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계양 7월 첫 사전청약인데 시한부 장관에 LH 사장 '공석' 與는 후속법안 상정조차 안해
사전청약 41%만 실제 입주한 10년 전 '보금자리' 지연 악몽
국토부 "청약 일정대로 추진"
◆ LH사태 ◆
지난 12일 찾은 고양 창릉지구. 곳곳에 '지장물 조사 결사반대' '두고보자 도둑놈들 창릉지구 전면 취소하라' 등 문구가 쓰인 빨간 현수막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창릉지구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광명시흥 신도시에서 투기 의혹이 터졌는데 우리라고 아니라는 법 있냐"며 "토지보상 과정부터 신뢰성이 있는지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주택 공급에 대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14일 LH에 따르면 △인천 계양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과천 과천 등 6개 지구에 1만4875명의 토지 등 소유자가 있다. 지역별 토지주 수는 하남 교산이 4183명으로 가장 많고 남양주 왕숙(4081명), 고양 창릉(3061명), 부천 대장(1320명), 과천 과천(1130명), 인천 계양(1100명) 순이다. 3기 신도시 중 용지 규모가 가장 큰 광명시흥 및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된 안산 장상지구까지 더하면 토지주는 2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정부는 작년 말부터 인천 계양과 하남 교산을 시작으로 토지보상 작업에 착수했다. 이달 2일 기준 인천 계양은 488명, 하남 교산은 1321명의 토지주가 보상 협의를 마쳤다. 하지만 나머지 지구는 아직 보상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기 신도시 중 토지보상을 끝낸 곳이 10%도 안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국민 사이에선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주택 공급계획이 제대로 실현될지 우려가 퍼지고 있다. 이날 A인터넷 부동산카페에는 "3기 신도시 예정대로 지을 수 있을까요? LH 땅 투기 조사결과도 그렇고 정부 말을 믿을 수가 없네요. 사전청약 넣으려고 했는데 '무주택 10년 희망고문' 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라고 쓴 글이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올여름부터 진행되는 사전청약 일정까지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3기 신도시에 희망을 걸었던 사전청약 대기 수요자들은 '청약 난민'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7월 인천 계양(1100가구)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에 돌입한다. 이어 9~10월 남양주 왕숙2(1500가구), 11~12월 남양주 왕숙(2400가구), 하남 교산(1100가구), 고양 창릉(1600가구), 부천 대장(2000가구) 등에서 줄줄이 공급이 이어진다. 정부는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연말까지 3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LH 직원 투기 의혹 때문에 당장 7월부터 시작하는 사전청약 일정에 뛰어들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부동산카페 등에선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현재 LH 사태 때문에 토지 보상이 지연되는 분위기인데 이는 결국 분양·입주시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기 신도시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면 1순위 청약하려고 집을 안 사고 전월세 들어간 사람들은 어떻게 되느냐' '다른 지역에서 3기 신도시 청약만 바라보고 들어온 가구도 많은데, 자칫 청약 난민 신세로 전락하겠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하기 위해서는 청약 당시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이후 본청약이 진행될 때까지 의무거주기간(수도권은 2년 이상)을 채워야 한다. 또 본청약까지 '무주택'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도 붙어 있다. 따라서 사전청약 대기 수요자들은 지난해부터 해당 지역으로 전세물건을 구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일각에선 2010년대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지연돼 사전청약자들이 오랜 기간 무주택 상태로 남아야 했던 사례가 다시 일어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LH에서 제출받은 '분양주택 사전예약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2010년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자 1만3398명 중 실제 공급받은 사람은 5512명(41.1%)에 불과했다.
본청약률이 낮았던 이유는 사전청약 당시 안내한 일정보다 본청약이 늘어지면서 장기 대기자들이 청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사전예약을 받은 단지는 2011~2013년 본청약을 받은 뒤 2013~2015년 입주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연기된 곳들이 속출했다. 심지어 2010년 12월 사전예약을 받은 하남 감일 B1블록은 지난해 7월에야 본청약을 진행했다. 거의 10년 동안 사전예약자 446명이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대기해야 했던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존 3기 신도시는 발표된 지 2~3년이 지난 프로젝트라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며 "신뢰도 측면에서라도 정부가 공급 일정을 되도록이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LH 논란과 별개로 기존 주택 공급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토지보상을 마쳐야 사전청약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청약을 당초 일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