은 어찌 되었을까?
농사를 포기한 채 서울 왔으니...
밤송이는 다 떨어져서...
무화과는 다 곯았겠다.
방울토마토도 다 죽었을 게다.
호박은? 으름은? 대추는? 감은? 모과는? 고구마는? 감자는?
돼지감자는 노란꽃을 많이 피웠을까?
여러 종류의 다육식물(알로에 등)은 혹시 냉해를 입지 않았을까?
쑥부쟁이 등 국화들도 많이 피었을 게다.
어제는 그랬다. 아내가 말했다.
'쪽파가 많이 컸을까요? 쪽파김치 담그면 맛 있는데.'
'글쎄. 내가 키우는 쪽파는 종자가 작은 거여. 별로 크지도 못했을걸.'
농작물은 때로는 작은 것이 훨씬 맛이 있다. 크다고 해서 다 맛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내 시골 윗밭에 조금 심었는데 얼마나 컸을까 나도 궁금하다.
'이게 마지막이어요. 무화과 잘 먹었지요' 아내가 말했다.
내가 지나가면서 한 알씩 먹었다.
따 온 지가 20일도 넘었으니 맛이 약간 시었다.
지금, 주방 식탁 위에는 무화과 세 개가 있다.
마지막이란다.
시골 텃밭에서 조금만 따 온 무화과는 잼을 세 차례나 만들었고, 추석 때 잠실에 들른 아들네와 딸네한테도 나눠주었다.
나는 식빵에 잼을 수시로 발라서 먹는다.
달착지근한 맛에 길들여졌으니 요즘에는 살이 더 쪘을 거다.
나와 함께 살던 어미 돌아가신 뒤 시골집은 빈 집이 되었다.
나는 처자식이 있는 서울로 올라왔고, 이따금 시골로 다녀왔으나 이제는 자꾸만 머뭇거린다.
이번에는 10월 20일 쯤에나 내려갈 것 같다.
아내는 성당 교우들과 함께 전남 순천, 구례, 경북 함양으로 1박2일 여행 다녀 올 예정이다.
나는 별 수 없다. 시골 다녀올 계획은 자꾸만 뒤로 미뤄지고...
65살 이상의 노인한테는 독감예방주사를 무료로 놔 준다기에 오늘은 송파구청 보건과에 들렀다.
전국 어디서나 지정된 병원에서 무료로 처방해 준다고 하기에 잠실3동 도로변에 있는 상가건물 3층 '에코내과'에서 주사를 맞았다. 여의사가 무척이나 친절하다.
내 주소는 지방에 있기에 서울에서는 주사를 안 놔 주면 어쩌랴 하는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으니 올 겨울철 건강에 조금은 안심이 되겠다.
주사를 맞은 뒤 강남구 탄천변을 따라서 걷고 싶어서 남쪽인 학여울 쪽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탄천1교 아래로 들어섰다.
천변의 잡목과 잡초들이 무성하였으나 잎새는 퇴색하고 있었다.
천변의 뿌연한 물빛을 보고, 물냄새를 맡다가 조금만 걷고는 귀가했다.
무척이나 피곤했기에.
잠실 새마을시장 안 주택단지로 들어섰다. 10년 전 쯤 빌라에서 2년간 전세를 살았다.
옛 빌라를 찾으려고 했으나 찾지는 못했다. 주택들이 고만고만해서 헷갈렸다.
잠실 새마을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식재료들을 구경했다.
생선 비린내에는 고개를 외로 틀었고, 가을의 풍성한 과일에는 자꾸만 고개가 갔다.
밤, 대추, 방울토마토 등이 자꾸만 욕심이 났다. 내 시골집 텃밭에 있는 것들이다.
고구마가 잔뜩 나왔다.
어제 잠실 석촌호수 서호 끝에 있는 도로변 트럭 좌판장수한테 잔챙이 고구마 두 바가지를 샀기에 오늘은 사지 않았다.
고구마는 싼 값으로도 맛있게 넉넉하게 먹을 수 있기에 서민적인 식재료이다.
2.
가을이 깊어간다.
오늘 날씨가 무척이나 서늘해서 나비날개처럼 가벼운 잠바를 벗고는 가을 잠바를 두껍게 입었다.
두툼한 옷을 입기 시작했으니 앞으로는 벗지 못할 게다. 내년 5월까지는...
오늘 서해안 보령지방의 기온은 최저 10도, 최고 15도이고, 서울은 11도 ~ 15도이란다.
앞으로는 자꾸만 더 추워질 터. 벌써부터 몸과 마음이 옴추려든다.
추워지면 아파트 안에서만 머물어야 하는가?
요즘, 문학카페인 '국보문학'에는 수필이 자주 오르기 시작했다.
시를 모르는 나로서는 문학지와 카페에 오르는 수필(산문)이 적어서 아쉬웠는데 최근에 수필이 오르기 시작했으니 나로서는 잘 되었다.
생활에서 건져낸 글이기에 나도 이해하기 쉽다.
내가 시골로 내려가지 못한 아쉬움을 남이 쓴 생활글(수필)이라도 읽으면서 달래야겠다.
더 많이 오르기를 기대해야겠다.
나한테는아쉬운 게 있다.
시를 모르니 시향, 문향, 향필, 건필, 시심, 시상 등의 한자어 뜻도 제대로 이해를 못한다.
글에서도 냄새가 나냐? 어떤 냄새인데?
주먹 크기의 모과를 만지면 손끝에 배는 냄새? 들국화 노란 꽃에 코를 대면 나는 그런 냄새가 나는 것일까?
아니면 노오란 은행 열매의 냄새일까?
시골집으로 들어오는 길목, 바깥마당, 텃밭 속의 은행나무에서는 독특한 냄새가 나는 은행알이 많이도 떨어지고 있을 게다. 설마하니 시에서 은행알 냄새가 나겠어?
그냥 평범한 글을 읽고 싶다. 잘난 체하지 않는 그런 글을 읽고 싶다. 여운이 오래 남는 그런 글을 읽고 싶다.
2017. 10. 12. 목요일.
첫댓글 언제나 좋은일만 가득 하세요
날씨가 서늘해지니 마음조차도 춥네요.
문뜩 길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네요. 강서구 일산 하늘공원에서는 내일부터 억새축제가 열린다고 하던데...
가 보고 싶네요. 서해안 내 시골텃밭도 이제는 억새축제를 해야 되나요? 사 년째 방치했더니만 억새가 밭주인이 되었고... 충남 보령/홍성에는 오서산이 있어서 우리나라 5대 억새축제지이지요.
조 선생님. 늘 고맙습니다. 댓글 달아주심에...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한 번도 뵈온 적이 없으나 김 선생님은 글을 사랑하는 열정은 대단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최윤환 좋게 보아 주시니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이제는 한글로만 댓글 답글 달려 노력 중입니다.
@비추 김 재원 고맙습니다.
우리말과 우리글은 문학인들이 먼저 지켜야겠지요.
요즘 신세대들은 자꾸만 우리말과 글이 어렵다고 해서 이상하게 말을 새롭게 만들대요.
우리나라 국어사전에는 한자어가 70%쯤 된다네요. 한자말이 지나치게 많아서...
우리나라도 남한북한이 한데 머리를 맞대고는 남북한 공통으로 쓰는 대백과사전을 만들어서 언어를 통일해야겠지요. 김 선생님처럼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며 가꾸는 분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합니다. 남한북한 인구 7,500만 명, 여기에 해외동포를 포함하면 우리말과 글을 쓰는 사람은 얼추 1억 명은 되지 않을까요? 자랑스러운 한글을 더 다듬어서 국제어로 수출했으면 싶습니다.
김 선생님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